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서 구황작물이란 무엇인가.
한국에만 국한해서 말하자면,
쌀농사를 짓고자 했는데 딱 봐서 망할 것 같으면
급히 심어 아사를 면하고자 하는 작물이다.
그래서 구황작물은,
1. 재배 기간이 짧고
2. 쌀농사가 안 될 만한 악조건의 기후에서 척박한 땅에서도 자란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재배기간이 짧고, 쌀농사가 안 될 만한 악조건의 기후에서 될 만한 작물이라면,
이건 한반도에서 농사를 가장 먼저 시작했을 당시
재배되던 작물과 동일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감자, 고구마 등 나중에 들어온 작물을 제외하면
구황작물은 조, 피, 수수를 항상 예로 든다.
이들 작물은 쌀농사 이전에 이미 재배되던 밭작물들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쌀농사 시대의 "구황작물"이란 실제로는
쌀농사보다 먼저 들어와 밭에 재배되던 작물들이라는 말이다.
쌀보다 원래 먼저 정착되어 재배되던 녀석들이
쌀농사의 확립과 함께 무대 뒤로 밀려서
흉년에나 다시 등장하여 사람들을 아사에서 구원했던 작물-.
그것이 "구황작물"이다.
왜 흉년에나 다시 등장했을까?
구황작물은 한반도 기후와 토양에 더 적합한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쌀은 원래 아열대 식물이라
한반도에서는 항상 흉작의 위험성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기후가 나빠지는 해에는 영락없이 흉작에 빠졌을때,
한반도의 기후에 더 적합한 조, 피, 수수가 홀연히 등장하여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다.
"구황식물"이란 곧
도작 농경 이전에 있었던 잡곡농경과 동의어이다.
*** Editor's Note ***
피죽도 못 먹은 얼굴 이라는 말이 바로 구황작물로서의 피를 말한다.
놀랍게도 식단에서 완전히 밀려난 이 구황작물이 21세기에 건강식품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맛과 매운맛의 중독성 (1) (0) | 2024.02.03 |
---|---|
일제시대 인류학논문 (0) | 2024.02.03 |
위대한 화학비료 (0) | 2024.02.02 |
찐밥만들기는 조와 기장 때문에 발명된 것인지도 모른다 (16) | 2024.02.02 |
이미 다 알던 것이라는 데 대하여 (1) | 2024.0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