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서 두 번째란 거창한 무엇일 수는 없어 간단히 평생 직장을 숙명처럼 안고 산 내 세대에 주로 해당하는 이야기로 정년 퇴직 혹은 그에 버금하는 평생 직장 이후의 삶을 말한다.
나는 법이 허용한 시점을 아주 조금 앞당겨 일찍 떠났지만, 주변 내 세대는 똑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이 평생 직장 이후 삶을 어찌 설계해야 하는가? 이게 고민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옛날이야 죽을 준비를 했다지마는, 이제는 정말로 백세시대라, 꼭 그것이 아니라 해도 어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제정신 박혔다면 내 세대는 이 걱정으로 날밤을 까야 하며, 실제 주변을 봐도 같은 고민을 다 안고 산다.
하지만 이 나이에도 꿈이 없다는 데 절망하고 만다.
꿈? 있는 듯한데 막상 그것이 무엇인자 자문하면 도통 떠오르지를 않는다.
떠나기 전에도 고민을 했고 떠나고 난 지난 1년간 이 고민을 했지만, 솔까 나는 내 꿈이 무엇인 줄 모르겠다.
그래서 우왕좌왕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뭐 꿈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허망하기 짝이 없는지도 모른다.
솔까 언제인들 꿈이나 있었기나 했던가 물어보면, 그냥 목구녕 풀칠하려 살았을 뿐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무탈을 기원하기 마련이다.
돈이 없었기에 하루하루 벌어먹는다고 정신 없는 삶을 살았다.
그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도 그 뿌리를 잊지 못하는 정신 때문인지, 자칫하면 그나마 애써 모은 그 작은 것들조차도 다 잃어버릴 것만 같은 환각 혹은 위기 혹은 불안에서 살았다.
하루하루 조바심 내지 않은 날 없다.
여리박빙이라 했으니, 그래 맞다. 내 인생 돌아보니 딱 이 한 마디다.
여리박빙如履薄氷.
그것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부터 외치지만 나는 언제나 박빙의 포로였을 뿐이다.
암것도 아니지만, 이젠 곧 떠나야 하고, 떠나고 나면 곧 돌아와야 하고, 돌아오면 혹 모를 새로운 도전이 기다릴지도 몰라서일까? 점점 더 조바심만 커져 간다.
오늘도 여리박빙 내일도 여리박빙이다.
이렇게 살다 훅 가지 않겠는가?
훅 가는 그날까지 오직 여리박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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