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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907

미당의 자화상이 투영한 인촌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몇 방울의 피가 섞여 있어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2000년 향년.. 2018. 10. 20.
시린 가을, 붉은 마음 따스했다. 노곤노곤 했다. 몸이 좀 안좋아 휴직했다 복직한 이 업계 친구 불러다가 공장 인근에서 밥 한 사발 먹이며 그랬다. 넌 일찍 죽지 마라. 나 죽거든 조의금 듬뿍 내라. 그러리란 다짐 받고 발길 돌리는데 괜한 말 했나 싶어 괜실히 시리다. 그래도 따땃하니 좋다. 경복궁엘 갔다. 만궁홍엽滿宮紅葉 직전이나 이런 때 역광에 비친 홍엽 황엽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해 뉘엿뉘엿한 무렵엔 핏빛으로 변하니 오늘 대낮을 골라 들어선 까닭이다. 파릇함 여운 채 가시지 않은 이파리 도드라진다. 홍엽 황엽과 대비하니 푸르름도 이 계절엔 제법 쓸 만하다. 은행 단풍으론 이 우주에서 뽑을 만한 저 나무 아직은 절정이 아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이 앞엔 부도탑 하나가 있었더랬다. 그가 애초 실려올 땐 몹시도 거슬렸겠지만.. 2018. 10. 19.
하염없는 부러움 원님 따라 나발도 부는 법. 하지만 가끔은 내가 원님이 되어 나발을 앞세웠음 하는 때가 없지는 않다. 오늘 우리 공장 출판 혹은 문학 혹은 학술 담당하는 친구들 밥상을 흘끗흘끗 살피니 다음주에 소개해 줬음 해서 출판사에서 배달한 신간이 두툼한 무더기를 이루거니와, 개중 보니 움베르토 에코가 있다. 얼마전 타계한 이 친구는 소위 전공 분류가 쉽지 않아, 소설가이기도 하다가 역사학자이기도 하고, 문화평론가인 듯도 하니, 아무튼 천태만상이라, 그러면서 그들에서 각기 일가를 이루었으니, 그래서 나는 편의상 잡탕주의, 잡식주의 문필가라 해둔다. 국내에서는 에코 열풍이라 할 만한 현상이 있고, 그에 편승해 그의 주저라 할 만한 것은 얼추 다 번역된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아니한 듯, 이 신간이 혹 번역 재판 혹은 .. 2018. 10. 19.
김지수 헤롱헤롱 vs 나영석 사건 어제 문화부 연예가 화제는 배우 김지수 술 쳐묵고 횡설수설 기자회견이었다. 이 사건 우리 기자는 현장을 놓쳤다. 몰라서가 아니요 워낙 일정이 많은 까닭에 거기 투입할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김지수가 저런 짓을 일삼았단 소식이 들어왔다. 어찌 보면 해프닝인데 고민하다 첨엔 안쓰기로 했다. 한데 사정이 변했으니 그 소속사에서 부랴부랴 그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래서 나중엔 결국 처리했다. 오늘 연예곈 이른바 악성루머로 난리였다. 나영석 피디와 배우 정유미가 어떻다나 하는 찌라시가 난리였으니 실검 수위를 다투었다. 쓰나마나 또 고민했다. 그러다 어제 일을 참고 삼아 혹 소속사서 입장을 내놓으면 쓰자 했는데 이내 양쪽에서 가짜 뉴스 엄중 대응이란 격앙어린 반응이 나와서 이걸로 썼다. 한데.. 2018. 10. 18.
가을은 어우동이다 화단은 꽃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정감이 가지 아니한다. 너가 예쁜 줄 모르지 아니하되 찍어 바른 분 같고 끼워넣은 플라스틱 가슴만 같고, 보톡스 맞은 얼굴만 같아 볼 때뿐이로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보단 차라리 담장 부여잡고 오른 담쟁이가 역광에 빚어내는 같은 붉음이 드글드글 내 속만 같아 괜시리 눈길이 더 간다. 가을은 어우동이다. 2018. 10. 17.
이모저모한 가을 꼭 들녘으로 나가야겠는가? 공장 주변을 돌아보니 오뉴월 소불알처럼 늘어지고 자줏빛 두툼한 목도리 둘렀는가 하면 수류탄 영글어 곧 터질 듯만 하며 조는 영글어 금방이라도 밥상에 오를 자세며 물건는듯 이 대빵 완두콩인지 뭔지는 소여물로 구유통 향하려 하고 희끗한 하늘 보기 부끄러워 목디스크 환자 마냥 고갤 수그리는데 언뜻 보니 아키시안 듯한데 자세히 보니 종자 다른 듯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벌개벗고 어셔옵셔 외치는 일밖에 없더라. 내 인생 삐끼도 아니요 기도도 아닐진댄 그댄 왜 벗었고 왜 몸뚱인 람보요 함에도 고추는 왜놈의 그것 같은고? 오늘 광화문은 이러구로 가을에 익어간다.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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