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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236

동-식물고고학의 추이 동물고고학(zooarchaeology) 혹은 식물고고학(archaeobotany)이라는 분야가 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과 식물을 고고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분야로, 서구학계, 특히 유럽 쪽에서는 꽤 연구자 층도 두텁다. 일본도 식물고고학은 모르겠지만, 동물고고학은 독립된 학회가 조직되어 있다. 동물고고학 혹은 식물고고학이라 하면 발굴현장에서 나오는 뼈나 유기물을 분석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고고학 현장에서 나오는 뼈 뿐 아니라 현대의 각종 작물 가축의 DNA를 분석하여 야생종과 비교하는 등 유전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한국 농업사회의 성립을 규명하려면 바로 이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동물 혹은 식물고고학적 보고를 계속 주시하면서.. 2024. 9. 1.
일본사에서 바라본 한국사, 그 유산은 청산해야 우리는 잘 깨닫지 못하지만 한국사를 일본사에서 보는 입장이 은연 중에 우리에게 파고 들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앞에서 필자가 예를 든 잡곡농경에 대한 우리의 시각. 그 시각 상당 부분은 일본사에서 쌀농사와 잡곡농경을 보는 시각에 영향을 받았다. 알다사피 중국은 잡곡농경에 대한 비하, 도작농경에 대한 찬상이 있을 수가 없다. 잡곡농경은 황하문명의 기반이며, 양자강 유역의 도작 농경은 그 지역 고유문화 성립에 큰 영향을 주었을지언정 화북의 잡곡농경보다 우월하다거나 고도의 농경이라 우길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독 쌀에 대한 찬상, 잡곡에 대해 우습게 보는 우리의 시각은 일본의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이러한 시각에 따라 잡곡농경을 저열한 초보적 농경으로 보는 시각이 우리에게 아직도 큰 .. 2024. 9. 1.
번역본 찬미 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서는 번역본을 보지 않았다. 반드시 원서를 구해 읽었다. 전공서적뿐 아니라 이보다 조금 가벼운 교양서도 마찬가지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쓴 책의 경우 해당 국가 원서를 구해 읽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번역본을 믿지 못했던 탓이 크다. 최근에는 이런 습관이 바뀐 것이 이제는 원서를 구해 읽을 때의 팽팽한 긴장감이 부담이 된다. 조금 가볍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고,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데는 역시 모국어 번역본이 가장 제격이라. 그러다 보니 번역 수준을 따져 어렵사리 소문이 좋은 번역본을 구해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국내에서 야마오카 소하치와 시바 료타로 번역에는 박재희 씨 번역이 최고인 것 같다. 물론 심각한 오역이 많은 것도 알고는 있는데, 책의 필체가 원.. 2024. 8. 31.
시루는 잡곡 소립용이다 앞에서 이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지만, 필자는 쌀과 각종 잡곡을 전부 시루로 쪄서 먹어보았다. 결론은-. 유적에서 나오는 시루는 쌀밥용이 아니다. 잡곡, 그 중에서도 소립. 작은 낱알. 구체적으로는 조나 기장을 찌기 위한 용기다. 과거에 깡조밥이나 깡기장밥을 먹어본 분들도 대개는 쌀밥처럼 끓여 뜸을 들인 조밥이나 기장밥을 드셨을 텐데, 특히 기장밥은 끓이고 뜸을 들이면 맛이 없다. 쪄야 한다. 쪄서 먹으면 낱알도 달고 기름기도 돌아 정말 맛있다. 반면에 시루로는 쌀을 익혀 먹기 쉽지 않다. 특히 현미의 경우에는 더 어렵다. 쌀밥을 단시간에 쪄서 익히기가 쉽지 않아 시루가 곡물취사용기로 쓰인 경우 필자는 높은 확률로 그 용기는 조나 기장 같은 소립 잡곡용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시루가 나온다? 주식이 잡곡.. 2024. 8. 30.
잡곡농경을 우습게 보는 시각 도작농경은 고도의 농경, 잡곡농경은 초보적 농경이라 보는 믿음이 있는데,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작 농경 이전에 잡곡 농경, 조와 기장 농사가 조몽시대에 있었다는 것인데, 이것이 어디서 들어왔는고 하면 한반도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계간고고학 166호)정작 야요이 수전 경작 이전에 도대체 어떤 문화가 대륙에서 잡곡 농사와 함께 들어온 것인지구체적으로는 설명도 못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명백히 밭농사, 잡곡 농경은씨앗만 있으면 뿌려 두면 알아서 자라 수확이 된다는 시각으로 별로 기술 없이도 농사가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깔려 있어, 한반도에서 도래인을 매개로 하지 않고도씨앗이나 기술 전수만으로도 쉽게 농사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말.. 2024. 8. 30.
한반도 정착 농경론 논쟁 한국에서는 지금 신석기시대 농경이 있었냐 없었냐, 이것이 정착 농경인가 아닌가로 아직도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최근 나오는 논문들을 보면, 신석기시대 농경의 주 작물인 조와 기장의 경우, 그 최초 재배지가 요하 서쪽, 요서 지역으로 거의 굳어가고 있고, 일본도 이에 따라 나오는 주장이 소위 말하는 조몽시대 잡곡 농경론이다. 일본의 주장으로는 도작 이전에 이미 정착 잡곡 농경이 있어그 기술적 토대 위에 도작을 대륙에서 받아 시작했다는 것이므로, 이 일본에 있었다는 정착잡곡농경 개시 연대는 일본 측 주장에 의하면 당연히 도작 도입 연대를 상회한다. 물론 정착 농경이지 이리저리 떠돌면서 잡곡 농사를 지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하면, 한국이 지금처럼 신석기시대 농경론에 대해 무..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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