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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파른본 삼국유사 사건 고 손보기 선생 소장 소위 파른본 《삼국유사》가 공개된 직후, 신라사학회에서 나는 이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3년 5월 17일 남영동 저택에서 그것을 준비하면서 찍은 몇 컷 중 하나다. 판본 비교를 위해서는 《삼국유사》 영인본들이 필요했으니, 집에 소장한 《삼국유사》 영인본 너댓 종을 펼쳐 놓고는 파른본과 비교했다. 물론 이런 작업은 연세대가 파른본을 공식 공개하기 전에 대강 이뤄져서, 그 공개 전날 나는 그 분석 결과를 우리 공장 기사로 내놓았다. 비교 대상은 안정복 수택본과 고려대본 등등으로 기억하는데 안정복 수택본은 인쇄상태가 너무 안좋았다고 기억한다. 이것이 판본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인본印本의 문제인지는 내가 확인하지 못했다. 이 파른본은 그 판각 혹은 조선 중종..
추사는 발명품 《용재수필》물린 자리 허전함을 메꾸고자 새벽에 뒷다리 잡기 시작한 후지즈카 책 역본이다. 원저 명성이야 익히 알려진 바이거나와 우리가 아는 추사 김정희는 '발명'되었다. 다시 말해 추사는 자연히 주어진 그 무엇이 아니요 누군가가 필요에 의해 주물한 이미지다. 그 위대한 주물의 용범을 만든 이가 후지즈카요 그가 주물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후지즈카를 제대로 소화한 적이 없다. 저 일본어 원전은 무단 복제본으로 오래전에 구해놓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후지즈카가 더욱 놀라운 점은 박제가 역시 저의 손끝에서 관속에서 튀어나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본인 후지즈카에게 김정희나 박제가가 종착역은 아니었다. 그가 추구한 바는 청대 고증학의 일본 열도 상륙의 양상이었고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 ..
영문학자·불문학자 고 이가형 선생이 겪은 위안부 내 세대 문학 언저리에 얼쩡 거린 사람 중에는 이가형李佳炯(1921~2001)이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식민치하 일본 제국대학 유학도로, 해방 이후에는 대학에서 교수로 교편을 오랫동안 잡은 그는 특히 번역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냈으니, 그가 옮긴 책이 많았다. 그의 번역 인생에서 독특한 점은 불문학과 영문학을 아우른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의 전력을 볼 때 의문이 좀 풀린다.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다니다가 태평양전쟁 말기에 학도병으로 징집된 그는 1945년에 연합군 포로가 되어 싱가포르 포로수용소 생활 1년을 하면서 영문학으로 바꾸었다. 대학은 중앙대와 국민대에서 봉직했다. 나 역시 그가 번역한 영문학 혹은 불문학 책으로 한때나마 문학에 심취한 시절이 있었다. 허먼 멜빌 《모비 딕》과 앙드레 말..
CULTURAL HERITAGE PROTECTION ACT 문화재보호법 영문판 CULTURAL HERITAGE PROTECTION ACT Act No. 13249, Mar. 27, 2015 CHAPTER I GENERAL PROVISIONS Article 1 (Purposes) The purpose of this Act is to promote the cultural edification of Korean nationals and to contribute to the development of human culture by inheriting national culture and enabling it to be utilized through the preservation of cultural heritage. Article 2 (Definitions) (1)The term "cul..
김기림 '새나라송頌' 文대통령 인용한 '한 시인의 노래'는 김기림 '새나라송'송고시간 | 2019-08-15 11:21광복절 경축사가 불러낸 납북시인, 모더니즘 기수서 참여문학 선봉으로 새나라송頌 김기림(金起林(1908~ ?) 거리로 마을로 산으로 골짜구니로 이어가는 전선은 새 나라의 신경 이름 없는 나루 외따른 동리일망정 빠진 곳 하나 없이 기름과 피 골고루 돌아 다사론 땅이 되라 어린 기사들 어서 자라나 굴뚝마다 우리들의 검은 꽃묶음 연기를 올리자 김빠진 공장마다 동력을 보내서 그대와 나 온 백성이 새 나라 키워 가자 산신과 살기와 염병이 함께 사는 비석이 흔한 마을에 모―터와 전기를 보내서 산신을 쫓고 마마를 몰아내자 기름 친 기계로 운명과 농장을 휘몰아 갈 희망과 자신과 힘을 보내자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
욕망의 변주곡 (5)《화랑세기》와 찰주본기刹柱本記, 용수龍樹와 용춘龍春 아래 원고는 2010년 11월 6일 가브리엘관 109호에서 한국고대사탐구학회가 '필사본 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개최한 그해 추계학술대회에 '욕망의 변주곡, 《화랑세기》'라는 제목을 발표한 글이며, 그해 이 학회 기관지인 《한국고대사탐구》 제6집에는 '‘世紀의 발견’, 『花郞世紀』'라는 제목으로 투고됐다. 이번에 순차로 연재하는 글은 개중에서도 학회 발표문을 토대로 하되, 오타를 바로잡거나 한자어를 한글병용으로 하는 수준에서 손봤음을 밝힌다. 4. 《화랑세기》와 찰주본기刹柱本記, 용수龍樹와 용춘龍春 황룡사 찰주본기를 오로지, 혹은 그것을 주요한 전거로 삼은 직업적 학문종사자의 글은 많다. 나아가 찰주본기가 말하는 황룡사 목탑 창건에 대한 연기緣起와 창건 과정 또한 《삼국유사》가 저록한 그것은 비록..
고대 근동학자 조철수 몇년 전이던가? 아님 그보다 더 오래됐을 수도 있다. 아래 기사에서 다룬 조철수 박사 근황이 궁금해 지인들한테 물어보니, 타계했다 해서 놀란 적 있다. 참 아까운 인재다. 기독신학을 고리로 삼아 인류문명 출발을 파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메르 문명까지 치고 들어간 그의 학문 이력은 이런저런 논문과 책으로 남았거니와, 그는 이른바 성서고고학 혹은 성서문자학 혹은 성서신화학으로 통칭할 만한 분야 국내 흐름을 주도한 1세대였다. 그 자신도 은사 한태동 선생한테 감발해 경영학과를 때려치고, 신학과로 전과했듯이, 그에게서 직간접으로 감발한 후배들이 적지 않게 나와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내고 있으니, 천상에서나마 조금은 위로받지 않을까 한다. 그와의 직접 인연이라 해봐야 나는 얼마되지 않는다. 몇번 이런저런 자리에서..
늦바람에 벗겨지는 용마름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짚으로 짠 이엉 중에 초가 용마루나 담장 꼭대기에 올려 빗물이 새어듬을 막는 건축자재를 용마름이라 한다. 이 용마름은 자주 갈아야 한다. 짚은 썩기 마련인 까닭이다. 늦바람이 용마름을 벗긴다 거나 늦바람에 용마름 벗겨진단 말이 있다. 늦게 바람이 나다 보면 담장을 뻔질나게 뛰어넘기 마련이라 그래서 용마름이 자주 벗겨지는 법이다. 바람이 날려거든 죽 나거나 혹은 젊은 시절에 나야 한단 교훈이다. 계속 바람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