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위만조선 사회를 접근하는 한 방식으로서 이른바 비교사 방법을 적용해 저 먼 반대편 남월왕국을 살피고, 그 인접 북쪽 장사국 마왕퇴 한묘를 거쳐, 그리고 중원 문화 한복판인 중산국을 여행했으니 이제 여전히 실체가 오리무중인 위만조선을 해명할 길을 열었다고 본다.
출현하지 아니하는 위만조선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그 창업주 위만을 필두로 그 아들로 사서에 이름이 남지 아니하는 제2대 왕이 묻힌 곳은 철저히 중국적 색채가 나는 무덤을 썼고, 그 안에 묻혔으며, 부장품은 온통 동시대 서안과 낙양에서 통용하는 물품으로 깔았다.
시체는 금루옥의金縷玉衣라 해서 금실로 꼬아 엮어만든 옥을 걸쳐야 하며, 주변으로는 벽璧과 같은 동시대 중국에서 생산한 옥제품으로 넘쳐나야 한다.
둘째, 그 왕릉은 산속에 들어가며 그곳이 무덤이었다는 표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일단 묻힌 그의 무덤은 산 혹은 언덕과 일체화해서 무덤인지 자연 둔덕인지 구별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그 왕궁 역시 철저한 동시대 진한시대 중국식이어야 한다. 이 점은 제대로 살피지 아니했지만, 남월왕궁 혹은 그 궁서 유적과 같은 왕궁 유적을 보건대 반드시 그러해야만 한다.
그곳에는 유상곡수 같은 시설이 있고 와당은 동시대 서안과 낙양에서 쓰는 바로 그 기와를 쓰야 한다. 거기엔 만세萬世 혹은 천추만세千秋萬世 같은 글자가 씌어져야 하며, 그 기와는 동시대 낙양 혹은 서안 어디에 내놔도 구별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결론은 하나다.
위만조선에서 고조선을 걷어내야 비로소 위만조선이 보인다.
고조선을 대표하는 표지적 유물? 세형동검? 팽이형토기? 이딴 게 나오면 위만조선이 아니다. 왜?
위만조선은 고조선이었던 적이 없고, 고조선이고자 한 적도 없으며, 철저히 중국 정권인 까닭이다.
더 정확히는 위만조선은 그 중심부에서 밀려난 중국 이주민들이 세운 왕조이며, 그들이 상층부를 형성하고, 그들이 100년을 지배한 왕조인 까닭이다.
위만조선 그 어디에도 고조선이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있다면 그건 위만조선이 아닌 딴 조선이다.
위만조선은 漢 왕조가 진 제국 와해와 더불어 초래한 분열시대를 봉쇄하면서 출현한 봉건제후국 중에서도 지금의 북경 일대에 중심을 둔 연燕 왕조 유이민들이 세운 왕조다.
그 창업주 위만은 연에서 도망한 중국 이민자였으며, 그런 위만이 졸개들 데리고 망명하자 고조선은 소요 사태를 염려해 사방 땅 100리를 떼어 주었으니 그 자리가 연나라와 국경을 접한 서쪽이었다.
그렇게 정착한 위만은 더 넘어오는 연나라 이민들을 받아들이면서 차츰 몸집을 불렸으며, 그렇게 해서 차츰 세력을 키우고는 마침내 고조선 중심을 치고 들어가는 반란을 일으켜 대권을 거머쥐었으니, 그는 푸틴을 향해 총칼을 겨눈 프리고진이었다.
21세기 프리고진은 스스로 주저앉는 바람에 쿠데타에 실패하고는 다른 나라로 망명해 암살위협에 시달리는 처지가 되었지만 2천200년 전 고조선의 프로고진 위만은 멈춤이 없이 곧바로 왕검성으로 진격해 왕궁을 함락하고는 그 왕 준왕을 쫓아내고는 왕자를 차지했다.
이런 위만과 그의 졸개 그 어디에도 고조선은 없다. 그 하층을 구성한 주민 집단은 이른바 재지였을 것이나, 일단 그가 정권을 잡자, 연나라를 탈출한 중국 유이민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위만조선은 이름만 조선을 자칭했지, 실은 연나라 망명정부였고, 독자의 왕조였다.
그렇다면 이런 위만조선은 어디에 있는가?
찻지 못했는가? 아니면 찾았는데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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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위만조선과 낙랑》 (5) 만성한묘滿城漢墓, 산을 뚫어 만든 저승의 지하궁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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