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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가장 고통스러웠던 《전쟁과 평화》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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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톨스토이 장대한 서사시 《전쟁과 평화》는 나한테는 가장 고통스러웠던 책으로 각인한다. 독서 자체가 고통인 그런 기억 말이다. 나한테는 칸트보다, 헤겔보다 어려웠다. 

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완독한 때가 아마 대학 입학한 직후로 기억하거니와 요즘이야 위키피디아니 하는 사전을 보면 주요 등장인물 족보가 명확히 정리라도 된 자료를 손쉽게 구하기라도 하지 그때야 그랬겠는가?

해독을 어렵게 만든 근원이 둘이었는데

첫째 그 무수한 등장인물과 그들간 얼키설키한 관계, 곧 족보였고

둘째가 러시아어 특유의 애칭과 그 매치였다.

작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부통령을 마이크 펜스 Mike Pence 라 하거니와 mike는 마이클 michael 애칭임은 요즘 초동급부도 아는 시대라

한데 가족이나 친지끼리 부르는 러샤 애칭은 저를 뛰어넘어 무슨 법칙 같은 것도 나로선 적용할 수 없었으니, 읽다 보면 이거이 향단인지 춘향인지 월매인지 이도령인지 아님 변학도인지도 헷갈리기 십상이어니와 이거 신경쓰지 않고 읽어내려가다가는 이내 콩가루가 되고 만다.

그리하여 당시 인명사전을 별도로 만들어가며 읽었는데 완독까지 대략 한달반을 잡아먹었다.

당시 내가 작성한 전쟁과 평화 인명록은 그 풀네임과 애칭, 그리고 주요 전력으로 구성됐거니와 이를 수시로 참조하며 한줄씩 독파했으니 그리 작성한 인명록이 대략 570명 어간이었다고 기억한다.

이에는 개새끼도 있어 개새끼도 사람이랑 마찬가지로 애칭이 따로 있고 그 개가 말을 하는 대목도 기억이 난다.

당시에도 이 소설은 워낙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해서 번역본이 여러 종류였거니와 대체로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선생들이 손댔다고 기억한다. 동완 선생이며 박형규? 선생이던가 하는 분들인데 다 관동군 출신으로 해방직후 곧바로 귀국하지 못하고 시베리아 감옥서 억류생활은 한 분들이다.

근자 을유문화사서 새로운 역본이 나온 모양이라 35년이 흘러 이젠 읽는 내가 체력고갈로 나가 떨어지는 시대라, 그때 기억이 아련해 이젠 손댈 엄두가 나지 아니한다.

어디 줄거리나 찾아보까?

 

참고로 이건 순전히 서가장식용이라, 꽂아 놓으면 내가 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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