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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부민가5

유소사有所思, 열받은 여자의 한풀이 한대악부漢代樂府 중에 요가십팔곡鐃歌十八曲으로 분류하는 민요가 있다. 18곡이라 하지만, 연작시가 아니라, 하나하나 독립성을 갖춘 개별시다. 다만, 그것을 요가鐃歌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음할 수 있다 해서 후대에 이들 민가를 편집수록하면서 이리 뭉뚱그렸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요가鐃歌란 무엇인가? 요가란 간단히 말해 군가軍歌다. 군발이 노래란 뜻이다. 하지만 현재 요가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18곡은 내용이 잡박雜駁해서 군가적인 특성을 지닌 것이 있는가 하면, 아래에서 보듯이 변신한 애인을 향한 분노를 표출한 노래도 있다. 개중 하나인 아래시는 여타 악부민가樂府民歌가 대개 그렇듯이 본래 제목이 없다. 이런 시는 흔히 그 첫줄을 제목으로 삼거니와, 그래 에라이 편한 대로 유소사有所思라 해 둔다. 유소.. 2019. 2. 21.
《김태식의 讀史日記》 잘못된 만남 지금 내 앞엔 유병례가 번역하고 해설한 《송사宋詞, 노래하는 시》(천지인, 2004)가 있다. 宋代 문학을 대표한다는 詞 중에서 30편을 뽑았지만, 편자도 말하듯이 개중에는 詞가 문학 전통으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唐代 작품도 11편을 포함했다. 이에 수록한 그 첫 편은 작자 미상이며, 아마도 唐末 혹은 五代 작품으로 간주되는 '베갯머리 앞에서다'다. 원래 제목은 없으나 첫 구절을 따서 편자가 임의로 이렇게 붙였다. 이는 곡조 명칭이 보살만普薩蠻으로, 청말인 광서光緖 26년(1900) 감숙성 돈황석굴에서 발견된 돈황곡자사敦煌曲子詞 중 하나다. 보살만은 단순히 곡조 명칭일뿐, 사 내용과는 전연 무관계하다. 그 번역과 원문은 다음과 같다. 번역은 유병례를 최대한 존중하되 리듬감을 위해 조금 바꾸었음.. 2019. 1. 15.
저들은 딩가딩가하는데 우리라고 풀 죽어야 쓰겠는가? 푸르디푸른 무덤 위 잣나무[청청능상백·青青陵上柏] 漢代에 민간에서 유행했을 노래 19수 모음인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 하나로, 이것이 문헌에 문자로 맨 처음 정착한 《문선文選》에서는 그 세번째로 채록했다. 이 역시 carpe diem이라는 코드가 짙다. 제목에 들어간 능(陵)은 대별하면 山(혹은 언덕)과 무덤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이 시 전반에 흐르는 기조가 인생무상에 가깝고, 짧은 인생 즐기며 살자는 취지를 볼 적에는 무덤이 더 적당하지 않나 싶어 일단 무덤으로 옮겼다. 자세한 작품 해설은 서성, 《한시漢詩, 역사가 된 노래》(천지인, 2013)를 참고하기 바란다. 서성 선생은 무덤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陵을 언덕이라 옮겼음을 밝혀둔다. 그 어느 것이나 대세에 지장은 없다. 나아가 더.. 2018. 11. 19.
송아지 팔아 청산하는 몸값 전한(前汉) 왕조 제8대 황체 유불릉(刘弗陵)은 죽은 뒤에 종묘에 신주가 안치되면서 받은 묘호(廟號)가 효소황제(孝昭皇帝)라, 흔히 약칭해서 소제(昭帝)라 칭한다. 무제(武帝) 유철(刘彻)이 아버지고, 어머니는 조첩여(赵婕妤)이니, 생전에는 구익부인(钩弋夫人)이라 일컬었다. 기원전 94년에 태어나 기원전 87년, 불과 8살에 황제에 옹립되어 재위 13년째인 기원전 74년 6월 5일, 21살에 미앙궁(未央宫)에서 요절하고 만다. 어린 그를 곽광(霍光)과 김일제(金日磾)와 상홍양(桑弘羊)이 보좌했다. 이런 그가 죽어 묻힌 곳을 평릉(平陵)이라 하니, 미앙궁에서 전전(前殿)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22킬로미터, 아버지 유철이 묻힌 무릉(茂陵)에서 서쪽으로 6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다. 여타 이 시대 황제릉이 그런 .. 2018. 4. 2.
상야(上邪)..겨울에 우박치고 여름에 눈내리면 ‘상야’(上邪)라는 제목을 단 漢代 악부민가樂府民歌가 있다. 話者를 외사랑에 빠진 여자로 설정해 그로 하여금 사랑에 빠진 남성 상대를 향한 애끓는 연모의 정을 토로케 한다. 한데 이 시가 구사하는 수사법이 어딘가 우리한테는 익숙하다. 고려가요의 그것이다. 上邪!① 하늘이시어 我欲與君相知②, 나 그대와 사랑하고 싶습니다 長命③無絕衰. 오래도록 사랑 식지 않겠습니다. 山無陵④, 산이 닳아 없어지면江水爲竭, 강물이 다 마른다면 冬雷震震⑤, 겨울에 우루루쾅쾅 벼락이 친다면夏雨雪⑥ , 여름에 눈이 내린다면 天地合⑦ , 하늘과 땅이 붙어버리면 乃敢⑧與君絕![2] 그제야 그대 단념하지요 ① 上邪(yé)!:天啊!. 上, 指天. 邪, 語氣助詞, 表示感歎. ② 相知:相愛. ③ 命:古與“令”字通, 使. 衰(shuai):衰減.. 2018.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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