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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1825

미실을 간병하다 병을 얻은 설원랑 화랑세기 7세 풍월주 설원공전 한 대목은 그와 그의 베아트리체 미실의 '이상한' 죽음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설원)공은 건원(建元) 14년(549)에 나서 건복(建福) 23년(606) 7월에 卒했다. 그때 미실궁주가 이상한 병에 걸려 여러 달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공이 밤낮으로 옆에서 모셨다. 미실의 병을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밤에는 반드시 기도하였다. 마침내 그 병을 대신하였다. 미실이 일어나 슬퍼하며 자신의 속옷을 함께 넣어 장사를 지내며, ‘나 또한 오래지 않아 그대를 따라 하늘에 갈 것이다’고 하니 그때 나이 58세였다. 당시 58세는 장수까지는 아니라 해도, 그런대로 천수天壽를 누렸다 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 대목이 허심하지 아니하게 보이는 까닭은 혹 돌림병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기도 하는 .. 2018. 12. 6.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 영어로는 줄리어스 시저, 그의 시대 실제로 이탈리아 반도 본토인들이 사용한 고전 라틴어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했다는 이 유명한 말을 내가 새삼 끌어댄 까닭은 그것이 태동한 역사적 맥락이나, 그것이 현재의 실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를 논급하는 것과는 하등 관련이 없고, 외국어 습득과 관련한 두어 마디를 보태고자 함이다. 기원전 47년, 젤라 전투(the Battle of Zela)에서 폰투스 왕 파르나케스 2세(Pharnaces II of Pontus)를 순식간에 제압하고는 의기양양하게 카이사르가 떠들었다는 저 말이 영어로는 흔히 I came, I saw, I conquered 라고 번역하거니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하는 한국어 새김.. 2018. 12. 4.
두 개의 씨름 Ssirum과 Ssireum 남북한 씨름이 26일 아프리카 모리셔스(Mauritius) 수도 포트 루이스(Port Louis)에서 개막한 제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the Intergovernmental Committee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에서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the 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inscription)됐다. 등재 목록 이름은 조금은 요상해 '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거니와, 굳이 이를 옮기면 '전통의 한국 레슬링, 씨름'이 된다. 씨름이면.. 2018. 11. 26.
상엽霜葉, 서리 오기 전에 이미 져버린 단풍 오늘 경복궁을 횡단해 건추문 쪽으로 나가다 보니, 저 은행나무 이파리가 단 한 개도 남아있지 않음을 봤다. 이 은행나무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번 가을은 다른 데 은행나무에 정신이 팔려 전연 이곳 단풍은 눈길 한 번 주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서울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이미 은행은 단풍이 되어 지상으로 꼬꾸라졌다. 상엽霜葉, 즉, 서리맞은 단풍이라는 말은 무색하니, 여태까지 죽 그랬다. 그 인근 주택가를 지나다 보니 단풍나무 단풍이 한창이다. 조만간 지리라. 서리가 오기 전에 지리라. 이때까지 죽 그랬다. 서리 맞아 생긴 단풍은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모든 단풍은 서리가 오기 한창 전에 이미 단풍 되어 낙엽落葉로 사라져 갔으니깐 말이다. 그러고 보니 화려한 단풍을 묘사하는 절창 중의 절창,.. 2018. 11. 12.
이규보가 증언하는 배불뚝이 포대화상 포대화상(布帒和尙)에 관한 단편 하나를 이 블로그에서 나는 '포대화상의 시대'라는 제하 글로써 간략히 초한 적 있거니와, 그에서 나는 한반도 포대화상과 관련한 증언으로 가장 빠른 글 중 하나로 이규보를 언급했으니, 당시엔 나는 이 글을 직접 인용하지 않았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것을 직접 보기로 한다. 그 글은 이규보(李奎報·1169∼1241)의 방대한 문집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 권 제19 찬(贊) 중 하나로 실렸으니, '포대화상찬(布袋和尙贊)'이라는 글이 그것이다. 포대화상찬이란 포대화상을 상찬, 혹은 칭송한 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포대화상의 생태적 특징과 그것이 지닌 특성 혹은 장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한다. 옮김은 한국고전번역원 제공본을 기본으로 삼아 보면 다음과 같다. 일.. 2018. 11. 11.
"내 문장은 한 글자도 손 못댄다"는 고봉 기대승 어우담(於于談)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그의 야담 필기류 집성집인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채록한 증언 중 하나다. 문장을 하는 선비는 간혹 누가 그 문장의 문제점을 말하면 기뻐하면서 듣기를 즐겨하여 물이 흐르듯 그것을 고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발끈 화를 내면서 스스로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고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고봉 기대승은 문장으로 자부해서 다른 사람에게 굽히지 않았다. 지제교로서 왕명을 받들어 지어 올리는 시문에서 승정원 승지가 그 문제점을 표시하여 지적하면 그것을 가져온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며 꾸짖고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文章之士, 或言其文之疵病, 則有喜而樂聞, 改之如流者, 或咈然而怒, 自知其病而不改者. 奇高峰大升, 自負其文章, 不肯下人. 以知製敎, 進應敎之文, 政院..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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