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밭교육박물관이 전시 중인 동의보감이다.
보다시피 너덜너덜하고 무엇보다 인본印本 상태가 불량하기 짝이 없다.
보나마나 목판으로 찍어낸 것인데 판본 상태가 형편 없다.
이건 먹을 발라 찍어내는 수준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본래 목판 상태가 그러해서 빚어진 현상이라 봐야 한다.
이렇게 좋지 아니한 목판으로 찍어낸 것들은 그닥 인기가 없다.
왜?
읽기 편하지 않아서다.
보기 불편해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쇄본들.
목판이건 금속활자건 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을 보면 끼끗하기 짝이 없어 글자들 상태를 보면 무슨 패션쇼를 보는 듯해서 금속활자는 그것이 주는 그 특유한 날카로움은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판본은 실상 독자가 없었다는 뜻이다.
판본이 좋다는 말은 그만큼 독자가 없었다는 뜻이요, 독자가 없었으니 찍지 않았다는 말이다.
저 걸레가 된 동의보감 판본은 그만큼 그 동의보감이 독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목판 자체가 수요가 많았고, 그렇게 해서 찍어낸 것도 수요가 많았다.
얼마나 자주 책을 들췄으면 저 지경이 되었겠는가?
저 판본은 영창당약방永昌堂藥房이라는 소장처까지 표시되어 있는데 이 영창당약방은 유래를 조사해 봐야겠지만, 그 주인이 그만큼 수시로 저 책을 들춰봤다는 뜻이다.
서지학 쪽 지정 경향을 보면, 독자도 없고, 그래서 조판 이후 딱 한 번 찍어낸 것들이 판본이 좋다는 이유로 국보니 보물이니 해서 지정된 꼬라지를 보는데 이야말로 웃기는 작태다.
진짜로 문화재 가치가 뛰어난 것들은 저런 걸레들이다.
다시 말해 진짜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라야 할 동의보감은 찍어내고서는 단 한 번도 보지 않아 깨끗한 그것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 손때를 탄 저런 것들이다.
이런 건 초짜 허준박물관장 춘배는 모를 듯해서, 오늘 그쪽 모임을 앞두고 그 기획전을 펌프질할 겸 해서 한 줄 초해 둔다.
***
저 영창당약방은 아래 영창당건재약국永昌堂乾材藥局 같다.
신동훈 선생이 찾아주셨다.
https://blog.naver.com/maenam111/220354198165?viewType=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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