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na.co.kr/view/AKR20230831010651504?section=politics/all&site=major_news01
물론 나처럼 툭하면 한적漢籍을 끼고 사는 사람들한테야 그리 어렵기는 하겠는가? 다만, 저네들 언어문자생활을 보면서 이쪽 남쪽 일각에서는 박수를 보내는 사람 일군이 있으니, 이른바 한글전용론자들이라, 저네는 북한이 한자어를 추방해 버리고 순한글 정책을 채택한 대목을 매우 높게 침을 본다.
그렇지만 저네들 양태를 볼짝시면 명실이 전연 상부하지 아니해서, 위선 그네들이 구사하는 말이 깡패주의 그것에 다름이 없어, 그 점에서 저와 같은 말을 남발했다 해서 내가 해고되는 다섯 가지 빌미 중에 당당히 그 목록에 오른 품위손상은 저들 양태에 견주어 보면 나는 순한 양에 지나지 않으니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 깡패"라는 표현이나 "원쑤들의 불의적인 무력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이행하여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과 같은 표현을 보면 섬뜩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웃음만 나온다.
한데 저에서 구사하는 말들을 보면, 문어체라는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순한글정책을 고수한다는 북한 언어문자세계는 실상은 한자어 남발이라, 남한 사회의 그것보다 더 그 성향이 짙음을 본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하시고 전군지휘훈련 진행 정형을 료해하시였다"는 표현도 보이는데, 도대체가 북한에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정형이니 료해라는 표현을 굳이 동원하는 이유를 쉽사리 납득하기는 힘들다.
저 정형은 문맥으로 보아 틀림없이 情形일 터인데, 남한 같으면야 저기다가 상황 혹은 아예 모습 정도라는 말을 쓸 것인데 굳이 저 말을 썼으며, 료해는 말할 것도 없이 了解라, 이를 편의상 이쪽 우리 공장 기자는 파악이라는 말을 썼지만, 뭐 볼짝없이 보고받으시고 알아보셨다는 정도다.
저런 한자 용어들이 주는 묵직함, 그리고 그에서 비롯하는 디그너티는 순한글이 결코 따를 수 없다. 신비감까지 조성하는 부수 효과도 무시할 수 없으니, 특히 료해 같은 말을 굳이 동원하는 이데올로기가 나는 있다고 본다.
같은 한국어 기반이라 하지만, 그것이 처한 시대와 공간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른 맥락으로 소비됨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자어 남발이 주는 그 극적 효과를 북한 지배층은 너무나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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