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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글은 많이 써 본 놈이 장사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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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생업이 되기도 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좀 다른 이야기가 되기는 하겠지만, 글 잘 쓴다는 소문 나서 좋은 일은 없다고 갈파한 이는 한둘이 아니니, 남북조시대 말미 문단을 화려하게 장악한 안지추가 그랬고, 신라말 화려한 장원급제 타이틀을 달고 귀국했지만, 생평 남의 비문만 재능기부로 써주다 일생을 마친 최치원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그리 고백했으니

글씨 잘 쓰는 일로 소문나지 말라 당부한 이는 삼국시대 종요가 있어, 수십미터 궁궐을 사다리로 기어올라 현판 글씨를 쓰다 개고생하고는 후손들한테 너희는 글씨 쓰지 말라 당부했다지 않았던가?

하긴 근간에서는 글 잘쓴다 해서 그 자체로 장사가 되는 이는 가뭄에 콩나듯 하지만, 그래도 전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할 여지는 있으니, 시대가 바뀌어서라 간단히 해 두자. 

주변을 보면, 콘텐츠는 좋은 데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 곧 개중 하나로 글을 잘 쓰지 못해 개고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글쓰기는 장사 없다. 많이 써 본 놈이 궁극으로는 이기게 되어 있는 게임이다.

문제는 얼마나 쓰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간단히 말한다. 죽을 때까지 쓰야 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있을 때까지 줄기차게 쓰야 한다.




그렇다면 무슨 글을 쓰야 하는가? 이것도 장사 없고 왕도 없다. 개발소발 욕설이건 뭐건 나오는 대로 지껄여 보고 해야 한다. 

관종의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첫째도 둘째도 글쓰기가 있을 뿐이다. 사진? 영상? 그것도 또 다른 글쓰기에 지나지 않는다.

상형문자냐 표음문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 사진도 영상도 결국은 언어다. 그런 까닭에 그 언어가 효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형식을 갖춰야 하니, 그 형식이 바로 글쓰기다. 

이 글쓰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개발소발 글쓰기로 뛰어들어 개판 되는 일을 허다하게 보는데, 훈련을 받고서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 하면 그건 그렇지 아니해서 개발소발 쓰다 보면 느는 게 글쓰기 능력이다. 

쓰다 보면 내 특유한 스타일이 드러나기 마련이라 이를 문체라 하며, 이것이 내 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궁극으로는 구성력인데, 이 구성력은 설득력이라, 이 방식은 일률이 있을 수는 없어 쓰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며, 그것을 다듬어 갈 뿐이다.

글쓰기는 왕도가 없다지만 왜 없겠는가? 개발소발 지껄여 보는 것 만한 왕도 없다.

계속 싸질러야 한다. 

이 글쓰기는 작가 혹은 기자라면 갖춰야 하는 소양이라 하겠지만 천만에. 그건 기자건 나발이건 아무 관계 없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하는 소양이다. 

침묵 만한 죄악 없다. 그건 묵언수행하는 스님들이라 하라 하고 우리는 나오는 대로 지껄이며 나오는 대로 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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