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델피 유적은 절반이 폐쇄되었을까?
나한테 개구멍을 알려준 그 영국 출신 거주민이 알려준 내용이다.
2주 전이다. 산에서 돌덩이가 굴러 떨어져서 도로를 덮치고 유적을 들이쳤다. (이곳 유적 관리 총책임자가) 관람객 안전과 차량 안전을 위해 폐쇄를 결정했다. 안전진단 전문가들을 불렀다. 어찌 될 지는 모르겠다.
이는 이곳 주민 증언이니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한테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
개구멍 오라클 촬영을 끝내고서 어제 시간 촉박에 보는둥마는둥한 델피고고학유적 제대로 된 관람을 위해 옮아갔다.
오전 일찍인데다, 날씨까지 꾸물꾸물해 사람도 없다.
매표소 직원들 셋 중 남자는 담배나 뻑뻑 피며, 여직원 둘과 노닥이는 중이었다.
놀라운 것은 매표소 중년 여성 반응.
"하이 굿모닝 아앰 ----멤버, 아이 니드 어 프리패스 블라블라"
했더니 왈,
아이 두 리멤버 유 하면서 막 웃는 거 아닌가?
어제 관람 시간에 쫓겨 언덕을 쫓아올라가던 나를 기억한 것이다.
그 자리서 확인했다. 바위가 굴러떨어져 폐쇄한 것이 맞느냐? 하니 그렇댄다. 언제 다시 문을 열 것인가 하니 우리도 모른댄다.
그건 그렇고 현장에서 바위 운운하는 이야기를 듣고선 어떤 바위일까?
분명히 바위가 있을 텐데? 안전진단 전문가들 올 때까지 놔뒀을 텐데 하고 문제의 굴러떨어졌을 법한 바위를 찾기는 했지만, 그 바위가 이 바위인지 나는 확인은 못한다.
그 유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소대가리만한 둥근 바위 하나가 턱 하니 있는데 아마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는 아주 느긋하게 현장 곳곳 유적 안내판까지 읽으면서 관람했으며, 맨 꼭대기 스타디움까지 다녀왔다.
스타디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나처럼 폐쇄한 오라클 유적에 황당해하면서 우리도 억울해 죽겠다고 담소를 나누던 그 커플을 조우했다.
사람이란 게 참 묘해서 30분? 한 시간? 만에 재회인데 그리 반갑더라.
개중 남자가 물었다.
"봤느냐"
폐쇄건 나발이건 어케든 난 꼭 저 오라클 봐야 한다. 내가 방법 찾아보겠다 하고는 빠이빠이했으니,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도 다시 간다. 어케든 봐야겠다."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I made it!
자랑스레 말했다.
그래서 내가 잠시 붙잡고선 방법을 일러줬다.
로드를 팔로우하면 사이드 로드 하나가 나오는데, 고잉다운해서 조금만 가면 유컨 씨 더 템플 운운하니
오 그러냐? 고맙다.
어째 돌아가는 꼴이 꼭 스파르타 그 아고라 유적과 같았다.
우리가 도둑놈도 아니니 저런 개구멍 찾기를 추천할 생각도 없고, 되도록이면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코너에 몰리면 어쩔 수 없다. 예까지 와서, 더구나 그 먼 길을 와서, 또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일반 봐야할 것 아닌가?
그리스 유적 관리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곳곳이 개구멍이다.
피치 못할 때는 어쩔 수 없다. 개구멍 찾아야 한다.
그건 그렇고 그 바위는 하필 왜 이 시점에 떨어졌을꼬? 하필 내가 가는 시점에?
아폴론의 신탁이었나?
유적이 그 기슭을 정좌한 파르나소스 산은 소문대로 위압감을 준다.
그 거대한 산은 전체가 바위 덩어리이며 천애절벽이다.
마침 비가 내린 델피 유적 주변으로는 그 비가 뿜어내는 연무와 구름에 신이함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하필 이곳을 골라 신탁을 받는 곳으로 점지했겠지만 영험은 언제나 목숨을 내어놓아야 하는 도박이다.
이로써 델피 황당 사건은 3회 시리즈로 마감한다.
혹 이후 델피를 가시는 분들은 꼭 참고하셔서 난 죽어도 오라클은 봐야겠다 하시는 분들은 지남철로 삼았으면 싶다.
개구멍 찾아 들어간 델포이 오라클
춘배도 수녕이도 본 아폴론 오라클을 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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