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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학예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 그때는 몰랐다!

by 느린 산책자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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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면접을 끝내고 나온 교수님들이 늘 하셨던 말씀이 있다.

“올해도 <인디아나 존스>를 말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어.” (혹은 다행히 없었어.)

‘고고학을 보물찾기 같은 낭만적 학문이라 생각하다니!’라고 다소 어이없어하는 감정이 섞인 말일 것이다.

학예사에 대해 설명하면 늘 언급되는 에피소드(학예사가 무엇인가요 에피소드)같이, 고고학 수업 혹은 고고학 대중서를 여는 말 중 하나는 바로 저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 신입생들이 <인디아나 존스>를 봤던 세대가 아닐 테니, 교수님들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냥 내 생각이다.
(그런데 포스팅 하려 찾아보니, 올해도 인디아나 존스는 계속 된다! 대체 언제까지 나올 것인가!)

# 낭만적인 고고학에 대한 상상에 일조하는 인디아나 존스. 개인적으로 인디아나 존스는 잘 기억나질 않지만, 페트라 유적이 나오는 장면은 아주 희미하게 머리 속에 남아있다.


<인디나아 존스>를 보고 고고학자를 꿈꾸었다는 사람들처럼, 나도 낭만에 가득 찬 이유로 박물관을 좋아했다.

원래도 역사책을 좋아했지만, 특히 이집트에 대한 책을 보면서 미래의 나를 꿈꿨기 때문이다. 마침 어렸을 때 이집트 미라 전시가 열리기도 했고 대규모 중국 미술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어갔던 기억에 선하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었다.

한 눈에 반한 경험

혹시 박물관에 가서 어떤 작품에 반해 본 적이 있었는지? 나는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런 느낌은 다시 오지 않았다. 딱 한
번 있던 경험이었고, 그것이 나의 진로에 영향을 주었다.

 

#가가미진자(경신사) 소장 수월관음도. 고려시대인 1310년에 그려졌다. 무려 4m가 넘는 대작이다. 세부 사진을 찾아보면, 그 정교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다.

 


어느 날, 일본 경신사 소장의 <수월관음도>를 봤을 때였다. 벽면에 가득 찬 크기의 그림. 금색으로 칠해진 수월관음의 모습. 너무나 가는 세필로 그려진 관음의 사라와 장신구들. 너무 아름다워서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저런 작품을 매일 볼 수 있게 박물관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 불화를 나중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때의 전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학예사가 되고 싶었으나

그때는 몰랐다!

학예사가 되어도 원하는 작품을 매일 볼 수 없다는 것을. 학예사도 운이 좋아야 명품을 볼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원하는 작품이 전시에 나올 때나 되어야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가 연구했던 주제로 전시를 하는 것은 천운이라 한다.
(그런데 그 천운이, 100% 일치는 아니었지만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첫 전시라 아무 것도 모른채 하여 그 소중함을 몰랐을 뿐. 지금하면 잘할 수 있었을텐데 흑흑흑)

하나 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심지어 초보 학예사들도 착각하는 것이다.

국공립 박물관의 학예사 채용 공고를 보면, ‘학예연구사 채용 공고’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직렬도 연구직이다. 그래서인지 순진하게 연구만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업무에 수업 이외의 행정 업무가 많이 포함되듯이, 학예사도 수많은 행정 문서를 양산해야한다. 하나의 전시를 오픈하는데, 몇 십 개의 행정 문서와 몇 십 통의 전화가 있어야하는지!
(여러분, 연구만을 하려면 연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그때는 몰랐던 그것.

생각보다 월급이 박봉이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다. 각 기관의 사정에 따라 월급의 범위는 매우 다르지만, 학예사라는 타이틀을 단 고액 연봉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선배들에게도,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경고를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직접 체감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낭만적인 인문학도의 피가 흘렀으므로. 혹은 사회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고 회사 생활에 대해 낭만적인 그림만 그렸으므로.

그래도 이 직업의 매력은 분명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에게 이 직업의 매력은 매번 일할 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그것은 다음 기회에 차차 적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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