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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안나푸르나에 잠든 산악인 박영석

by taeshik.kim 2020.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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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무한도전 산악인 박영석 "도전하는 자가 세상의 주인!" | 연합뉴스

[순간포착] 무한도전 산악인 박영석 "도전하는 자가 세상의 주인!", 임동근기자, 스포츠뉴스 (송고시간 2020-05-02 07:00)

www.yna.co.kr

 

내 세대가 기억하는 산악인 국민영웅은 고상돈이다. 그가 1977년 9월 15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산 등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당시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외부 소식을 의지하던 내 고향까지 들썩이게 했으니 그래서 그는 언제나 내가 아는 당대의 첫 국민영웅이다. 

 

그런 그가 2년 뒤인 1979년, 알래스카 디날리 산(6194m)인가를 등반하다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아니했다. 그때만 해도 해발 8천8848미터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다는 그가 고작 6천미터짜리 산을 등반하다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아니했다. 

 

 

남극점을 가는 박영석 일행

 

고상돈을 이어 그를 능가하는 위업을 달성하는 산악인이 속속 나타났으니, 요새야 엄홍길이라는 사람이 활발한 대중 매체 활동을 통해 가장 친숙한 인물이지만, 박영석은 고상돈을 잇는 대중스타였다. 

 

산악인과 같은 탐험가가 꿈꾸는 죽음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얼마나 신뢰를 담보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산악인이라면 산악에 잠들고 싶어하는 그런 꿈 말이다. 그렇다 해서 그들이 부러 죽음을 찾으러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박영석은 2005년 5월 1일에는 북극점에 도달했다. 그가 이끄는 원정대는 그해 3월 9일 캐나다 워드헌트라는 곳을 출발해 평균 하루 12시간, 15㎞ 이상을 걷는 강행군 끝에 54일 만에 북극점을 밟음으로써 한국인 탐험역사에서는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에베레스트 남서벽루트 개척하고 정상에 오른 박영석. 2009. 5. 20



지구 3극점으로 일컫는 에베레스트산, 북극점, 남극점에 도달했으며, 히말라야산맥 8천m 이상 14좌를 등반했으며,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등반하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낸 것이다. 

 

왜 산으로 갈까? 불교에서는 산이 있으니깐 산으로 간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산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는 그런 누군가의 믿음에 동의한다. 거기 올랐다 해서 산을 정복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산악인들이 산을 정복하러 가겠는가? 저 산 위에 오른 그 과정 자체가 무슨 희열 아니겠는가 막연히 생각한다. 내가 산악인은 아니므로 그들이 등반 혹은 탐험을 통해 맛보는 그런 복잡한 감정들까지 내가 알 수야 있겠는가? 

 

 

세계 9번째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하고 귀국한 박영석. 2001.8.4 

 

박영석 또한 고상돈이 그랬던 것처럼 참말로 산악인다운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2011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에 나선 그 일행은 대원 두 명과 함께 10월 17일 실종됐다. 그의 시신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 어쩌면 그의 산소로 저런 데 만큼 더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유가족이야 애가 타겠지만 말이다. 

 

이번주 [순간포착]은 박영석 북극점 도달 소식을 다뤄봤다. 그 일이 5월 1일에 일어난 일이라는 캘린더를 고려한 선택이다. 

 

합동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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