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공장 문화재˙학술을 전담하는 박상현 기자가 《묵재일기默齋日記》 완역 발간 소식을 전했으니, 아래 기사가 그것이다.
도서출판 민속원이 전4권으로 선보인 김인규 역 묵재일기.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서너 가지 사실에 놀랐는데, 첫째 이 방대한 일기 전체가 역주가 되었다는 것이고, 둘째 그 고된 일을 수행한 이가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이라는 사실에서 특히 더 그랬다. 김 과장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 소문을 냈을 법도 한데, 그런 소문조차 새어나오지 않았으니, 김 과장은 크레믈린 족속인가 보다.
이 《묵재일기》가 어떠한 자료이며, 그것이 함유한 다종다양한 의미는 저 박상현 기자 기사를 필두로 여타 웹에서 쉽게 접근하는 각종 백과사전, 혹은 그에서 막족지 아니하면 관련 연구자들의 그 무수한 전업 연구 논문을 참조하면 될 것이어니와, 그것을 내가 이 자리서 중언부언할 필요는 느끼지 아니한다.
묵재일기 완역본
저 박상현 기자 기사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묵재일기를 완역한 바는 있으나, 단행본 형태로 나오기는 처음"이라는 대목이 있다. 나는 이 대목이 의아스러웠다. 90년대 국사편찬위원회 조사에서 존재가 드러난 《묵재일기》는 직후 국편에서 흘림체 필사본 원서를 정서체로 바꾸어 상·하 두 권짜리로 발간한 이래, 많은 관련 논저가 나왔지만, 김인규 이전 완역본은 내가 본 적이 없다.
궁금하던 차, 이 업계 사정을 비교적 잘 알 법한 지인한테 물었더니,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묵재일기》를 완역하고, 그 원고를 대략 6개월전쯤에 웹서비스하기 시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한중연 프로젝트는 법제사 전공인 서울대 정긍식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고, 실제 작업은 고문서학 전공자인 문숙자 등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한중연에서는 조만간, 듣기로는 올 연말까지는 그 역주본을 단행본으로 출간한다는 계획이라는데, 그런 와중에 김인규 완역본이 나와버렸으니, 그쪽에서 참말로 난감하겠다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뭐 그런 사정이야 그쪽 기관 혹은 연구자들끼리 일이고, 아무튼 그 완역본을 용케 내가 입수했으니, 어젯밤에서야 마침내 작정을 하고는 내가 독파에 나섰다.
전 4권, 권당 평균 쪽수 9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나, 이래저래 일별하니, 완독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듯하나, 요새 눈에 띠게 노화에 따른 체력 저하가 현저한지라, 무엇보다 책은 잡았다 하면 5분이 되지 못해 강력 수면제 구실을 하는 나이인지라, 얼추 나 자신을 단도리하거나 약속을 하지 못하겠지만, 얼추 한달을 가늠하면서 그때까지는 일독은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쳐다만 봐도 배가 부르다. 읽어가며 나름 내가 요긴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독서일기를 겸해 그때마다 이곳 블로그를 통해 정리 소개하려 한다. 조선시대 성문화 얘기도 많은데, 뭐 이런 건 나는 싫어하나 독자들이 구미당겨 하므로 집중적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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