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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484

뜰 나무 옷 입혀주는 봄눈 한시, 계절의 노래(278) 봄눈[春雪] [唐] 한유(韓愈, 768~824)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새 봄 와도 도무지고운 꽃 안 피더니 이월 초에 놀랍게도풀 새싹 보이네 흰 눈은 오히려봄빛 늦다 타박하며 펄펄 나는 꽃 만들어뜰 나무에 입혀주네 新年都未有芳華, 二月初驚見草芽. 白雪却嫌春色晚, 故穿庭樹作飛花. 성당 두보 시의 특징은 중당에 이르러 두 갈래로 갈라진다. “시어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죽어도 그만두지 않겠다(語不驚人死不休)”는 경향, 즉 시를 철저하게 깎고 다듬는 특징은 한유로 이어지고, 삼리(三吏)·삼별(三別)과 같은 현실에 대한 치열한 관심은 백거이로 이어진다. 역대로 한유 시의 풍격을 흔히 기험괴벽(奇險怪僻)하다고 규정한 것도 앞의 첫 번째 경향에 근거한 평가다. 쉽게 말하면 한유.. 2019. 3. 1.
천하를 위해서는 합의도 깨야는 법 한시, 계절의 노래(290) 홍구에 들러[過鴻溝] [唐] 한유(韓愈, 768~824)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용과 범이 지친 끝에강과 들을 분할하니 억조창생 목숨이살아나려 했는데 그 누가 군왕에게말머리 돌리라 하여 참으로 건곤일척도박 벌이게 했는가 龍疲虎困割川原, 億萬蒼生性命存. 誰勸君王回馬首, 眞成一擲賭乾坤. 어제 '하노이회담'이 결렬됐다. 《초한지》에 나오는 ‘홍구강화(鴻溝講話)’가 연상된다. 홍구는 황하, 수수(睢水), 영수(潁水), 회수(淮水)를 남북으로 잇는 고대 운하다. 이 정전회담이 ‘홍구강화’로 불리는 이유는 ‘홍구’라는 곳에서 회담이 열렸기 때문이 아니다. 회담 결과 ‘홍구’를 경계로 땅을 나누자는 합의에 이르렀기에 ‘홍구강화’로 불린다. 요즘처럼 ‘센토사회담’이니 ‘하노이회담’이니 하.. 2019. 3. 1.
나한테 말하라, 내 그 놈 목을 이 칼로 쳐주마 한시, 계절의 노래(279) 검객(劍客) [唐] 가도(賈島, 779~843)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십년 동안 검 한 자루갈아왔으나 서릿발 칼날 아직시험 못 했네 오늘 검 잡고 그대에게보여주나니 그 누가 불공평한 일자행하던가 十年磨一劍, 霜刃未曾試. 今日把示君, 誰爲不平事. 《천자문》을 배운 분들은 “칼 검, 이름 호, 클 거, 대궐 궐(劍號巨闕)”이란 구절을 기억하시리라. 어릴 때는 대개 그냥 글자 익히기에 급급하여 구절 전체의 뜻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는 대학 진학하고 나서야 ‘거궐(巨闕)’이 중국 춘추시대 월(越)나라 명검 이름임을 알았다. 총포가 없던 시절 칼은 개인의 호신용 무기였을 뿐 아니라 군대의 기본 무기이기도 했다. 도검 사용은 모든 생명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으로.. 2019. 2. 28.
눈 털고 피운 황금빛 꽃 한시, 계절의 노래(281) 영춘화(迎春花) [宋] 왕안중(王安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엄동에 쌓인 눈다 털어내고 가지 가득 황금빛색칠하누나 메마른 덩굴에서밝은 꽃 피워 동풍에 첫 번째로향기 뿜누나 拂去隆冬雪, 弄作滿枝黃. 明花出枯萎, 東風第一香. 초급중국어 수업 때 개나리를 ‘잉춘화(迎春花: 영춘화)’로 배웠다. 나는 근래까지도 개나리가 영춘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독일 출신 중문학자를 만나, 그와 번역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영춘화’가 개나리가 아니라 별도의 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믿을 수 없었으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춘화와 개나리의 학명이 다름을 확인했다. 개나리는 ‘Forsythia suspensa(Forsythia koreana)’가 라틴 학명이고 중국어로는 ‘롄차.. 2019. 2. 27.
강물 얼음 걷히자 피어나는 버들 한시, 계절의 노래(282) 강위에 눈이 개다[江上雪霽] [宋] 주숙진(朱淑眞, 1135?~1180?) / 청청재靑靑齋 김영문 選譯評 강물에 얼음 녹자초록 비늘 일어나고 들판은 깨끗해져연무 먼지 드무네 남쪽 북쪽 다리 곁에봄바람 불어오니 버들색 푸릇푸릇봄빛이 새나오네 江水冰消起綠鱗, 川原蕩滌少煙塵. 風吹南北溪橋畔, 柳色參差欲漏春. 내가 자란 동네는 산골이지만 마을 앞뒤로 냇물이 흘러서 그렇게 궁벽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앞개울은 앞거랑, 뒷개울은 뒷거랑이라 불렀다. 앞거랑보다 뒷거랑이 훨씬 크고 넓다. 물고기 잡고 수영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혔다. 대학 진학 이후 해수욕장에 갔을 때 수영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드물어서 좀 놀란 적이 있다. 개나 소도 수영을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수영을 못 .. 2019. 2. 27.
대낮처럼 밤을 밝힌 등불 한시, 계절의 노래(283) 대보름에 등불을 즐기다[上元玩燈] 첫째 [宋] 백옥섬(白玉蟾, 1194~1229)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벽옥이 무르녹아만 리 하늘 이루었고 온 성안 비단 옷들봄 어여쁨 다투네 황혼 뒤 버들 끝엔달님이 걸려 있고 야시장에 펼친 등불대낮처럼 환하네 碧玉融成萬里天, 滿城羅綺競春妍. 柳梢掛月黃昏後, 夜市張燈白晝然. 대보름날 밤의 색채감을 찬란하게 묘사했다. 첫째 구(起句)는 밤하늘 벽옥색이다. 둘째 구(承句)는 온갖 비단 옷의 현란한 색깔이다. 셋째 구(轉句)는 황혼 뒤 버드나무 끝에 떠오른 보름달의 황금색이다. 넷째 구(結句)는 대보름을 즐기기 위해 야시장에 환하게 켜놓은 등불의 붉은색이다. 중국에서는 대보름을 등절(燈節)이라고도 부르므로 이날 밤은 그야말로 채색 페스티벌이다... 2019. 2. 26.
하룻밤새 파래진 보리밭 한시, 계절의 노래(284) 우수(雨水) [現代] 좌하수(左河水)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남쪽 습기 북쪽 냉기교전 벌이니 따뜻하다 추워지며풍우 다투네 하루 밤새 천리 보리밭푸르러지고 온 산 젖어 꿈틀대나소리 안 내네 南濕北冷兩交鋒, 乍暖還寒鬪雨風. 一夜返靑千里麥, 萬山潤遍動無聲. 우수는 눈의 계절이 끝나고 비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우수는 대보름과 겹쳤고 명실상부하게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마침 [원본 초한지]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천안을 지나자 비가 눈으로 바뀌어 온 산천이 새하얀 백설로 덮여 있었다. 눈의 계절과 비의 계절, 습기와 냉기, 따뜻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광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환절기란 말 그대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다. 그러나 계절의 .. 2019. 2. 25.
<漢文講座> 삼일三日 vs. 삼개일三個日 일본의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 794~864)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구사한 한문은 여러 모로 군데군데, 그리고 곳곳에서 이른바 콩글리시, 일본식 냄새가 나는 한문 표현이 보이거니와, 그 와중에 내가 그 사례로 주목했던 것이 이 책 본문 첫 대목 다음 문장이다. 承和五年六月十三日午時,第一、第四兩舶諸使駕舶。縁無順風,停宿三個日。 승화 5년 6월 13일 오시에 제1선박과 제4선박에 모든 사절이 승선했다. 순풍이 불지 않아 3日간 정박했다. 나는 처음에는 정박한 기간 3일을 "三個日"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일본식 한문으로 여겼다. 한데 엔닌이 왜 이렇게 표현했는가를 이 텍스트 전반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 엔닌은 기간과 시간을 구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위 문장에서 3일간.. 2019. 2. 24.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 4首 중 봄노래인 춘가春歌다. 秦地羅敷女 진나라땅 나부라는 여인采桑綠水邊 푸른 강가에서 뽕을 따네 素手青條上 섬섬옥수 푸른 가지에 올리니紅粧白日鮮 붉은 화장 햇살에 곱기만 하네 蠶飢妾欲去 누에가 배고파요 저는 가니 五馬莫留連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蠶飢妾欲去...누에가 배가 고프데요, 그러니 저는 갑니다. 이 표현에서 태백다운 발상을 보거니와, 그게 아니라 해도, 나부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뽕을 따는 모습을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역시 태백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아래 주석에 보이거니와, 이에 등장하는 나부(羅敷)라는 여성은 특정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뽕 따는 젊은 처자 혹은 유부녀로 항용 등장하는 인물이라, 그는 언제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2019. 2. 24.
하늘 이치에 맡기는 새해 첫날 한시, 계절의 노래(276) 새해[新年] [宋] 유창(劉敞)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눈 녹고 얼음 풀려푸른 봄빛 새어나와 온갖 사물 새로움이취한 눈에 놀라워라 꽃시절이 나는 새 같음을이미 알고 있음에 오로지 이 신세를하늘 이치에 맡겨두네 雪消冰解漏靑春, 醉眼驚看物物新. 已識年華似飛鳥, 直將身世委天均. 사람은 누구나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고 만물의 새싹이 돋는 새봄을 기다리지만, 이는 기실 세월이 흘러가는 풍경이다. 봄은 바로 화양연화(花樣年華)다. 말 그대로 꽃 같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봄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처럼 눈 깜짝할 새에 가버린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이다. 이 시에 쓰인 청춘(靑春)과 연화(年華)라는 어휘가 그런 찰나를 잘 포착했다. 찰나로 영원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바.. 2019. 2. 24.
태산에 올라 삼족오 보리니 한시, 계절의 노래(280) 일관봉(日觀峰) [宋] 범치중(范致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태산은 동남쪽첫째 가는 경관이라 창공에 높이 솟은벽옥 봉이 가파르네 이 몸을 날게 하여정상에 세워주면 깃털도 덜 마른삼족오를 볼 수 있으리 岱嶽東南第一觀, 靑天高聳碧㠝岏. 若教飛上峰頭立, 應見陽烏浴未乾. 일관봉(日觀峰)은 중국 태산 정상인 옥황정(玉皇頂) 동남쪽에 있는 봉우리로 일출을 관망하는 명소다. 태산은 대악(岱嶽), 대종(岱宗)으로도 불렸다. 태산 산신을 모시는 태안시(泰安市)의 사당 이름이 대묘(岱廟)인 것도 대악(岱嶽)에서 유래했다. 양오(陽烏)는 태양 속에 산다는 삼족오(三足烏)다. 『산해경(山海經)』 「대황남경(大荒南經)」에 의하면 태양의 모친 희화(羲和)가 감연(甘淵)에 아들 10명을 목욕시켜 매.. 2019. 2. 23.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는 썩어가고 한시, 계절의 노래(285) 바둑 구경 그림[觀弈圖] [明] 명 고계(高啓) / 김영문 選譯評 산속으로 잘못 들어선 채로 바둑 구경 가족들은 날 저물자땔나무를 기다리네 어찌하여 바둑 한 판에천년 세월 소요됐나 신선 할배 돌 놓는 게너무 늦은 탓이리라 錯向山中立看棋, 家人日暮待薪炊. 如何一局成千載, 應是仙翁下子遲.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한자 어휘로는 난가(爛柯)라고 한다. 나무꾼이 산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바둑 두는 걸 구경했는데 바둑이 끝나고 보니 도끼자루가 썩어 있고, 동네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자신이 살던 시대가 아니라 몇 세대 뒤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 시는 이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에 쓴 화제(畫題)다. 이 이야기는 중국 남조 양(梁)나라 임방(任昉)의 『술이기(.. 2019. 2. 23.
홍매 한 봉오리에 깃든 봄소식 한시, 계절의 노래(275) 봄 소식을 묻다 두 수[問春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설날에 봄 돌아와도늦었다 못할 텐데 꽃들에게 소식 아직바삐 알리지 않네 도산당 아래 자리한붉은 매화 한 그루만 맑은 햇볕 서둘러 빌려가지 하나 물들이네 元日春回不道遲, 匆匆未遣萬花知. 道山堂下紅梅樹, 速借晴光染一枝. 중국에서는 설날을 춘제(春節)라고 한다. 우리 발음으로는 춘절인데 설날을 전후하여 24절기의 출발점인 입춘이 들기 때문이다. 새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므로 설날 인사할 때도 “춘제 콰이러(春節快樂)” 또는 “신춘콰이러(新春快樂)”라고 한다. ‘콰이러’는 쾌락을 즐기라는 뜻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명절을 누리라는 뜻이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설날과 입춘이 당도하.. 2019. 2. 23.
만 그루 청매화와 바꾼 국가 한시, 계절의 노래(273) 녹악매 두 수(綠萼梅二首) 중 둘째 [宋] 임희이(任希夷) / 김영문 選譯評 수산간악 동쪽에악록화당 자리 했고 매화나무 만 그루이궁을 둘러쌌네 선화 연간 옛일은기억하는 사람 없어 분바른 얼굴 쓸쓸하게북풍을 마주하네 萼綠華堂艮嶽東, 梅花萬數繞離宮. 宣和舊事無人記, 粉面含凄向朔風. 한시 중에서 역사를 소재로 읊은 시를 영사시(詠史詩)라고 한다. 역사 속 일화에 대한 감상, 느낌, 비평 등을 풀어낸다. 시에서 다루는 역사를 모르면 그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시도 북송 휘종(徽宗) 선화(宣和) 연간에 벌어진 간악(艮嶽) 조성 및 북송 망국이라는 대사건이 배경에 깔려 있다. 남송 시인 임희이가 청매화(綠萼梅) 가득 핀 어느 봄날, 북송 도성 변경(汴京) 간악에 들렀다가 읊은 시로 .. 2019. 2. 22.
꽃샘 추위에 눈은 또 쌓이고 한시, 계절의 노래(274) 꽃샘추위[春寒] [宋] 문동(文同) / 김영문 選譯評 동풍은 무슨 일로힘 여전히 미약한지 으슬으슬 변방 추위나그네 옷 침범하네 묵은 눈 녹지 않고새 눈이 또 내리니 남쪽 정원 봄볕은어느 때 돌아올까 東風何事力猶微, 凜凜邊寒犯客衣. 舊雪未消新雪下, 南園春色幾時歸. 눈은 내리지 않지만 꽃샘추위가 사납다.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아직 선선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큰아이 태어나기 전날에는 3월 말임에도 팔공산 정상이 하얗게 덮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2월 뿐 아니라 3월에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눈이 내리는 날이 드물지 않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떠나가는 계절의 미련과 다가오는 계절의 주저함이 교차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은가? “언젠가/ 네 곁을.. 2019. 2. 22.
유소사有所思, 열받은 여자의 한풀이 한대악부漢代樂府 중에 요가십팔곡鐃歌十八曲으로 분류하는 민요가 있다. 18곡이라 하지만, 연작시가 아니라, 하나하나 독립성을 갖춘 개별시다. 다만, 그것을 요가鐃歌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음할 수 있다 해서 후대에 이들 민가를 편집수록하면서 이리 뭉뚱그렸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요가鐃歌란 무엇인가? 요가란 간단히 말해 군가軍歌다. 군발이 노래란 뜻이다. 하지만 현재 요가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18곡은 내용이 잡박雜駁해서 군가적인 특성을 지닌 것이 있는가 하면, 아래에서 보듯이 변신한 애인을 향한 분노를 표출한 노래도 있다. 개중 하나인 아래시는 여타 악부민가樂府民歌가 대개 그렇듯이 본래 제목이 없다. 이런 시는 흔히 그 첫줄을 제목으로 삼거니와, 그래 에라이 편한 대로 유소사有所思라 해 둔다. 유소.. 2019. 2. 21.
초록 치마 걸친 매화 한시, 계절의 노래(272) 청매화[綠萼梅] [宋] 왕지도(王之道) / 김영문 選譯評 윤기 나는 천연 옥이미세하게 향기 내며 담담하게 화장하고동풍에 몸 기울였네 하지만 꽃샘추위여전히 사납지만 새벽 창에서 그래도초록 치마 입어보네 天然膩玉細生香, 斜倚東風佇淡妝. 可是春寒猶料峭, 曉窗猶試綠羅裳. 매화는 종류가 얼마나 될까? 매우 다양하다. 색깔에만 따르면 백매(白梅), 홍매(紅梅), 흑매(黑梅), 황매(黃梅), 청매(靑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백매는 흰 매화로 가장 널리 분포한다. 홍매는 다시 분홍색과 빨간색으로 나뉜다. 내가 본 분홍색 매화 중 일품은 백양사 고불매이며, 빨간색 매화 일품은 통도사 자장매다. 흑매는 홍매의 색깔이 짙어서 검붉은빛을 띠는 매화다. 화엄사 화엄매가 그렇다. 황매는 납매(臘梅.. 2019. 2. 13.
눈 온 뒤 피어난 홍매 한시, 계절의 노래(271) 눈 온 후 매화를 찾다[雪後尋梅] [宋] 오회지(吳晦之) / 김영문 選譯評 개울 위 외나무다리오솔길 비탈 대나무 바자울 친초가 두세 집 홍매는 시인과약속한 듯이 섣달 눈 처음 녹자꽃 보여주네 略彴溪橋小徑斜, 竹籬茅舍兩三家. 紅梅似與詩人約, 臘雪初消始看花. 입춘도 지나고 설날도 지나자 부쩍 꽃소식이 잦아진다. 오늘은 꽃샘추위가 제법 매서운 기세를 뽐내지만 부풀어 오르는 매화 봉오리를 막을 수 없다. 하얀 매화가 백설처럼 깨끗한 지조를 나타낸다면 붉은 매화는 겨우내 억눌렸던 춘심(春心)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춘심은 무절제한 본능의 발산이 아니다. 은은한 향기와 우아한 자태가 어울린 품격 높은 꽃마음(花心)이다. 이해인 수녀의 꽃마음은 이렇다. “매화는 기어이/ 보드.. 2019. 2. 11.
저 총각에 자꾸만 끌리는 마음 한시, 계절의 노래(270) 봄맞이 노래[迎春曲] 둘째 [明] 팽손이(彭孫貽)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누구 집 허리 가는아가씨인지 봄놀이 노랫가락다퉈 부르네 붉은 저고리로얼굴도 안 가리고 놀러 나온 총각을슬쩍 돌아보네 誰家細腰女, 競唱踏春詞. 紅衫不掩面, 微盻冶遊兒.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바야흐로 청춘남녀 풋풋한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에 특별한 계절이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햇살이 따뜻한 봄이 되면 나물 캐기, 꽃놀이, 뽕따기 등 야외활동을 통해 젊은 남녀가 만날 기회가 잦아진다. 나른한 햇볕과 온화한 봄바람은 겨우내 얼어붙은 처녀 총각 마음을 녹여 쉽게 사랑을 시작하게 한다. “개구리밥 뜯으러 남향 시냇가로 가네, 마름풀 뜯으러 저 길가 개울로 가네(于以采蘋, 南澗之濱. 于以采藻, 于彼行潦)”(『.. 2019. 2. 10.
장진주將進酒, 술로 토해낸 이태백李太白의 허무虛無 고주망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환락의 갈구가 아니라 시름을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태백太白이 말한 '만고의 시름[萬古愁]'은 무엇이겠는가? 허무 아니겠는가? 덧없음 아니겠는가?살고 싶다는 발악 아니겠는가? 그리움 아니겠는가? 갈구 아니겠는가? '但願長醉不願醒'...바라는 건 오직 오래도록 고주망태 되어 깨어나지 않았으면 할 뿐이라는 말에서 클라이막스를 이룬다고 나는 본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태백에 구토한다. 그 절절함과 파토스pathos에 절규한다. 그리하여 저 고주망태를 나는 이리 읽는다. 너가 보고 싶노라 피를 토한다. 미치도록 그립노라 발광하며 울부짖는다. 이태백 장진주(將進酒) 전문이다.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는가黃河之水天上來 황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선奔流到海不復回 미친 듯 흘러 바다로 가선.. 2019. 2. 10.
마주하고 마주해도 싫증나지 않는 이 경정산 뿐 한시, 계절의 노래(269) 홀로 경정산에 앉아(獨坐敬亭山) [唐] 이백(李白) / 김영문 選譯評 새들은 높이 날아사라지고 외로운 구름 홀로한가롭게 떠가네 서로 바라보며싫증내지 않는 건 오로지경정산 뿐이네 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閑.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 경정산(敬亭山: 安徽省 宣城市 소재)은 흔히 강남시산(江南詩山)으로 불리는 명산이다. 명산이라고 하면 높이가 꽤 높을 걸로 생각하지만 해발 317미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서 10여 리로 이어진 60여 봉우리가 강남 특유의 운무 및 호수와 어우러져 가히 선경을 방불하게 한다. 중국 남북조시대 남조 제(齊)나라 시인 사조(謝脁)가 「경정산에서 놀며(遊敬亭山)」 등 오언고시 4수를 남긴 이후 수많은 시인묵객이 유람하며 시와 그림을 남겼다. 그 중 유명 시인.. 2019.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