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상설전시실 코너는 조선시대로 시작한다.
고려시대 남경 코너가 없는 점이 몹시도 아쉽지만 조선 건국 과정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간다.
그 이전 시대, 그러니깐 통일신라 삼국시대와 그 이전은 같은 서울시 공립박물관인 올림픽공원 안 한성백제박물관 몫이라 혹 이런 대목이 궁금하다면 그쪽으로 가야 한다.
그 조선실 코너 맨앞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 채색판화는 관람객 반응이 재미있어 이쪽에 머물며 그 반응을 지켜 보는 일도 쏠쏠한 재미를 주는데 간단히 말해 다들 탄성을 지른다.
따라서 서울역사박물관 최고 걸작 전시품은 바로 이거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강렬한 색채로, 어쩌면 청록산수 기법을 원용해서 조선전기 한양을 판화 방식으로, 그것도 제법 큰 규모로 구상화하려 했으며 그것이 관람객들을 붙잡는데 성공하지 않았을까 한다.
저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1481년 한양漢陽 Hanyang in 1481
작화 최종현 I 판각 및 채색 김준권(총괄), 류연복, 정찬민, 이용훈
이 작품은 현재 서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조선전기 한양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서울은 역사적 총위가 두터운 도시다. 백제 한성으로부터 시작한 수도 서울의역사는 고려 남경휴, 조선의 한양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조선의 수도가 완성되기까지의 모습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면서 미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당시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조선전기 기록을 바탕으로 궁궐과 주요 관청, 사찰 및 역원, 도로와 출길을 재현하였고, 도성 안은 짙은 녹색의 산경과 대비되도록 채색을 최소화함으로써 도시의 구조와 주요 시설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길과 건물들을 작품 속에서 찾아보면, 남경에서 한양으로 그리고 현재의 서울로 연결되는 시간의 흔적을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
간평한다.
내가 박물관 가서 민감하게 보는 대목 중 하나가 그에서의 관람객 반응이다.
나는 항용 내가 좋아하는 전시가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전시를 해야 한다는 말을 역설하곤 하는데, 혹 그와 연동한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이 업계 전시에는 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공식이 있는데, 이쪽에서 내가, 우리가 좋다 스스로 찬탄하는 전시는 필패하고 만다는 그 믿음이다.
내가, 우리가 좋다는 전시와 그들이 좋은 전시는 반딧불과 번갯불의 차이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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