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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感葡萄

by taeshik.kim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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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라는 저 말
시문에서 운율을 맞추기 위한 경우와 같은 극히 드문 사례를 제외하곤 늘 합성어로만 쓴다.
나아가 두 글자 모두 초두를 부수로 썼고 그 아래 글자는 볼짝없이 발음을 표시하는 형성자다.
저 포도가 한자 문화권에 침투하기는 기록이 확실하니 대략 기원전 130년 무렵인가에 있은 장건의 소위 서역 원정 습득물이다.
장건은 서역 사신으로 갔다가 한 무제 사신 징표인 부절 하나 질질 끌고 물경 십년에 달하는 기간 갖은 고생했다지만 그의 귀국길엔 포도가 들려있었다.
그가 포도를 종자로 가져왔는지 나무채 캐왔는지는 모른다.
아무튼 이때 초래한 포도는 중국 땅에서 농업혁명을 일으킨다.
포도..맛있자나?
그걸 황제 앞에 받쳤으니 틀림없이 그의 진상 목록엔 포도주도 있었을 것이다.
포도가 없었으면 장건은 고생한 외교관에 지나지 않았다.
이 포도가 장건을 인류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그 이전엔 포도를 지칭하는 말이 없었으므로 발음을 빌려와 새 글자를 만들었다.
저들에겐 포도가 식물 중에서도 풀로 인식된 모양이다.
그것을 나무로 생각했더라면 두 글자 모두 초두 대신 나무목을 부수로 썼으리라.
물론 부수 위치도 바뀌어 두 글자 왼편에 나무 목이 갔을 것이다.
이런 포도가 언제 한반도에 상륙했는지는 모른다.
불과 몇십년전까지만 해도 관상용을 제외한 포도는 소백산맥을 넘지 못했다.
내 고향 김천은 포도 산지로 유명했다.
한데 포도가 소백산맥을 넘자 사정이 달라져 추풍령 넘은 영동이 요샌 포도로 대세가 아닌가 한다.
포도를 보면 그 한반도 정복사가 보인다.
포도는 북침했다. (2016.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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