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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Reading of History and Histories

《김태식의 讀史日記》 잘못된 만남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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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앞엔 유병례가 번역하고 해설한 《송사宋詞, 노래하는 시》(천지인, 2004)가 있다.

宋代 문학을 대표한다는 詞 중에서 30편을 뽑았지만, 편자도 말하듯이 개중에는 詞가 문학 전통으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唐代 작품도 11편을 포함했다.

이에 수록한 그 첫 편은 작자 미상이며, 아마도 唐末 혹은 五代 작품으로 간주되는 '베갯머리 앞에서다'다. 원래 제목은 없으나 첫 구절을 따서 편자가 임의로 이렇게 붙였다. 

이는 곡조 명칭이 보살만普薩蠻으로, 청말인 광서光緖 26년(1900) 감숙성 돈황석굴에서 발견된 돈황곡자사敦煌曲子詞 중 하나다. 보살만은 단순히 곡조 명칭일뿐, 사 내용과는 전연 무관계하다. 

영화 <미저리> 한 장면


그 번역과 원문은 다음과 같다. 번역은 유병례를 최대한 존중하되 리듬감을 위해 조금 바꾸었음을 밝힌다.


베갯머리 앞에서 온갖 소원 빌었어요
버리시겠다구요? 푸른 산이 썩으면 그리하셔요
물위로 저울추 둥둥 떠오르면
황하가 바닥까지 말라버리면 그리하셔요 
대낮에 삼성 진성 두 별이 같이 보이면
북두칠성이 남쪽을 빙빙 돌면 그리하셔요
버리시려 해도 버릴 수 없을 거예요
한밤중에 해가 뜨면 그리하셔요


枕前發盡千般願
要休且待青山爛
水面上秤錘浮
直待黃河徹底枯
白日參辰現
北斗回南面
休即未能休
且待三更見日頭


영화 <미저리> 한 장면


이런 발상은 이미 한대漢代 악부민가樂府民歌에도 더러 보이니 개중 '상야上邪'라는 작품이 그러하다.

이 상야는 보통은 "하늘이시여" 정도로 옮긴다. 


하늘이시여 
나 당신 알고는 
오래도록 같이 살며 사랑 변치 않길 바래요 
산이 다 없어져도 
강물 다 말라도
겨울 천둥 치면 
여름 눈 내리면 
하늘 땅이 붙으면 
그러면 당신과 헤어지겠어요

上邪! 
我欲與君相知
長命無絕衰
山無陵
江水爲竭
冬雷震震
夏雨雪
天地合
乃敢與君絕



뭐 이 정도면 애교를 넘어 영화 《미저리》 수준이다. 

이런 여자를 만났을 때 우리는 흔히 "코 뀄다" "조졌다"고 한다. 

악부민가나 돈황사나 모두가 유행가 가사다. 그 곡조는 잃어버리고 가사만 달랑 남았다.

한데 저와 같은 비유를 보면서 우리는 기시감이 다대하다. 

개중 하나를 본다. 

영화 <미저리>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실린 고려가요 중 정석가鄭石歌다.  
내가 이를 일일이 설명하기는 곤란하므로 아무 데서 긁어온다. 

이해 바란다. 


딩아 돌하 當今(당금)에 계샹이다. 
딩아 돌하 當今(당금)에 계샹이다. 
先王聖代(선왕성대)예 노니아와지이다.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난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난  
구은 밤 닷 되를 심고이다.  
그 바미 우미 도다 삭나거시아  
그 바미 우미 도다 삭나거시아  
有德(유덕)하신 님믈 여해아와지이다.  

玉으로 蓮(연)ㅅ고즐 사교이다.  
玉으로 蓮(연)ㅅ고즐 사교이다.  
바희 우희 接主(접주)하요이다.  
그 고지 三同(삼동)이 퓌거시아  
그 고지 三同(삼동)이 퓌거시아  
有德(유덕)하신 님 여해아와지이다.  

므쇠로 텰릭을 말아 나난  
므쇠로 텰릭을 말아 나난  
鐵絲(철사)로 주롬 바고이다.  
그 오시 다 헐어시아  
그 오시 다 헐어시아  
有德(유덕)하신 님 여해아와지이다.  

므쇠로 한쇼를 디여다가  
므쇠로 한쇼를 디여다가  
鐵樹山(철수산)애 노호이다.  
그 쇠 鐵草(철초)를 머거아  
그 쇠 鐵草(철초)를 머거아  
有德(유덕)하신 님 여해아와지이다.  

구스리 바회예 디신달  
구스리 바회예 디신달  
긴힛단 그츠리잇가 
즈믄 해랄 외오곰 녀신달  
즈믄 해랄 외오곰 녀신달 
信(신)잇단 그츠리잇가. 



고려가요 혹은 고려속요...경기체가와 대비한다는 이들 노래는 악부민가가 그랬듯이, 돈황사가 그랬듯이 당시의 유행가였다.

뭐 기분도 꿀꿀할 텐데, 김검모 노래나 함 들어보자. 





***


이와 유사한 풍 프랑스 시가 있단다. 지인 소개다. 


에디트 피아프 - 사랑의 찬가 Hymne A L’amour


하늘이 무너져 버리고
땅이 꺼져 버린다 해도
그대 나만 사랑한다면
두려울 것 없으리.
캄캄한 어둠에 싸이며
세상이 뒤 바뀐다해도
그대 나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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