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공주를 다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산성 성벽 붕괴 발굴현장 취재를 위해서였다.
이곳도 지금 때이른 여름 날씨에 이미 봄꽃 상당수는 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보다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 풍광은 경주와의 오버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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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볼짝없이 지금이 미어터지는 시즌이지만 같은 시각 공주는 한량하기 짝이 없다.
공주는 백제의 수도라 해서 고도古都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고도의 풍광은 빈약하기 짝이 없어 그 면모야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포진한 송산리 고분군, 그리고 그 인근 뼈다구 앙상한 정지산 유적이 있을뿐이다.
하지만 공주에는 비단 백제가 아니라 해도 고도의 면모라고 할 만한 유산이 제법이니,
공주 도심에는 대통사지와 그곳 당간지주가 있거니와,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망각하기 십상일 정도로 찾는 이 드물다.
근자에 수촌리 고분군이 발굴되어 대대적인 각광을 받았으니, 이곳 역시 현장이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근자에 둘러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렇다 할 만한 낭보는 없다.
더불어 마곡사라는 훌륭한 고찰이 있거니와, 마곡사라고 하면 여러분은 공주가 떠오르는가?
고도의 면모를 부활하기 위한 장단기 방안이 있을 수 있으니 이에서는 단기처방을 고려해, 그 일환으로 나는 무엇보다 철문이 꽝꽝 닫힌 무령왕릉 문을 이제는 열어야 한다고 본다.
이 전축분은 훼손이 가속화하니 하는 따위의 논란에 휘말려 닫아버리고 만 실정이지만 묻는다.
그 딴딴한 벽돌로 지은 무덤에 이끼 좀 낀다고 닫아버릴 일인가?
틈만 나면 딴죽거는 놈들이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실은 문화유산을 시민으로부터 격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2014. 4. 1)
***
공주가 저렇다 탄식한지 딱 9년
이래 공주는 이듬해 세계유산 등재를 발판으로 급속한 변화에 맞물려 저리 한탄한 공주는 아주 많이 탈피했으니 무엇보다 저때와는 제민천 일대 풍광이 아연 달라졌다.
이 아연한 지금의 공주가 십년전 그것에 견주어 꼭 진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공주가 변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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