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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10

한문漢文을 잘한다는 것 시 삼백수를 줄줄이 외고 당시 삼백수를 벽면을 바라보면서 왼다고 해서 한문을 잘하는 건 아니다. 어떤 텍스트라도 내놓아서 술술 해석한다 해서 한문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면서 끊임없이 동학 선학 후학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한문을 잘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2011. 11. 25) *** 비단 한문만 그러겠는가? 그 진보는 오직 끊임없는 의심과 질문이 있을 뿐이다. 2020. 11. 25.
폐허란 무엇인가? 갈수록 무엇을 위한 폐허인가를 묻는다. 이제는 이를 대답할 시점이 된 듯하다. 폐허주의....그렇다고 우리가 100년전 이상화 오장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왜 폐허인가에 대한 그럴 듯한 답을 이제는 내어놓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성찰하지 아니했다. 하긴 이런 일은 한국지식인 사회 고질이라 무엇인가 이론을 체계화하고 그것으로써 문화를 묶어내는 이런 철학적 접근은 언제나 외국, 특히 구미유럽의 몫이라 생각했고, 그리하여 언제나 이런 거창한 물음은 누군가는 하겠지 팽개쳐두고는 언제나 우리네 지식인사회가 달려간 곳은 주거지 변천양상이었고, 토기의 변화양상이었다. 이는 가장 저급한 형이하학에 지나지 않는다. 왜? 무엇을? 이런 물음을 동반하지 않는 저런 학문은 이제는 설 .. 2019. 7. 23.
“일찍 죽지마라, 너만 손해다” 이런 비스무리한 말을 중국사상사 전공 故 김충렬金忠烈 선생이 한 적이 있다. 그의 이야기인즉슨, 마왕퇴馬王堆 백서帛書니, 곽점초간郭店楚簡 같은 신출토 문물을 나보다 일찍 죽은 사람은 못 보았으니, 나는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한데....상서尙書, 일명 서경書經이라는 이름으로 유통하는 동아시아 지식인 사회의 절대 윤리헌장 현존본이 몽땅 가짜임을 증명함으로써 동아시아 전체 지식인 사회를 멘붕에 빠뜨린 염약거(閻若璩, 1636~1704)도 비슷한 말을 했다. “배움은 끝이 없으니 사람이 더욱이 일찍 죽어서는 안 된다.”그의 《잠구차기潛丘劄記》에 나온다. 2019. 3. 20.
섬돌 앞 오동나무는 이미 가을인데... 젊은이는 쉬 늙으나 배움은 이루기 어렵네한 순간이라도 헛되기 보내지 마라연못가 봄풀이 꿈도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 이파리는 이미 가을이더라 少年易老學難成一寸光陰不可輕未覺池塘春草夢階前梧葉已秋聲 이른바 권학문(勸學問), 배움을 권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이 짧은 글은 주희가 한 말이라 해서, 그것을 절대의 기반으로 삼는 시문(詩文) 엔솔로지이자, 불후한 한문 학습 교재인 《고문진보(古文眞寶)》 첫머리에 실려, 대한민국이라는 입시지옥을 지탱하는 권리장전으로 통용한다. 이 말이 그토록 질식할 정도이나, 그 입시지옥을 벗어난 처지에서 보면, 이만큼 절실한 말도 없다. 그래서 저 권학문은 실은 《고문진보(古文眞寶)》는 기억 저편, 아련히 입시지옥,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이제는 산 날 보다 .. 2018.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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