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撰이라는 말이 흔히 통용하기를 편찬, 창작에 가깝지만 중국에서는 고래로 자기 작품이 아닌 남의 작품을 편집하는 일도 이 말로 표현하곤 했으니, 이런 전통이 지금도 남아있다.
한데 이 말이 대체로 순수한 창작물을 선호해서 사용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위진남북조 양나라 태자 소통이 자기집을 드나드는 문사들과 함께 묶은 시문 엔솔로지인 《문선文選》을 보면 판본에 따라 소통 撰이라 적은 일이 많거니와 이 대목에 고래로 문선 주석서가 옛날에는 순수 창작이 아닌 자료 편집 정리에도 찬 이라는 말을 썼다는 언급이 보이는 점이 그 한 증거다.
우리 지식인 사회에선 역주나 번역 같은 데다가 저런 식으로 그런 결과물을 찬이라 표현하는 일은 드물다.
나는 이것이 번역 역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아직은 낮은 평가와 연결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분야 종사자들 스스로도 과감히 저런 결과물은 좀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창작물화해야 한다고 본다.
如컨데 내가 《논어》 역주를 내고 그 제목을 《역주 논어》라 붙였다고 하자. 이건 내 작품인가 아니면 공자 문도의 작품인가?
장담하노니 내 작품이다.
함에도 우리는 통상 이런 성과물에 저자나 창작자를 바로 내세우지 못하고 역주 누구누구라 해서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 (2013. 11. 9)
반응형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면南面과 조알朝謁, 동아시아 건축을 관통하는 그랜드디자인 Grand Design (0) | 2022.11.13 |
---|---|
우리는 고유업무를 하고 싶다, 어느 지자체 학예사의 절규 (0) | 2022.11.12 |
전세傳世기간이란 괴물 (0) | 2022.11.09 |
2022 부여 부소산성 군창지 와적기단 시굴성과(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자문위 자료 원본 첨부 (0) | 2022.11.09 |
모나리자 무엇을 담을 것인가? (0) | 2022.1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