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에 감상평이 몇개 달렸는지 이자묵었다. 스무개 이상이 덕지덕지 붙었다고 기억하며 위당 정인보 글도 있다고 기억한다.
종래 혹은 작금 문화재관련법에 의거하면 세한도 원형은 과연 무엇인가? 세한도 달랑 종이쪼가리 하나가 원형 아닌가? 그렇다면 뒤에 덕지덕지 붙은 후인들 글은 원형 훼손이니 떼어버려야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는 미친 짓이라 할 것이다.
덕지덕지 붙은 글은 세한도가 유전한 역사이며 그것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입은 옷들이며 그것을 소비한 고스라한 증언이요 흔적이다. 그 뭉치 전체가 세한도지 추사가 애초에 그려 제자한테 던져주었다는 종이쪼가리 달랑 한장만이 세한도가 아닌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원형에 대한 근간적이며 발본색원에 가까운 재성찰을 요구함을 알 수 있다. 작금 문화재관련법을 장식하는 무수한 원형이라는 말은 축출해야 한다. 그리고 과연 문화재 지정이 작금 어떤 패악의 부작용을 낳는지도 새삼 성찰해야 한다.
세한도는 국보로 지정되었다. 국보 지정 이후 세한도 꼬리에 붙은 글이 한편이라도 있는가? 없다. 세한도는 국보로 지정되는 그 순간에 시대의 변화가 없이 그 상태로 변태를 멈추어 버렸다. 그에다가 글 하나 붙이는 일이 원형을 훼손하는 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에 대해 우리가 흔히 박제라는 말을 쓰거니와 국보 지정으로 시대와 동떨어지기 시작한 세한도를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가 봄눈 녹듯 확연하리라.
(201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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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초고였으니, 이 생각을 다듬어 투고한 글이 아래니 참고하기 바란다.
세한도에서 생각하는 문화재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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