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지금 이곳을 기준선으로 삼아야지 없는 허상을 찾아 과거 어느 시점에 고정한 채 그때의 상상된 모습을 원형이라 설정하여 현재와 미래의 모든 가치를 그에다가 쑤셔박아서는 괴물만 주조할 뿐이다.
(201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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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역시 시간의 온축蘊蓄이다. 그런 까닭에 문화재는 무수한 시간의 melting pot이다. 그런 무수한 시간과 그 무수한 시간의 켜켜한 층위가 오늘의 문화재를 구성하는 절대단위다.
그 켜켜한 층위는 그 시대의 증언이다. 오늘 우리 앞에 선 문화재는 그 켜켜한 역사들의 증언집이다.
이 켜켜함은 땜질과도 상통한다. 유무형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생성하며 변화해 오늘에 이른다. 그 변화가 때로는 거추장일 수도 있거니와, 그런 거추장 하나하나가 증언이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면서 무수한 변화를 맞게 되며, 또 때로는 상흔이 생겨 그것을 무수하게 땜질한다. 금간 뼈는 도로 붙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것이 어스러진 자리에는 철심을 박기도 한다.
그 땜질 철심이 원형이 아니라 해서 그것을 도로 떼어내 버릴 것인가?
다시금 강조하지만 원형은 없다. 우리가 말하는 원형은 없다. 없는 허상을 찾아 지난 백년을 허비했다. 그 상흔 하나, 생채기 하나하나가 역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까닭에 문화재는 절대 존재기반이 지금! 여기! 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는 그 어떤 문화재도 존재기반을 상실한다.
한국문화재현장에서 원형이라는 괴물은 축출해야 한다. 축출이 어렵다면 쿠데타라도 감행해야 한다. 끌어엎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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