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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구순각목공렬토기발口脣刻目孔列土器鉢이라는 말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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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이야기를 한 김에 이 글자를 분석하기로 한다. 





저 표현에서 결국 몸체는 鉢[발]이다. 어떠어떠한 발, 이런 의미라 결국 그 앞에 오는 口脣刻目孔列土器[구순각목공렬토기]는 이 鉢을 수식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좀 더 확실히 표현하면 

口脣刻目孔列土器之鉢이 된다. 

그 앞에 오는 口脣刻目孔列土器는 각각 口脣 / 刻目 / 孔列 / 土器 라는 말 합성어인데, 네 가지에 이르는 이것들이 각각은 또 어찌 연결되는가?

이를 위해서는 하나하나 분석이 필요하다.

첫째 口脣[구순]이다. 난 도대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다만 저 토기를 수식하는 그 맥락으로 보아 질그릇을 구성하는 여러 부문 중에서도 아가리 혹은 테두리에 해당하는 지칭이다. 

그렇다면 왜 口脣이 이상한가? 口는 입이요, 脣[순]은 입술을 말한다. 다시 말해 그 지칭하는 부분이 다르다. 물론 부분집합 합집합 관계로 보면 脣은 口의 일부다. 그렇다면 口脣은 口와 脣인가? 아니면 口의 脣인가?

口와 脣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연히 口의 脣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더 이상한 꼴이 벌어진다. 脣은 口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 그 앞에다가 굳이 口라는 말을 넣을 필요가 없다. 

다음 각목刻目.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물론 그 맥락은 대강 이해는 한다. 손톱을 찍어 마치 눈금처럼 만든 무늬? 뭐 이런 뜻일 테다. 

한데 저 말은 글자 그대로는 신체 일부분 중 눈[눈깔]을 새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눈 모양을 어딘가에 새겨 넣었다는 뜻이다. 

그런 말을 눈금 무늬와 같은 뜻으로 사용한단 말인가? 도대체 한자어 자체도 그렇고 도대체 우리 관념으로는 있을 수 없는 발상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글자 그대로 해석 안 되는 한자어는 볼짝 없다. 일본에서 수입된 말이다. 저 각목은 키기미메きざみめ라고 읽는 말로써 그 의미는 칼자국 혹은 새긴 흔적을 말한다.

도대체가 들어서도, 보아서도 말도 안 되는 저런 뜻으로 저런 말을 그대로 빌려다 쓰는 사람들이 얼이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다음 공렬孔列. 공자 성씨로 익숙한 저 孔은 본래는 구멍이라는 뜻이거니와, 나아가 列은 그런 구멍들이 열을 지었다는 뜻이다.

실제 저 토기를 보면 아가리 부분을 돌아가면서 뿅뿅 구멍을 뚫어놨다. 

다만 저걸 특징으로 내세운 토기를 수식하는 말로써는 孔列보다는 列孔이라 쓰는 편이 훨씬 의미가 명료하다고 나는 본다. 

렬공이건 공렬이건, 문제는 이 말이 와 닿는가 하는 점이다. 와 닿아? 뭐 닿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다음 토기土器. 이 말을 계속 지적했듯이 흙으로 빚은 기물은 모든 것을 다 토기라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기와도, 청자도, 백자도 다 토기다. 

함에도 저 말을 고고학계에서는 굳이 그릇만을 한정하고, 나아가 그 그릇 중에서도 질그릇만을 지칭하는 용어로 쓴다는 점은 코미디다. 

나아가 앞에서 토기라 하고서 뒤에서 곧바로 鉢이라 썼으니 이는 곧 鉢이 흙으로 빚은 그릇이라는 뜻이 되겠다. 토기발? 이 또한 웃기는 표현이기는 마찬가지다. 

간평하면 구순각목공렬토기발口脣刻目孔列土器鉢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괴물이다. 

 

#고고학용어 #구순각목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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