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당국은 왜 델피 유적 절반을 폐쇄하고선 꼴랑 한 군데만 문을 열었을까?
아 물론 그 인근 델피고고학박물관은 문을 열었다.
어케든 폐쇄한 오라클 유적 그 문제의 기둥 세 개가 선 그 기념물은 사진이라도 담아야 한단 일념으로 개구멍 찾아 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산 중턱을 뚫은 편도 1차선 도로는 한 쪽이 천애 바위절벽이고 그 도로 아래로 오라클은 있었다.
실상 현장은 볼 것 없다.
딴건 담을 것도 없고 그 기둥이 선 원형 제사유적만 찍으면 그만이다.
한데 김나지움은 도로에서 내려다봐도 훤히 내부가 보이는데 저 오라클은 올리브 나무 숲이 다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 입구는 폐쇄한다는 알림만 있을 뿐 사람이 통과할 만한 구멍은 있었다.
현장은 인기척이 없는 듯해 들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아 그 구멍으로 기어들어갔는데 뿔싸 올리브 나무 사이로 노란 점퍼 차림 여직원이 어디론가 열심히 통화 중 아닌가?
글렀다. 예서 개망신 당할 순 없잖은가?
할 수 없이 다시 개구멍으로 몰래 빠져나왔다.
허망했다.
예까지 와서 사진 하나 못찍고 돌아서야 하다니?
내가 여길 어케 왔고 언제 다시 올 줄 알고?
혼자서 차로를 어슬렁하며 낙담해 있는데 나이 지긋한 남자가 저짝에서 걸어온다.
하이 굿모닝 블라블라 나우 아앰퍽떱 블라블라하면서 묻기를 여기 몰래 들어갈 다른 구멍 없느냐 하니
세상에나..요 밑으로 도로 따라 조금만 가면 사잇길 나오는데 그 아래 올리브 과수원 내려갈 수 있는데 거기서 다 보이니 사진 찍으랜다.
오마이갓..듣자니 이 남성 영국사람으로 그리스가 좋아 델피에 일년반째 거주하는 반 현지 주민으로 마침 산뽀 운동나왔댄다.
땡뀨 연발하며 그가 갈쳐준대로 가서 그 아래 가파른 과수원 올리브밭 조금을 내려가니 세상에나
그 오라클이 큼지막하게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보니 철조망 밖이라 들켜도 내가 범법한 것은 아니니 얼굴 높이 철조망 너머로 열심히 사진 찍고는
유유히 룰루랄라 노래 부르며 어제 시간에 쫓겨 보는둥마는둥한 델피고고학유적을 향해 걸어갔다.
sns 소비용은 폰카로 대강 찍고(첨부사진들)
훗날 뭐 좋게 써먹을 요량으로는 망원 표준렌즈로 막 눌러제꼈다.
꼭 이러다 나중에 사진 다운로드하면 핀이 나갔거나 해서 망치더라만
그렇담 뭐 폰 사진 인헨싱하면 된다.
뭔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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