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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영화 :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by 느린 산책자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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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일’ 혹은 ‘가장’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꼽는 것을 어려워한다. 내가 그런 질문들을 할 때마다, 내게 반문한다.

‘그럼 지금까지 제일 좋아했던 ○○는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순간 당황스럽게 되니, 나도 그와 비슷한 부류이거나 비슷하게 되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만약 내게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질문에 한정해서는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쥬라기 공원’이라고.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묻는다면, 이 또한 바로 답할 수 있다. 바로 그랜트와 새틀러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처음 만나는 장면라고.

어딘가 이상한 공감 포인트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으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렙터가 아이들을 몰아넣고 사냥(!)하려는 주방 습격 씬을 말할 것 같다. 대략 2분간의 시간인데, 마치 몇 십 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스릴 있게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영화의 백미로 꼽힌 부분이다. 몰입감이 상당해서 ‘역시 스필버그답다.’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장면이라 할만 했다.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랩터가 발톱으로 바닥을 툭툭 치며 동료 랩터에게 신호를 보낼 때의 긴장감이란!

모두가 좋아하는 그 부분 말고도 나처럼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나타나는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도 모른다.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공룡들이 나오는 씬의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임팩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가히 "영화의 흥행 8할을 책임진 장면"이라 평가받을 만하다. 이때 나오는 쥬라기 공원의 메인 테마 음악이 화면과 잘 어우러지면서 감동을 더 배가시킨다.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나오는 장면. 영화의 매력포인트!


그런데 내가 이 장면을 ‘제일’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는 이유는 그 이유 때문은 아니다. 바로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봤을 때 그랜트와 새틀러가 느낀 심정이 매우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고생물학자와 고식물학자인 두 사람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놀라움은 이내 감동으로 변한다. 아마도 ‘평생을 걸쳐 연구했던 대상이 내 눈앞에 살아있다니!’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만약 나의 연구 주제의 시대로 거슬러 갈 수 있다면, 그래서 그 대상을 직접 눈으로 목도한다면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다. 나도 안다. 어딘가 핀트가 나간 것 같은 영화 감상이라는 것을.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목격한 그랜트와 새틀러. 어떤 감정이었을 지, 너무 공감이 되는 모습!

 
과거로 돌아간다면
논문을 쓰거나, 혹은 전시에서 무언가 풀리지 않을 때 생각하곤 했다. 

‘과거로 가서 이 부분을 알아보고 싶다.’고.

나의 이런 생각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전보다 더 발현되곤 했다.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아도, 열심히 전시 인터뷰이를 찾아보아도 어딘가 막혀서 해결이 안 될 때가 분명 있다. 인터뷰이를 찾아도 자세한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은 생각보다 없다. 

그런데 어정쩡하게 가까운 시대는 어딘가 생생한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는 생각에 막상 포기가 쉽지 않다. 포기는 안 되고, 전시 날짜는 다가오고. 그럴 때면 과거로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그때 그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기록하는 그런 상상. 요즘은 그다지 하지 않는 걸보니, 생각보다 힘들진 않나보다. 

언젠가 타임머신이 발명되면 빠르게 대기 신청을 하고 싶다.(아마 나 같은 사람은 바로 탈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간 궁금했던 사실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굉장히 바보 같은 상상인 것은 알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한 시대만 선택하라고 하면 다들 자신의 전공 시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을.

타임머신의 대기 줄에는 나같은 학예사들도 엄청 많을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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