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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김완진 선생과 화랑세기 향가, 그리고 나

by taeshik.kim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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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향가연구로 저명한 김완진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향년 91세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 소식은 이 글 맨 뒤에 첨부하는 우리 공장 부고 기사를 참조하셨으면 하고

그의 타계 소식에 즈음해 나랑은 어쩌면 밀접한 대척점에 선 화랑세기 문제가 있어 이 문제를 이참에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는 1989년과 1995년에 각각 두 종류가 공개된 화랑세기 필사본 가짜론자다. 더 간단히 말해 그 화랑세기 필사본은 후대 누군가가, 아마도 그것을 필사한 남당 박창화라는 사람이 신라 사람 김대문金大問이 쓴 그 화랑세기로 팔아서 가짜로 꾸며낸 이야기라는 쪽에 선다. 

아다시피 이 화랑세기 문제에서는 나는 격렬한 진본론에 섰으며, 그것이 그럴 수밖에 없는 수백가지 이야기는 한때 목이 아프도록 지적했으니, 그 많은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재방할 필요는 없을 테고,

그런 점에서 그가 생전에 나를 알았는지 모르지만(몰랐을 가능성이 훨씬 크겠지만) 나는 그가 주장하는 화랑세기 가짜론의 근거 또한 두들겨 깰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의 가짜론이 탑재한 부당성은 이미 2001년 졸저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 (김영사)에서 충분히 다뤘다고 생각하거니와, 특히 그 에필로그 '미실과 향가'(448~443쪽)는 김완진에 대한 공격을 집약한 것이다. 

이를 보면, 김완진은 엄밀히는 화랑세기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그에 수록됐다는 향가가 수록된 복사본 2장만 꼴랑 본 데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같은 학교 동료 교수(국사학과)로 재직 중이던 노태돈이 들고온 그 두 장을 보고서 내린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 화랑세기 향가에 대해 그가 직접 남긴 육성 증언을 보면 "자료를 보아 온 사람에게는 육감이라는 게 있다. 제법 향찰식으로 흉내내었지만, 그에 익숙하지 못한 어떤 사람이 지은 것"이라 하는가 하면, 그렇게 내어 놓은 노태돈 복사지를 보고서는 "원고지에 적었던 내용(김완진 판독-인용자)을 노태돈 교수가 참고하겠다고 가져갔는데 뒤에 그것이 세상에 나돌아 김아무개의 '해독'이라고 일컬어지는 데에는 약간 당혹해하고 있었다. 위작이라고 생각을 굳힌 터에 '해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고 한다. 



이런 증언들은 그의 판독이라는 것이 어찌 해서 나왔는지 궁금해던 차에, 그 시말을 그가 스스로 자세히 밝혀주었다. 

그렇지만, 문헌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나는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제공받은 자료라는 것이 제공자의 의도에 따라 지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그 이후에 그 전문이 공개된 마당에 얼마든 그것을 분석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향찰 흉내를 낸 데 지나지 않는다는 감感 하나를 끝까지 극복하지 못한 태도가 나로서는 심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 증언에 실린 그의 가짜론은 실은 그것 그대로 진본인 증거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런 판단은 적잖은 문제가 있다.

제법 향찰을 흉내냈다 했지만, 그 제법이 어느 정도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고, 나아가 이 화랑세기 향가에 보이는 일부 향찰 표기가 다른 향가 작품에 보인다는 것이 어찌 가짜의 증거가 될 수 있겠는가? 

저 논리대로라면 도대체 선배들의 흉내를 내지 않은 문학작품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 상투는 유행이며, 그 유행이야말로 그 작품이 어쩌면 동시대를 호흡한 증거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나는 저 화랑세기 향가에 대한 그의 그 어떤 주장도 용납할 수 없었으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향가 연구 매진한 국어학자 김완진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송고시간 2023-08-18 23:32
 
https://www.yna.co.kr/view/AKR20230818162600005?section=culture/scholarship 

향가 연구 매진한 국어학자 김완진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 고유의 정형시인 향가(鄕歌)를 정밀 분석해 국어학 연구에 큰 역할을 한 김완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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