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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친구 죽었다 슬퍼한들 뭘 어쩐단 말인가? 낙천이 보내준 미지·돈시·회식 세 사람이 떠났음을 슬퍼하는 시를 보고서는 모두가 교분이 깊었던 사람들이라, 이 시를 지어 부친다[樂天見示傷微之敦詩晦叔三君子皆有深分因成是詩以寄] [唐] 유우석劉禹錫(772~842) 떠난 친구 탄식한 그대 절구 두수 읊어보다나 또한 마음 울적해져 시 한편 지어보네 세상엔 친구 줄었다 부질없이 놀라고문집엔 제문만 많아졌다는 걸 알았네 봄날 숲에선 새 순이 묵은 순 떨쳐내고 흐르는 물 앞 물결이 뒷물에 밀리는 법 예부터 지금까지 이런 똑같은 일로 슬퍼하니거문고 들으며 눈물 쏟은들 뭘 어쩐단 말인가 吟君嘆逝雙絶句, 使我傷懷奏短歌. 世上空驚故人少, 集中惟覺祭文多. 芳林新葉催陳葉, 流水前波讓後波. 萬古到今同此恨, 聞琴泪盡欲如何. 제목에 들어간 見示견시란 보라고 보내주다, 알려주다는 정..
내일이면 저버릴까 밤새 지켜보는 꽃 한시, 계절의 노래(52) 모란꽃을 아끼며 두 수[惜牡丹花二首] 중 첫째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계단 앞 붉은 모란애달프게도 저녁 되니 두 가지만시들었구나 내일 아침 바람 불면모두 질 테니 밤에 아껴 그 시든 꽃불 비춰 보네 惆悵階前紅牡丹, 晚來唯有兩枝殘. 明朝風起應吹盡, 夜惜衰紅把火看. (2018.05.31) 꽃이 시들까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석화(惜花)’다. 백거이는 계단 앞에 만발한 모란 중에서 저녁 무렵 두 송이가 시들자 내일이면 그 시든 꽃잎이 모두 떨어질까 근심한다. 그러고는 밤중에 횃불을 밝혀들고 꽃을 아끼며 감상한다. 진실로 꽃 중독자라 할 만하다. 오대(五代) 왕인유(王仁裕)의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에 의하면 당나라 궁궐에서는 꽃을 오래 보기 위해 꽃나무 가..
전쟁의 참상 변방에서[塞下曲] [만당晩唐] 허혼許渾 夜戰桑乾北 밤에 전투가 상건하 북쪽에 있었는데秦兵半不歸 중국 군사는 절반이 돌아오지 못했네 朝來有鄉信 아침에 고향에서 부친 편지가 왔는데 猶自寄寒衣 이르기를 겨울옷 부쳤다 하네 새하곡塞下曲이라 이름하는 시가 한시에는 많아, 모조리 변방을 소재로 한 것이라이런 시에는 보통은 전쟁의 참상이라든가 그 황량함을 소재로 삼는다. 이 시 역시 그러해, 전투가 많았던 그 시절그 부질없음을 노래하거니와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시절 군대가 기본 물품을 국가에서 대는 것이 아니라 군인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수자리를 나갈 적에는 계절에 맞는 옷가지를 바리바리 싸가야 했다. 이를 타개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적지는 아니해서 이른바 둔전제가 그것이라. 둔전제는 간단해서 ..
이쑤시개 쑤시며 완성한 명작 한시, 계절의 노래(46) 잠 못 이루다[不眠] [송(宋)] 조여수(趙汝燧) / 김영문 選譯評 이빨 쑤시며새 시구 찾아 붓을 적셔 쪽지에 쓰네 읽어보니성근 곳 드물어 기쁨에 겨워잠 못 이루네 刺齒搜新句, 濡毫寫短箋. 讀來疏脫少, 歡喜不成眠. 중당(中唐) 유명한 시인 가도(賈島)는 어느 날 이응(李凝)의 은거처에서 시를 썼다. 그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새는 못 가 나무에서 잠들고,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린다.(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이응의 은거처에 쓰다題李凝幽居」) 그런데 ‘두드린다(敲)’를 ‘민다(推)’로 쓰는 게 더 좋아보였다. 가도는 고심을 거듭했다. 그날도 나귀를 타고 ‘밀까 두드릴까(推敲)’를 고민하다가 문단의 거두 한유(韓愈)의 행차가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한유도 가도의 고민을..
어둠 속 등불 한시, 계절의 노래(45) 등불(燈) 첫째 [송(宋)] 임지기(林之奇) / 김영문 選譯評 길 잃고 나서 사람들은여러 갈림길 헤매며 어둠속을 더듬더듬제 맘대로 걸어가네 어제 밤 불현 듯갈 길을 찾은 것은 한 점 외로운 등불내 스승 됐기 때문 自從失道人多岐, 擿植冥行信所之. 昨夜忽然尋得路, 孤燈一點是吾師. 가는 길이 밝고 뚜렷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더러는 길을 잃고 먼 곳을 돌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어둠 속에서 눈앞조차 분간하지 못하기도 한다. 캄캄한 바다에서 길을 잃은 일엽편주는 저 멀리서 비치는 외로운 등대의 불빛을 만나 방향을 찾는다. 칠흑 같은 밤, 산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첩첩산중에서는 멀리서 깜박이는 작은 절집의 등불 빛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다시 찾은 광명 속 새 길은 더욱 소..
보리밭 바라보며 뽕나무 숲에서 듣는 오디새 울음 한시, 계절의 노래(36) 시골길을 가며[村行] [당(唐)] 이중(李中) / 김영문 選譯評 눈길 끝까지 푸르른보리밭 가지런하고 들판 연못 넓은 물에온갖 오리 내려 앉네 햇볕이 따뜻하여뽕나무 숲 우거진 곳 한가하게 홀로 서서오디새 울음 듣네 極目靑靑壟麥齊, 野塘波闊下鳧鷖. 陽烏景暖林桑密, 獨立閑聽戴勝啼. (2018.05.20.) 망종(芒種)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한창 보리가 여물 때다. 보리밭 녹색 물결이 서서히 황금색으로 바뀐다. 지금은 남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보리밭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국 방방곡곡에 보리밭이 지천이었다. 또 봄 가을에 누에를 먹여 고치를 치는 양잠업이 농촌의 중요한 일이라 집 근처나 밭둑에 뽕나무를 많이 심었다. 뽕나무 열매를 오디라고 한다. 처음에는 ..
아침엔 흐드러진 꽃이 저녁이면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고풍古風]이라는 제하의 시 일부다. 천진교에 삼월이 찾아드니 집마다 복사오얏 만발하네 아침엔 애 끊는 꽃이었다가 저녁엔 동쪽 물 따라흐르네 앞선강물 뒷물이 밀어내듯 옛날은 지금과 이어 흐르네 새 사람은 옛 사람과 다르니 해마다 다리에서 놀며즐기네 天津三月時 千門桃與李 朝爲斷腸花 暮逐東流水 前水複後水 古今相續流 新人非舊人 年年橋上遊
푸른 하늘 끝을 묻는데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 한시, 계절의 노래(323) 봄날 절구 여섯 수[春日六絶句] 중 둘째 [송(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봄날 취함은술과 관계 없고 교외 거닐며길도 묻지 않네 푸른 하늘은어디서 끝날까 하얀 새가허공으로 사라지네 春醉非關酒, 郊行不問塗. 靑天何處了, 白鳥入空無. 어린 시절 연을 날릴 때 바람이 좀 세게 불면 자주 연줄이 끊기곤 했다. 줄이 끊긴 연은 너풀너풀 땅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더러는 푸른 하늘 저편으로 가뭇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얀 점이 되어 사라지는 연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게 저 산 너머에 내가 꼭 가야만 할 어떤 곳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저 산 저 멀리 저 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어있을까/ 달이 뜨며는 해가 지며는 꽃은 외로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