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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개로왕, 곤지, 무령왕

by 초야잠필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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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견 황당한 내용이 있다.


웅략천황 5년 (461년) 여름 4월에 백제의 가수리군(加須利君) [주] [개로왕(蓋鹵王)이다.]은 지진원(池津媛) [주] 을 불태워 죽였다는 소문을 듣고[적계녀랑(適稽女郞)이다.] “과거에 여인을 바쳐 채녀로 삼았다. 그런데 이미 예의를 잃어서 우리나라의 이름을 실추시켰다. 앞으로는 여인을 바치지 말라.”고 의논하였다. 이에 그 아우 군군(軍君) [주] [곤지(昆支) [주] 이다.]에게 “너는 마땅히 일본으로 가서 천황을 섬기도록 하라.”고 명하였다. 군군은 “왕 [주] 의 명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원컨대 왕의 부인 [주] 을 내려주신다면 명을 받들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가수리군은 임신한 부인을 군군에게 주면서 “나의 임신한 부인은 이미 산달이 되었다. 만일 가는 길에 출산하면, 바라건대 어디에 있든지 배 한 척에 실어 속히 본국으로 돌려보내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이윽고 작별하여 왜의 조정으로 갔다.


매우 희안무쌍한 이야기지만, 일본사 관련 글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를 두어번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헤이케 모노가타리에서 읽은것인데,

『平家物語』の語り本系の諸本は白河法皇の寵愛を受けて懐妊した祇園女御が忠盛に下賜されて、清盛が生まれたとしている(いわゆる白河院落胤説)が、読み本系の延慶本では、清盛は祇園女御に仕えた中﨟女房の腹であったというように書いている[注 2]。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헤이시의 동량 다이라노 기요모리는 시라카와 천황이 총애한 시라뵤시를 임신한 채로 기요모리의 아버지인 다다모리에게 "하사"하여 그의 아들이 되었다는 것으로, 원래 기요모리는 시라카와 천황의 아들이라는 설이다. 꽤 널리 퍼져 있는 전승인 모양인데, 사실 여부는 알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임신한 상태의 첩 등을 아랫사람에게 "하사"하는 경우가 일본사에는 꽤 보인다는 것이다.

후지와라노 가마타리의 아들인 후지와라노 후히토의 경우도 이런 전승이 있다.

不比等は実は鎌足の子ではなく、天智天皇の落胤であるとの説がある。『公卿補任』の不比等の項には「実は天智天皇の皇子と云々、内大臣大職冠鎌足の二男一名史、母は車持国子君の女、与志古娘也、車持夫人」とあり、『大鏡』では天智天皇が妊娠中の女御を鎌足に下げ渡す際、「生まれた子が男ならばそなたの子とし、女ならば朕のものとする」と誓約の言葉を言ったという伝説(実際に男子=不比等が生まれた)を伝える。

여기서는 자신이 임신 시킨 후궁을 후지와라로 가마타리에게 "양도하며" 말하기를 아들이 태어나면 네 아들로 하고, 딸이라면 내 딸로 해라, 라고 했다는 것인데, 무령왕의 경우와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는 전승이라 하겠다.

후지와라노 후히토. 무령왕과 거의 비슷한 탄생설화가 있는 사람이다.



*** 편집자注 ***


저렇게 태어난 아들을 화랑세기에서는 마복자摩腹子라 부른다. 글자 그대로는 배를 문질러 낳은 아들이라는 뜻인 듯한데, 저 방식은 생물학적 부자父子 관계는 아니지만 양부-양자 관계를 형성하는 틀이 된다. 이 방식을 통해 양부는 자신의 정자가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자신의 후원군을 만들어나간다.

필자가 말하는 개로-곤지 사이에 얽힌 저 일화를 나는 마복자 예화로 들었으니, 문제는 저와 같은 이야기 혹은 전승이 일본에서는 더러 확인하는 사실이다. 그런 전통 혹은 습속이 화랑세기에 보인다.

화랑세기는 이와 같은 동아시아 맥락 혹은 세계문화사 맥락에서 읽어야지, 자신이 습득한 얄팍한 역사상식을 진실인양 호도하며, 저런 전통이 다름 아닌 이웃 문화권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저런 전통이 어떻게 가능하며, 그런 사회가 어떻게 제 정신이라 할 수 있겠느냐 더 자랑스럽게 외치면서 그런 습속을 드러낸 화랑세기를 일러 자랑스럽게 파천황破天荒 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더더욱 자랑스럽게 그러니 가짜다 고 선언한 어느 조금 이름 있는 한국고대사 연구자도 있다.

쪽 팔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말을 하는 내가 얼마나 무식한 줄 알아야 한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가?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지, 독서 폭이 얇아서지, 사고 폭이 초등학생 수준이라서지 무슨 개떡같은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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