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육사 논란이 서울대병원-세브란스 병원의 뿌리찾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쓴 바 있었는데,
생각난 김에 경성의전-경성제대 이야기를 조금 써 볼까 한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두 학교는 해방후 국대안에 의해 합쳐져서 국립서울대 의대가 되었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기원을 제중원, 서울의대는 대한제국 의학교까지 올려 잡는데,
이 중 대한제국 의학교까지 이어지는 연혁은 경성제대 쪽에서는 소급이 안 되고,
경성의전이 희미하게 이어진다.
바로 경성의전--총독부 의학강습소--대한제국 의학교의 순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 사이에 국체가 한번 바뀌고 (대한제국--일본총독부), 이름도 계속 바뀌었지만
대체로 대한제국 의학교에서 경성의전까지 이어지는 맥은 병원 쪽보다는 훨씬 뚜렷한 편인 것 같다.
최소한 병원처럼 대한제국 의학교가 경성의전의 전신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방 이후 국대안파동 때 경성의전과 경성제대 의학부의 통합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고보 (중학) 졸업후, 경성의전으로 진학하면 4년,
경성제대로 진학하면 예과 2년 +본과 4년 도합 6년의 교육을 받고 의사가 되었는데 (지금의 의대 6년은 여기서 나왔다),
경성의전이건 제대건 의학관련 커리큘럼 자체는 별차이가 없었고 양자의 차이는 예과 교육을 받았냐 아니냐에 있었다.
이렇게 보면 의학교육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일본의 구제교육으로는 경성의전 4년 교육은 경성제대 예과 2년과 같은 고등학교과정이었기 때문에,
경성제대 졸업자와 경성의전 졸업자는 학위상으로만 본다면 대졸자와 고졸자의 차이가 있었다.
후술하겠지만 이러한 차이는 두 학교 졸업생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필자의 이전 글에서 국대안이 만들어진 경황을 자세히 쓴 바 있는데,
사실 국대안은 미군정이 미국식 종합대학을 한국에 만들자는 의도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이전의 일본식 구제교육을 미국식 6-3-3-4로 바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문학교 과정과 대학은 통합하여 미국식 대학으로 바꾸자 하였다.
이러한 개혁은 한국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고, 일본도 같은 개혁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조선만 타겟해서 벌인 해프닝도 아니었다.
아시다시피 해방 직후 한국의 대학교육 역량은 식민지 시대의 여파로 허약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에
부실한 식민지 시대의 고등교육 기관을 그대로 놔두느니 통폐합하여 제대로 된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군정의 판단은 옳았던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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