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기나 출발해 잠깐 인근 베로이아 고고학박물관 들렀다 한 시간 고속도로로 남하해 차기 행선지 디온Dion에 여장을 풀었다.
반드시 들려야 하는 데는 되도록 빨리 해치워야 시간이 남으므로
위선 디온 고고학박물관이란 데를 들렀다가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선 곧바로 디온 고고학 유적 공원으로 갔다.
고고학 유적에다 park라는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데는 이웃 이탈리아지만
그리스에서 그런 데다 이런 이름을 붙인 데는 이번 여행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왜 그런지 의아함은 그곳을 돌면서 풀렸다.
유적 분포 범위가 거대하고 또 무엇보다 유적은 데코레이션이고 숲이 주인공인 진짜 공원이었다.
하도 넓어 다 돌지는 못하고 주요 발굴지점만 돌았으니 개중 한 곳에선 발굴작업이 한창이었다.
뭐 고고학 발굴이 그리스라고 남다르겠는가?
똑같이 삽질 호미질 빗질이고 작업은 실제로는 인부 아저씨들이 다하며
조사책임자는 농담이나 따먹고 어디론가 열나 전화질이나 하면서 키득키득한다.
여긴 유적 절반이 지상에 노출됐고 잘 남았으니 그 발굴이라 해봐야 거창할 것도 없고 표토 걷어내기 수준이다.
그래서 금붙이 건지고 조각이나 모자이크 좋은 유물 나오면 문화부서 철저히 정보통제하고
일괄로 기자님들 불러다 기자회견하는 일 다 똑같다.
아주 중요한 발굴의 경우엔 장사를 세계를 상대로 해야 하니 외신기자들도 접촉한다.
고고학 공원엔 연못 하나가 있고 오동통하니 백숙에 딱 맞는 오리 두 마리가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니 도망은커녕 외려 졸졸 따라 다녀서 먹을 거 달란 소린가 해서 남은 빵조각 던져줬더니 걸신 걸린 듯 해치우더라.
객설이 길었다.
디온은 예상대로 그 험준 우람한 해발 2천900미터 올림포스 산을 등진 광활한 평지에 자리잡은 동네다.
동네는 코딱지만해서 우리네 면사무소 소재지보다 작다.
그러니 이런 데서 무슨 주차걱정을 하겠는가? 온동네가 주차장인 것을.
고고학 현장 사정이야 얘네들 그 전통, 곧 발굴하고 보물건진 담에는 냅삐리두자가 그대로 관철하니 발굴 끝난 현장은 잡초만 무성하고
그렇다고 딴 고고학 현장 같은 우람한 돌기둥 신전 유적도 복원안했으니
유적 자체는 볼품없다.
좋은 공원 구경하는 셈 치면 된다.
박물관은 참 허름해서 나는 그 겉만 보고선 창고나 마을회관 개조한 줄 알았다.
한데 속내는 깔끔하기 짝이 없고 전시 전반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최근 내부를 개비한듯 조명시설이 좋은 편이다.
하도 동네가 작으니만치 관람은 딱 부담없는 그 수준이라 맘에 든다.
오늘 일정은 이걸로 종치니 실제 예서 더 할 일도 없다.
낼 아침 올림포스 산이나 들렀다 나올까 한다.
숙소 주인이 뷰포인트라 해서 한 수도원을 집어주는데 경로 두들기니 운전께나 조심해야 하는 전형의 산길꼬부랑이다.
그래도 이곳에 온 김에 저 산 한 번 안 들어가 보고 떠날 순 없다.
아테네 귀환하는 중간에는 영화 300인가 하는 무대라는 그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투숙한 숙소 직원이 올해 나 말고도 한국 투숙객 세 팀을 맞았다 하는데
이런 데도 찾아오는 사람이 더러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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