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목이 시사하는 문제의식과 관련해 어제 경기전 중건 사례를 다른 <9개월만에 단기속성으로 뚝딱 해치운 경기전(慶基殿) 공사>로써 이야기를 전개했거니와, 아래는 2013년 11월 28일 <전통시대 대규모 토목공사는 왜 후다닥 해치웠는가?>라는 제하 내 페이스북 포스팅이다. 문제의식은 어제 글과 동일하다. 다만, 그 전개과정에서 여타 다른 사례가 있어, 증보라는 의미에서 다시금 업어온다. 오타 정도는 수정했다.
중국 사천성 성도 도강언 四川省成都市都江
<전통시대 대규모 토목공사는 왜 후다닥 해치웠는가?>
인력 동원과 정치 역학 때문이다. 인력 동원을 하려면 우선 농번기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한겨울을 피해야 한다. 이걸 무시하고 까불었다가 망국으로 이른 왕조가 한둘이 아니다. 시황제의 진秦 제국, 유례없는 번성을 구가한 이 제국을 한방에 날린 것이 바로 무리한 토목공사에 이에 따른 노동력 강제징발이다.
새로운 왕조를 구축한 유방劉邦. 그는 자기 고장 죄수들을 공사판으로 개떼처럼 끌고가다가 반란을 일으켜 마침내 천하를 제패했다. 간단히 말해 유방은 공사판 십장이었다. 이를 《사기史記》나 《한서漢書》서 같은 데서는 정장(亭長)인지 호장(戶長)로 기록했을 것이다.
우리는 전통시대 건축물은 대단히 견고하고, 그렇기에 과학성과 안전성을 담보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근거도 없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졸속 공사는 판을 쳤고 공사자재 빼돌리는 일 비일비재했다.
중국 사천성 성도 도강언 四川省成都市都江 상류 방면
진·한秦漢 왕조 어느 때인지 기억에 나지 않으나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황하와 지류 범람이 심각한 고민이었거니와 수리기술자 대빵이 철저하게 제방공사를 하려는 아래 기술자를 불러 이런 말을 하는 대목이 버젓이 정사正史에 수록됐다.
"너 공사 잘할 생각하라. 적당히 해라. 너가 이번에 잘 쌓아놓으면 우리 일감 없어진다. 그러니 적당히 쌓아라."
전통시대 대규모 토목공사 성공의 요체는 요컨대 순식간이었다. 공기를 최대한 단축해 농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말아야 했다.
대원군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도 이 평범한 진리를 어겼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번갯불 콩볶아 먹듯이 경복궁을 중건해야 했지만 시간을 좀 끌었다. 그러니 결국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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