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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번외) 문재인 정부 문화재청장과 국립중앙박물관장 인선

by taeshik.kim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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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체류 한달간 나는 고국과는 절연하다시피 했으니 마누라한테도 며칠마다 나 여기 있다고 보내는 카톡 메시지가 전부였다. 그래도 내내 나를 괴롭힌 것이 있다면 단연 저 인사였다.

박근혜 탄핵정국에 느닷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이 그랬듯이 문화 부분 인사는 제일로 더딘 편이었다. 7월 14일 내가 파리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문화재 관련 투 톱인 저 두 자리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문화재청장 나선화는 역대 최장수 문화재청장이라는 기록을 엿가락 늘이듯 나날이 쌓아갔다. 이제나저제나 했지만, 오늘내일이라 했지만, 공식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떠났다.

 

에펠탑 불꽃놀이



그러다가 마침내 파리 체류 사흘만인 17일,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배기동 한양대 교수가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곳저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불이 났다.

왜 나한테 전화를 하는지 나는 모른다. 암튼 그랬다.
곧이어 또 다른 전화번호가 찍힌 벨이 울린다.

씹었다.

이후 며칠간 네 번이나 똑같은 전화가 울렸지만 그때마다 씹었다.
지금에서야 말한다. 이유는 전화비 아까워서라고.

그의 임명 직후 내가 그와 관련해 한 일은 딱 하나였다.

"배 관장은 후까시 대마왕이다. 후까시 좋아하시니 가오 깎는 일은 마라. 배관장이 경력이 화려한 듯하나, 의외로 교수질 말고는 월급 받는 자리는 전통문화학교 총장 한번 한 거밖에 없다. 것도 9개월만인가 하다가 xxx 청장이랑 부닥쳐서 이 짓 못해 먹겠다고 때려친 양반이다.

내가 파악한 이 양반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귀가 얇은 편이고, 국제병 환자에 가깝다.

외부 사람 말을 잘 듣는 편이라, 그에서 들은 일을 느닷없이 정책으로 추진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기관다운 기관을 운영한 경험이 일천한 데서 오는 필연적인 단점이다.

국제 관련 사업에 혹닉하는 성향이 아주 강하다. 아마 취임 직후 국제협력 강화 어쩌고 들고 나올 것이다. 양놈 만나서 영어로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 양반이다. 참고로 영어는 썩 잘하는 편이지만, 발음은 갱상도 원단이다. 첨에는 들어주는 척하다가 적당한 순간에 들이쳐야 한다.

그래도 합리적인 대안 혹은 비판이면 알아묵는 양반이다. 그 정도 인격은 되는 양반이니 걱정마라. 내가 지켜본 양반 중에 아주 괜찮은 사람이다."

 

베네치아



이 얘기만 해준 게 전부다.

한데 내가 의아한 점은 왜 문화재청장 인선은 미뤄지냐는 것이었다. 김종진 청장 발표가 나기는 20일가량 지난 8월 7일이었다. 그때 내가 어딨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이태리 어디였을 것이다.

국박 관장 임명이 끝나니, 청장 인사가 어찌되느냐는 문의가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신경질을 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느냐"고.

내가 그 선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자신은 없지만, 나름대로 분수는 지키려 한다. 일정한 선이 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부여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첫째,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나선 적은 없다.
둘째, 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절대로 한 적 없다.
셋째, 누가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말은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그 근거는 객관적이어야 하며, 것도 저쪽에서 물었을 때 한해야 한다.
넷째, 이것만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2017. 11. 30)


***

저때 쓴 글인데 아무래도 미묘한 구석이 많아 당시엔 비공개로 부쳤다.

당시 시대상황 일단을 증언한다 생각해서

또 관련자들 봉인도 끝났으므로 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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