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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484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가 만난 옛 여인에게 이른 아침 길 나섰다가 우연히 옛 여자 만나 수레에서 지어준 시[早行逢故人車中爲贈] [梁] 심약(沈約) 殘朱猶曖曖 남은 연지 자국 아직 흐릿흐릿 餘粉上霏霏 남은 분 자국 여직 어지럽기만 하네 昨宵何處宿 지난밤엔 어디에서 자고는 今晨拂露歸 이 새벽에 이슬털며 돌아가오 두번째 구절 上은 尙의 잘못이거나 통가자 아닌가 한다. 2019. 3. 31.
간밤 비바람에 꽃잎은 얼마나 졌을꼬? 한시, 계절의 노래(304) 봄 새벽[春曉] [唐] 맹호연孟浩然(689∼740)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봄잠에 취해서동트는 줄도 몰랐더니 여기저기 새 소리들려온다 밤중에 들리던비바람 소리 꽃잎은 얼마나떨어졌을까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한밤 내내 봄비가 내린 새벽에는 이 시를 읽지 않을 수 없다. 한문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렸으므로 누구나 아는 한시다. 시어도 기본한자 수준이라 쉽게 읽을 수 있다. 맹호연은 왕유와 함께 성당 자연시파를 대표한다. 정적인 특성을 보이는 왕유 시에 비해 맹호연의 시는 비교적 동적인 면을 보인다. 표 나지 않는 자연의 움직임을 절묘하게 포착하여 만물의 기미를 드러낸다. 이 시를 읽을 때 처음 느껴지는 감각은 바로 청각이다. 이른 새벽에 곳곳에서 들려오.. 2019. 3. 23.
닭 모가지는 비틀면 새벽이 오지 않는 법이다 이 말을 비튼 전직 대통령이 있다. 이 닭 새끼라고 하면 제사 지낼 때가 생각이 난다. 우리 집안에서는 보통 제사를 그날 밤 12시 직전에 지냈는데 제사 지내기 전에 간혹 닭장에서 닭이 우는 일이 있다. 이를 가장 경계했거니와 그것은 닭이 바로 새벽의 메신저인 까닭이다. 이런 닭은 모가지를 비틀어 백숙을 만들어 먹었다. 독곡가(讀曲歌)는 우리의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중국 육조(六朝)시대 악부樂府로서 청상곡사(清商曲辭)에 속하며 오성가곡(吳聲歌曲)의 일종이다. 곽무천(郭茂倩)의 《악부시집(樂府詩集)》 권 제46이 집록輯錄한 독곡가는 총 86수이니, 현존하는 오성가곡 중에서는 민간가사로 보존 절대량이 가장 많다. 독곡가는 유송劉宋 원제元帝 원가元嘉 17년(440)~26년(452) 무렵에 발생한 것으로 본다. .. 2019. 3. 22.
살구 가지 끝에 보이는 붉은빛 한시, 계절의 노래(303) 이른 봄 두 수[春早二首] 중 첫째 [金] 단계창(段繼昌) / 김영문 選譯評 물고기 수면에 뜨고오리 머리 녹색인데 아지랑이 티끌 날리며회오리바람 솟구치네 울타리 뒤에 자리 잡은서산의 산가에는 살구나무 끝가지에붉은 빛 처음 보이네 魚兒水汎鴨頭綠, 野馬塵飛羊角風. 西崦山家籬落背, 杏梢初見一分紅. 매화가 지고 나면 이제 천지 곳곳에 꽃잔치가 벌어진다. 모든 봄꽃이 찬란하게 온 산천을 뒤덮는다. 살구꽃도 꽃잔치에 참여하여 어여쁜 얼굴을 뽐낸다. “묻노니 술집은 어디에 있느뇨? 목동이 저 멀리 살구꽃 마을 가리키네.(借問酒家何處在, 牧童遙指杏花村.)” 만당(晩唐) 두목(杜牧)의 절창 「청명(淸明)」이다. 비오는 봄날 술 고픈 나그네 앞에 살구꽃 마을(杏花村)이 멀찌감치서 환하게 다가선.. 2019. 3. 21.
비 되어 날리는 꽃 서러워 한시, 계절의 노래(302) 꽃을 곡하다[哭花] [唐] 한악(韩偓. 842?~923?) / 김영문 選譯評 향기로운 꽃망울늦게 필까 근심 했더니 지금 벌써 요염한 홍색땅에 져서 시들었네 정이 있는 사람이면어찌 울지 않으랴 한밤중 비바람 불 때서시를 장송하네 曾愁香結破顔遲, 今見妖紅委地時. 若是有情爭不哭, 夜來風雨葬西施. 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꽃비를 뿌린다. 꽃비는 꽃의 죽음이다. 찬란하지만 애잔하다. 지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우리의 꽃 시절도 쏜살 같이 지나갔다. 개화(開花)가 있으면 낙화(落花) 또한 피할 수 없다. 꽃이 피거나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우리는 꽃이 피면 기뻐하고 꽃이 지면 슬퍼한다.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듯 분분히 쏟아지는 꽃비를 가슴 아파한다. 《홍루몽』 가.. 2019. 3. 18.
아리까리, 아침구름처럼 떠난 그대 그리며 한시, 계절의 노래(301) 꽃인 듯 꽃 아니네[花非花] [唐] 백거이(白居易, 772~846) / 김영문 選譯評 꽃인 듯 꽃 아니고안개인 듯 안개 아니네 한밤에 왔다가날 밝자 떠나네 봄꿈처럼 왔다가몇 시진 머물렀나 아침구름처럼 떠나서찾을 곳 없구나 花非花, 霧非霧, 夜半來, 天明去. 來如春夢幾時多, 去似朝雲無覓處. 우선 시 형식이 독특하다. 앞 네 구절은 각각 삼언이고, 뒤 두 구절은 모두 칠언이다. 모든 구절이 오언이나 칠언으로 구성된 한시에 익숙한 독자들께서는 무슨 형식이 이러냐고 고개를 갸웃하시리라. 하지만 중국 민요에서는 이런 형식이 더 보편적이다. 앞의 네 구절 중 전반부 두 구가 하나의 단위를 이루고, 그 다음 두 구가 또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 다시 말해 이 시는 “화비화·무비무”가 하나의.. 2019. 3. 15.
백거이가 살구꽃한테 보내는 마지막 인사 한시, 계절의 노래(300) 조씨 마을 살구꽃[趙村杏花] [唐] 백거이(白居易, 772~846) / 김영문 選譯評 조씨 마을 붉은 살구꽃해마다 필 때 십오 년 간 몇 번이나보러왔던가 일흔셋엔 또 오기어려울 터라 올봄은 이별 위해여기 왔다네 趙村紅杏每年開, 十五年來看幾回. 七十三人難再到, 今春來是別花來. 백거이는 하남(河南) 신정(新鄭)에서 태어나 안휘(安徽) 숙주(宿州)에서 자랐다. 30대 중반부터 벼슬길에 나서 임직에 따라 장안(長安), 강주(江州), 항주(杭州), 소주(蘇州) 등지를 편력했다. 그러다가 53세에 태자좌서자분사(太子左庶子分司) 직에 임명되어 낙양으로 갔다가 그곳 산천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는 낙양 이도리(履道里)에 집을 마련하고 인생 후반의 거처로 삼았다. 하지만 낙양에 거처를 마련하.. 2019. 3. 13.
더딘 봄을 촉급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299) 봄날 흥취 열두 수 중[春日漫興十二首] 둘째 [明] 설혜(薛蕙, 1489~1541) / 김영문 選譯評 풀 새싹 반쯤 돋아푸릇푸릇 벽옥 빛 꽃술도 처음 열려담홍색 은은하네 어떻게 황금 얻어북두까지 높이 쌓아 청제에게 모두 보내동풍을 사오리요 草芽半吐參差碧, 花蕊初開淺淡紅. 安得黃金高北斗, 盡輸靑帝買東風. 물론 시인이 이 시를 쓰면서 황금으로 동풍을 사올 수 있다고 믿은 건 아닐 터이다. 아직도 문학적 비유를 펙트 체크하며 시를 감상하는 분들은 안 계시리라. 너무나 발걸음이 더딘 봄을 더 빨리 맞이하기 위한 조바심이 이 비유에 내포되어 있다. 고귀(高貴)한 봄이라고 할 때의 고귀(高貴)에는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값비싼 보배라는 뜻도 들어 있다. 그 값비싼 보배는 컬러풀하다. 겨.. 2019. 3. 13.
눈 녹고 태동하는 봄의 초목 한시, 계절의 노래(298) 소[牛] [宋] 구양수(歐陽修 , QuyangXiu, 1007~1072) / 김영문 고르고 옮기며 논평함 동쪽 울에 해가 뜨니참새가 놀라 깨고 눈 녹은 후 봄이 태동초목에 새싹 돋네 흙 언덕 완만한 곳비탈 밭 드넓은데 가로로 아이 싣고송아지도 데려 가네 日出東籬黃雀驚, 雪銷春動草芽生. 土坡平慢陂田闊, 橫載童兒帶犢行. 《주역(周易)》의 우주론에 의하면, 태극에서 양의(兩儀)가 생기고, 다시 사상(四象)·팔괘(八卦)·육십사괘(六十四卦)로 나아간다. 개벽은 까마득한 태초에 일어난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자연 속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캄캄한 밤이 지나고 태양이 밝아오는 새벽은 하루의 개벽이다. 지리산.. 2019. 3. 12.
눈속 남쪽 가지에 핀 꽃 두세 송이 한시, 계절의 노래(296) 이른 봄[早春] [宋] 백옥섬(白玉蟾, 1194~1229) / 김영문 選譯評 남쪽 가지에 비로소두 세 송이 피었음에 눈속에서 향기 맡으며분바른 모습 즐기네 담백하게 안개 빛농도 짙게 달빛 물드니 깊숙하게 물을 덮고야트막히 백사장 덮네 南枝才放兩三花, 雪裏吟香弄粉些. 淡淡着煙濃着月, 深深籠水淺籠沙. 강원도 일원에 봄눈이 내렸다는 보도가 얼마 전에 있었다. 이 밤에 만약 휘영청 달이 밝다면 그야말로 “달빛 희고 눈빛 희고 하늘 땅 모두 흰(月白雪白天地白)” 풍경이 펼쳐지리라. 이른 봄 눈 내린 달밤에 분바른 듯 하얀 꽃을 감상하는 이 시는 묘사가 좀 더 세밀하다. 굳이 패러디하자면 “달빛 희고 눈빛 희고 하늘 땅 모두 흴(月白雪白天地白)” 뿐 아니라 “꽃도 희고 안개도 희고 물과.. 2019. 3. 11.
보리, 구름 베틀이 빚은 초록 비단 한시, 계절의 노래(297) 보리밭[麥田]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청청재 김영문 고르고 옮기며 해설함 가없는 초록 비단구름 베틀에 짜여 전폭의 청라가땅 옷이 되었네 이것이 농가의진정한 부귀이니 눈꽃 다 녹자보리싹 살찌네 無邊綠錦織雲機, 全幅靑羅作地衣. 個是農家眞富貴, 雪花銷盡麥苗肥. 인동초(忍冬草)라는 풀이 있듯이, 보리도 겨울을 견뎌내는 식물의 하나다. 봄에 씨를 뿌리는 보리가 없지는 않지만 보통 가을에 파종한다. 이런 연유로 보리는 겨울 추위를 고스란히 견딘 후 봄을 맞는다. 겨울 추위를 견디는 과정에서 땅에 낀 서리발이나 얼음 때문에 보리 뿌리가 떠들리는 현상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고 보리의 착근(着根)을 돕기 위해 늦겨울이나 초봄에 보리밟기를 한다. 새봄이 되면 땅에 튼.. 2019. 3. 10.
백로, 거미, 아지랑이, 그리고 달팽이 한시, 계절의 노래(295) 사물 관찰[觀物] 둘째 [宋] 백옥섬(白玉蟾, 1194~1229) / 김영문 選譯評 새벽 백로 배 불리려개울 지키고 저녁 거미 생계 위해집을 빌리네 구속 없는 아지랑이허공 달리고 가쁜 숨 없이 달팽이는벽 위 밭가네 曉鷺守溪圖口腹, 暮蛛借屋計家生. 不羈野馬空中騁, 無喘蝸牛壁上耕. 시를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시인의 생애와 사상 등 작품 외적 요소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시를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흔히 역사적·전통적 접근법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작품 밖의 다양한 상식에 치중하다 정작 시 내면의 구조나 풍경을 놓치기 쉽다. 이에 반발하여 구조주의나 신비평에서는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는 순간 텍스트로서 독립성을 가진다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들은 텍스트를 받치는 구조나 시.. 2019. 3. 9.
미세먼지 자욱한데 다툼은 그치지 아니하고 한시, 계절의 노래(294) 문밖[門外] [宋] 여도화(黎道華)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대문 밖 누런 먼지한 자 가량 깊은데 바보들은 죽어라고다투며 부침하네 초가 처마 한 치 태양그 누가 알리요 한적한 내게 하늘이 준만금의 보물임을 門外黃塵尺許深, 癡兒抵死競浮沈. 誰知一寸茅簷日, 天付閑人値萬金. 내가 2년여 전 이사온 곳은 대구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나이 50 후반에 시골로 이사간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은 내가 전원주택을 지어 금의환향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사는 곳은 15층 아파트다. 금의환향은 고사하고 오히려 내 고향에서 더 멀어진 감이 있다. 포의(布衣)를 입고 더 먼 타향으로 떠도는 신세라 해야 한다. 다행히도 아파트 뒤로 매화가 피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물안.. 2019. 3. 7.
매화 대신 부치는 매화시 한시, 계절의 노래(291) 다른 사람 시에 답하다[答人吟] 둘째 [宋] 소옹(邵雍, 1011~1077)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초봄 낙양성에매화 꽃 필 때 매화 감상하다 또매화시 읊네 매화 펴도 먼 곳으로부치기 어려워 매화시만 부치며그리움 담네 初春洛城梅開時, 賞梅更吟梅花詩. 梅花雖開難遠寄, 唯寄梅詩伸所思. 그리움은 보고 싶은 대상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행위다. 생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당장 만나지 못하므로 애틋한 마음으로 그리워한다. 부모, 가족, 연인, 친구 등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 반려식물, 평소에 아낀 애완품, 나를 품고 길러준 골목, 마을, 산천이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혼자서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고운 꽃을 보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볼 때 생각.. 2019. 3. 7.
동풍 불어와 버들에 안개 끼고 한시, 계절의 노래(292) 봄 온기[春暖] [唐] 진우(陳羽, 753?~?)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동풍이 온기를불어와 맑은 하늘에흩어놓네 연못 색깔점점 변하여 버들에 안개도끼려 하네 東風吹暖氣, 消散入晴天. 漸變池塘色, 欲生楊柳烟. 전통 시나 회화에서 봄을 묘사한 전형적인 풍경 중 하나는 바로 연못가나 시냇가에 휘늘어진 연초록 버드나무 그림이다. 이 풍경에는 흔히 연못에서 버드나무에 걸쳐 희미한 안개(烟霧)가 서려 있다.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 제”(조헌趙憲 시조)라고 읊은 시조의 풍경이 바로 이 시 셋째 구와 넷째 구와 겹치는데 여기에 나오는 ‘내’가 희미한 안개 즉 연무다. 이를 수묵화로 그려 ‘양류연심(楊柳烟深)’, ‘춘수류연(春水柳烟)’ 등의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2019. 3. 5.
꽃비에 떨어진 붉은 연지 한시, 계절의 노래(289) 홍매(紅梅) [元] 왕면(王冕, 1287? 1310? ~ 1359)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깊은 정원 봄빛이끝이 없는데 향풍 불어 초록 물결일어나누나 옥 같은 매화는고운 꿈 깨어 꽃비로 붉은 연지떨어뜨리네 深院春無限, 香風吹綠漪. 玉妃淸夢醒, 花雨落胭脂. 왕면은 원말명초(元末明初)의 시인 겸 화가다. 특히 그는 매화를 좋아하여 평생토록 매화를 심고[種梅], 매화를 읊고[詠梅], 매화를 그렸다[畵梅]. 그의 호 매화옥주(梅花屋主)도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 그가 그린 매화 그림이 여러 점 전한다. 「묵매도(墨梅圖)」, 「향설단교도(香雪斷橋圖)」, 「남지춘조도(南枝春早圖)」 등은 모두 먹의 농담(濃淡)으로만 매화를 그린 명작이다. 이 중 「향설단교도」에 이 시의 묘사와 같은 매.. 2019. 3. 5.
2월 봄바람이 칼로 오려낸 버드나무 가지 한시, 계절의 노래(293) 버들 노래[詠柳] [唐] 하지장(賀知章, 659~744)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벽옥으로 몸 꾸민키 큰 나무 한 그루 초록 실끈 만 가지치렁치렁 드리웠네 미세한 잎 그 누가오렸는지 몰랐는데 이월 봄바람은가위와 같구나 碧玉妝成一樹高, 萬條垂下綠絲縧. 不知細葉誰裁出, 二月春風似剪刀. 버드나무를 묘사하면서도 제목 이외에는 버드나무란 글자를 전혀 쓰지 않았다. 마치 스무고개를 풀어가는 모습같다. 제목을 가리고 이 시를 한 구절씩 읊는다면 수수께끼 답을 찾는 과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봄바람을 가위로 비유하고 버들잎을 봄바람이 재단한 봉제품으로 비유한 발상은 참으로 독특하고 기발하다. 부드러운 봄바람은 날카로운 가위와 거의 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봄날 뾰족하게 싹을 틔운 버.. 2019. 3. 3.
떠난 뒤 빈 역 비추는 잔약한 등불 한시, 계절의 노래(288) 이른 떠남[早行] [宋] 유자휘(劉子翬, 1101~1147)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마을 닭이 이미새벽 알리니 새벽 달은 점점빛을 잃누나 갈 사람 곧장떠나고 나자 잔약한 등불만빈 역 비춘다 村雞已報晨, 曉月漸無色. 行人馬上去, 殘燈照空驛. 느낌은 구체적 형상이 없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류(氣流)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감각으로 느낌을 포착할 수 있다. 물론 감각을 초월하여 감지되는 이심전심의 느낌도 있다. 심지어 느낌은 짧은 메시지나 전화기를 통해서 전달되기도 한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조차도 주위와 느낌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구체적 형상이 없는 느낌을 문학이나 예술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이게도 구체적 형상에 의지해야 한다. 유.. 2019. 3. 3.
버들 정 꽃 생각에 옷깃이 가득하고 한시, 계절의 노래(287) 초봄 두 수[初春二首] 중 둘째 [송] 항안세(項安世, 1129~1208)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춥지도 덥지도 않게풍경이 좋아짐에 취한 듯 졸린 듯봄 마음 깊어지네 연초록과 진홍색이한 점도 없지만 버들 정과 꽃 생각이절로 옷깃에 가득 하네 不寒不暖風色好, 似醉似眠春意深. 嫩綠深紅無一點, 柳情花思自盈襟. 봄은 어디서 오는가? “저 건너 저 불탄 오솔길”에서 오고, “푸른 바다 건너서” 오고,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에 실려 온다. 당나라 두보는 “봄은 다시 모래톱 가에서 돌아온다(更復春從沙際歸)”(「낭수가閬水歌」)라 했고, 송나라 구양수는 “바람이 봄을 하늘에서 데려온다(風送春從天上來)”(「춘첩자사春帖子詞」)라 했으며, 송나라 진조(陳造)는 “봄은 땅속 깊은 곳에서 온다(.. 2019. 3. 3.
동풍 불면 얼음은 조심해서 밟을지니 한시, 계절의 노래(286) 초봄 절구 세 수[初春三絶] 중 셋째 [宋] 여도(呂陶, 1028~1104)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궁벽한 산 어둔 계곡몇 겹으로 깊숙한데 한 나무에 동풍 불어쌓인 음기 흩어지네 이로부터 얇은 얼음더 신중히 밟을지니 세상 길 평소에도이미 두려워 떨었다네 窮山幽谷幾重深, 一樹東風散積陰. 從此薄氷尤愼履, 世途平日已寒心. 며칠 간 이번에 출간한 《원본 초한지》를 다시 집중해서 읽느라고 한시 연재를 쉬었다. 독자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이다. 다시 계절의 노래를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린다. 겨울은 초목이 쇠락하고, 산천이 얼어붙고, 동물이 칩거하는 계절이므로 흔히 어둠, 냉기, 죽음, 침잠, 곤궁 등을 표상한다. 그런 겨울 뒤를 잇는 계절 새봄은 겨울과 반대 되는 이미지를 뽐낸다. 이 .. 2019. 3. 3.
여전히 먹물 머금은 왕휘지 옛집 못물 한시, 계절의 노래(277) 왕우군 묵지[右軍墨池] [唐] 유언사(劉言史)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영가 시절 인간만사 모두 공(空)으로 귀착됐고 일소가 살던 옛집 덩굴 속에 남아 있네 지금도 못물이 남은 먹색 품고 있어 다른 여러 샘물과 색깔이 같지 않네 永嘉人事盡歸空, 逸少遺居蔓草中. 至今池水涵餘墨, 猶共諸泉色不同. 여러 해 전에 루쉰(魯迅), 추진(秋瑾), 차이위안페이(蔡元培), 저우언라이(周恩來) 등 중국 근현대 유명 인물들의 발자취를 확인하러 중국 저장성(浙江省) 사오싱시(紹興市)에 간 적이 있다. 상하이(上海)에서 직통버스를 타고 사오싱에 내렸다. 터미널에는 관광객을 잡으러 나온 삼륜차 기사들로 넘쳐났다. 그 중에서 한 기사를 선택하여 내가 가고 싶은 코스를 죽 설명했다. 일반적인 관광코스와 .. 2019.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