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동물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축화한 후 야생종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소, 말은 현재 야생종이 멸종하고 없다.
사람들이 사육한 대신 야생종이 멸종한 것이다.
반면에 돼지, 닭 등은 아직 야생종이 건재하다.
식물의 경우에도 쌀은 아직 야생종이 있다.
전술한 기장의 경우 야생종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야생종이 멸종해 버린 경우에는 식물이건 동물이건 사람에게 피난 온 셈이 되겠다.
개는 늑대의 사육종이고 여전히 같은 종이지만
정작 늑대 중에 개와 직접 이어지는 조상격의 늑대무리는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작물 중 조의 조상격의 식물이 강아지풀이다.
강아지풀과 조는 속명도 같고,
종명만 다르다 (강아지풀: Setaria viridis; 조: Setaria italica)
가을녘 강아지풀을 보면 곡물과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우리 조상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강아지풀은 조의 직접 조상이다.
조는 기장과 함께 인류 농업의 초기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되며
이 두 식물 생산을 바탕으로 황하문명이 이루어졌고,
한국의 경우 부여, 고구려 문명도 이 두 식물 재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소위 말하는 요서문명.
이것도 마찬가지로 같은 잡곡 문명이다.
강아지풀은 조의 직접 조상이므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을의 강아지풀 씨앗을 털어 밥과 함께 지어 먹을 수 있는 일종의 구황식물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아지풀 맛은 어떨려나?
알다시피 강아지풀은 번식력 막강한 잡초라
그냥 놔둬도 무성해진다. 그리고 잡초이지만 씨앗 수가 무척 많다.
우리 조상도 사냥 다니다 가을에 배고파지면 강아지풀 씨앗을 훑어 털어 먹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강아지풀과 조는 공통점이 있다.
생육기간이 짧고, 왠만한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면 농작물이 되기 쉽다.
조와 기장이 왜 최초의 농작물로 꼽히는지 그 이유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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