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북송의 멸망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지배세력의 교체가 태종계열에서 태조계열로 이루어졌음을 언급하였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시기가 바로 백제의 한성 함락이다.
고구려 장수왕에 의한 한성함락이 어떻게 벌어졌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 김단장이 쓰신 "풍납토성~"에 자세하니 부연하지 않겠다.
사실상 이 당시 개로왕으로 상징되는 한성백제의 주류는 풍비박산 나다시피하여 북송의 멸망을 연상시킬 정도였다고 보는데, 개로왕 이후 백제왕 계보에 대해서는 워낙 이설이 난무하여 여기에 일일히 그 설들을 하나하나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한성함락과 함께 백제왕권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보이는 곤지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 (혈연적으로나 의제적인 관계에서나) 사람들이 문주-삼근왕 사후 줄줄이 즉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주-삼근왕에서 동성왕-무령왕으로 바뀌는 이유로 귀족들 사이의 암투를 이야기 하고 누가 누구를 선호하여 이를 왕으로 세웠다던가 하는 추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문주-삼근왕 이후 동성왕으로 바뀌는 과정은 북송대 고종이 후사를 못찾아 효종을 양자로 삼아야 했던 상황과 방불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곤지왕을 일본으로 보낸 것은 백제 입장에서는 그만큼 왕위와 거리를 두게 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보는데 그런 곤지 계열의 왕족을 부랴부랴 백제로 불러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당시 상황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상적으로는 왕으로 즉위하게 힘들었던 왜의 곤지왕 계열 왕족이 새로운 왕으로 즉위하는 과정에서, 왜가 스리슬쩍 끼어 들고자 한 것이 당시 국제정세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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