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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기후도 변한다, 문화재도 변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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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lience and transformation of heritage sites to accommodate for loss and learning in a changing climate


 

Resilience and transformation of heritage sites to accommodate for loss and learning in a changing climate

link.springer.com


얼마전 나는 얼굴에서 점을 빼고 모가지에서는 쥐젖을 지졌다. 레이저 빛이 따가웠다

내가 봐서 거추장스럽고 남이 봐서도 거슬릴 듯 해서 그리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나이들어가며 없던 점도 생기고 쥐젖도 난다.

 

불난 노트르담성당. 불탄 채 그대로 놔둔다는 대담한 발상까지도 필요하다.

 

 

문화재 역시 살아있는 생물이라, 여타 생물 혹은 무생물이 그러하듯 생성 변화하다가 궁극에는 소멸하고 만다.

그런 변화를 불러오는 힘 혹은 원인 중에 근자에 새롭게 대두하는 문제가 기후변화다. 

한데 이 기후란 것도 곰곰 생각하면 기후에 따른 변화가 근자에 발견됐을 뿐이지, 그런 기후 변화에 따라 문화재 자체가 과거에도 무수한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문화재에 변화를 주는 양상으로 굳이 기후만 지목하리오? 인위적인 파괴도 있고, 실화 방화도 있고 기타 무수한 변화 원인을 상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변화를 우리는 어찌 받아들일 것인가? 그 변화를 이상異常이라 해서 덮어놓고 내칠 것인가? 다시 말해 그 자체로 변화의 양상으로 보아 그것을 그 이전 상태로 돌려야 할 것인가? 

문화재 현장에서 이 문제는 "나중에"라는 말로 더는 미룰 수가 없는 시급성이 있다. 


 

붕괴한 공산성 성벽. 복원하지 말고 저대로 두는 발상도 해 봐야 한다. 

 



비근한 예로 노트르담대성당과 하기아 소피아성당이 있거니와, 전자는 느닷없는 불에 첨탑과 지붕이 날아갔고, 후자는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지위가 돌아갔다. 

노트르담성당은 불타 버린 그 부분을 어찌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화재 직전 모습으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잡았으며, 후자는 겉모양 자체는 변함이 거의 없지만, 그것이 함유하는 가치 자체가 종교시설로 변모했다. 

화재 직전으로 돌렸다 함은 물론 많은 변론이 있을 순 있지만, 화재 직전 모습이 고유 가치를 지녔으며, 그에 따른 그 어떠한 변화도 그 가치를 훼손한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후자는 언뜻 사정이 정반대로 보이지만, 그 본래하는 고유 가치 회복을 기치로 모스크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화재도 변화요, 모스크 전환도 변화다. 이 변화를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그대로 용납하고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정상 궤도 탈출로 볼 것인가? 후자라는 관점에서 바로 복원이라는 개념이 도출한다. 

저자들은 heritage에 가해지는 여러 변화 중에서도 유독 기후변화 climate change 를 지목해 그에서 초래되는 변화를 어찌할 것인가? 그것을 묻는다.

그것을 정상 궤도의 이탈로 보아 기후 변화로 인한 변화 이전으로 강제로 돌리거나 혹은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옳기만 한가를 묻는다.

 

임진강 철교. 기후는 끊임없이 철교 면모를 바꾼다. 

 

 

간단히 말해서 기후변화로 어떤 문화유산에 변화가 생겼다. 이걸 우째야 하는가? 고쳐야 하는가? 아니면 냅두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 이 글 출발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저자들 생각은 무엇인가? 다음이 그것을 집약한다.  

When heritage properties are severely impacted by climatic events, we suggest that some remain damaged to serve as a memory of that event and the inherent vulnerabilities embedded in places. 

이를 정리하면 무조건 변화가 가해졌다 해서 그 변화 이전으로 고칠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그 변화 자체가 기후 변화 양상을 증언하는 흔적이므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변형을 덮어놓고 검버섯이나 쥐젖 취급을 말란 뜻으로 본다.

언뜻 보면 어정쩡한 타협론처럼 보이기도 할 터인데, 생각보다 이 생각 혹은 제안은 깊이가 있다. 

예컨대 요즘 한국사회 화두인 집중호우를 보자. 이걸로 예컨대 어떤 산성 성벽이 폭삭 내려앉았다고 하자. 우리네 문화현장에서는 이런 현장에 대해서는 예외없는 법칙이 적용한다. 

 

고양 장항습지. 기후에 따른 변화가 심대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수재 이전으로 습지를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첫째, 이참에 쏵 발굴하자 해서 발굴조사단 동원해서 쏵 판다. 이유는 그럴 듯해서 복원을 위한 자료를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건다. 파서 구조를 밝혀낸다 해서 그게 복원에 어케 활용되는지 실은 나는 모른다. 암튼 그런 식으로 주장한다. 

둘째, 쏵 개비해서 이게 원래 성벽이라 주장한다. 뭐 내 보기엔 이건 순전한 사기다.

암튼 이 방식이 예외없이 통용한다.

그렇다면 세계유산으로 대표하는 국제무대서는 어떤가?

저들이 좀 더 선진적인 듯 하고 우리보다 앞서나가는 듯 하지만 하등 대한민국 사정과 다를 바가 없다.

이에서 결정적인 가늠자가 OUV 라는 것이다.

 

 

집중호우에 파괴된 기와집

 



세계유산은 이 탁월하면서도 인류보편적 가치라는 이름을 부여하는데 저자들이 보기엔 이 OUV 라 말로 문화재를 옳아매는 족쇄다.

이 OUV는 OUV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는 전제 자체가 없다. 일단 특정 유산이 이러한 OUV 로 규정되어 세계유산이 되면 그를 침범하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세계유산 역시 문화재를 박제화해버리고 그 시점 그 가치로 고정해버리고 만다. 족쇄인 셈이다.

내가 이해하는 한 저자들은 그런 생각들을 반란한다.

세계유산이 헤러티지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성장 억제제가 아니라 기후변화를 포함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잔 것이다.

그것을 저자들은 Resilience and transformation of heritage sites 라 표현한 것이다.

내가 이하하는 Resilience 는 해석 혹은 정책의 탄력성이다. transformation은 정책변화가 아닌가 한다. 

저 생각이 내가 그간 주장한 바가 상통하는 바가 많다. 혹 내가 취지를 오해한 건 없는지 모르겠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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