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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어도 꽃은 피겠지 한시, 계절의 노래(18) 익주로 가며 작은 뜰 벽에 쓰다[將赴益州題小園壁] [唐] 소정(蘇頲) 또는 장열(張說, 667~730) / 김영문 選譯評 해 저물어 몸 더욱늙어가는데 봄이 오면 정든 집떠나야한다 아까워라 동쪽 뜨락저 나무들 사람이 없어도꽃 피우겠지. 歲窮惟益老, 春至却辭家. 可惜東園樹, 無人也作花. (2018.05.01.) 늙어가는 몸으로 익주(益州)로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 현종(玄宗) 개원(開元) 8년(720년) 소정(蘇頲)이 쉰을 넘어 익주장사(益州長史)로 부임한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먼 타향으로 관직 생활하러 떠나야 하는 시인이 집안 뜨락을 거닐며 매화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등 봄꽃 나무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광경임에 틀림없다. 아쉬워하는 마음이 행간에 짙게 배어.. 2018. 5. 2.
고구려 태조왕太祖王의 책성柵城 순수巡狩와 봉선封禪 내가 논문이랍시며 이곳저곳에 한창 싸지르던 시절, 〈고구려 태조왕(太祖王)의 책성(柵城) 순수(巡狩)와 봉선(封禪)〉이란 제목의 글 한 편을 탈조한 일이 있으니, 한민족학회라는 곳에서 발간하는 기관지 《한민족연구》 제3집(2007년 6월 발간)에 수록됐다.(동 기관지 45~69쪽에 실렸다.) 이 글은 나로서는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이었으나, 이것이 어찌하여 저 잡지에 기고되기에 이르렀는지는 자세한 내막을 지금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당시 학회장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의 인연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 저 학술지나 학회 모두 그 명칭에서 소위 말하는 '국뽕' 냄새가 짙기 마련이거니와, 실제 그것이 표방하는 정신도 그랬다고 기억한다. 저 무렵 정 교수가 저 학회가 주최하는 어떤 자리에서 논문 발표를.. 2018. 5. 1.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시게 산속에서 은자와 술을 마시다[山中與幽人對酌] [당(唐)] 이백(李白)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두 사람 대작에산꽃이 핀다 한 잔 한 잔또 한 잔 나는 취해 자고 싶어너도 이제 그만 가 내일 아침 생각나면거문고 안고 다시와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卿且去, 明朝有意抱琴來. (2018.04.30. 산꽃은 왜 필까? 두 벗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달콤한 주향(酒香)에 취하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꽃은 “난초 향기를 발하며(同心之言, 其臭如蘭)”(『주역』 「계사전繫辭傳」) 주위의 봄꽃도 활짝 피어나게 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김소월, 「산유화」) 그야말로 백화제방(百花齊放)이다. 그러므로 “한 잔 한 잔 또 한 잔(一杯一杯復一杯)”은 모.. 2018. 5. 1.
오늘 보내는 봄 내년엔 버들가지로 돌아왔으면 봄을 보내며[送春] 2수 중 둘째 [송(宋)] 이광(李光, 1078~1159)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뭇 꽃들 다 지고버들솜 날려 밭둑에도 놀이꾼점점 드무네 오늘은 나루에서봄을 보내니 내년 버들 가지에되돌아오길 群花落盡柳綿飛, 陌上遊人去漸稀. 今日江津送春去, 明年還向柳梢歸. (2018.04.29.) 봄도 강나루에서 배를 타고 떠날까? 나루에서 봄을 보낸다는 표현이 신선하다. 그러고 보면 나루는 이별의 장소이면서 만남의 장소다. 우리는 강나루에서 처음 봄을 만난다. 얼음이 녹을 무렵 버드나무에 연초록 새눈이 돋는 곳이 바로 강나루다. 강나루에서 만난 봄은 강나루에서 떠나간다. 흘러가는 강물은 바로 세월이다. 아니 세월이 바로 강물이다. 그 세월의 강물 위로 사계절이 흘러가고 사람들이 흘러간다. “봄날 꿈 .. 2018. 4. 30.
노마드, 흉포에서 자유로 無君長,居無恆所,隨水草流移。人性兇忍,善騎射,貪婪尤甚,以寇抄為生。 군장이 없고 뚜렷한 거주지가 없으며, 물과 풀을 따라 옮겨 나니고, 성질은 흉포 잔인하고, 말과 활을 잘 다루며, 탐욕은 아주 심해 약탈을 생업으로 삼았다. 후진後晋 사공司空 동同 중서문하평장사中書門下平章事 유순劉昫이 봉칙찬奉勅撰한 《구당서舊唐書》 열전列傳 제195 회흘廻紇 전에서 회흘을 묘사하는 첫 구절이거니와,표현은 약간씩 다르나, 실은 중국 역대 사서가 주로 지금의 몽골 고원을 중심으로 북방을 주무대로 활동한 유목 민족을 다룰 때 동원하는 전형하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비단 회흘만 아니라 《사기史記》 흉노 전凶奴傳 이래 무한 반복하는 같은 패턴이다. 당唐 집권 이래 위징魏徵 등이 찬한 《수서隋書》 권제84 열전列傳 제49 북적北狄에.. 2018. 4. 29.
내년 봄 돌아오는 사람이 되시게 한시, 계절의 노래(15) 삼월 그믐날 그대를 보내며(春晦送客) [당(唐)] 최로(崔櫓)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서 어지러이 술잔 권하며 그대를 보내며 봄도 보낸다 내년에 봄빛이 되돌아올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말기를 野酌亂無巡, 送君兼送春. 明年春色至, 莫作未歸人. (2018.04.28) 음력으로는 정월이 맹춘(孟春), 2월이 중춘(仲春), 3월이 만춘(晩春)이다. 양력은 대체로 음력보다 한 달 정도 앞서므로 양력 4월 말인 지금 즈음이 늦은 봄을 배웅하는 시기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라지는 봄을 왜 굳이 배웅할까? 그동안 봄날과 깊은 정을 나눴기 때문이다. 매화,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살구꽃, 복사꽃, 벚꽃, 오얏꽃, 앵두꽃, 배꽃, 라일락 등 만발한 백화(百花)의 향기에 취하고.. 2018.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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