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상황上皇의 소매 향기가 내 소매에 남아있고 거기에 보태어 아리아케노쓰키(땡중-인용자주)의 소매 향기가 다시 겹쳐지는 슬픔을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방법도 없다." (고후카쿠사인 니조 後深草院二条 지음, 김선화 옮김 《도와즈가타리》(학고방, 2014) 151쪽)
편의상 땡중이라 했지만, 저 땡중은 실은 문제의 상황한테는 어릴 적 친구라, 저 후궁을 그 땡중한테 가라 등 떠밀은 이가 다름 아닌 상황이다. 이 땡중과의 사이에서 후궁은 자식을 둔다.
퇴직 천황의 후궁으로서 다른 뭇 남자를 헤엄치다 한편으론 그런 행각이 들키까 두려우면서도 미안해하다 마침내 들켰으니, 그런 후궁한테 퇴물 천황은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잠자리를 네 엄마한테 배웠느니라. 너가 뱃속에 있을 때도 나는 참지 못했느니라. 그래서 너가 크길 기다렸노라. 이젠 다른 남자한테 가라.
궁궐로 들어가 자라다가 15세가 되어 상황上皇, 다시 말해 퇴직 천황에게 간택되어 그의 딸을 낳자마자 다른 귀공자의 구애를 받아 상황의 후궁 신분으로 줄곧 그와 눈이 맞아 밀회를 즐기고는 출산한지 몇달 만에 덜커덩 그의 씨를 배어 몰래 딸을 낳고는 어딘가로 보내 버린다.
그런가 하면 18살 무렵이 되어 퇴직 천황 친동생인 현재의 천황 눈에 띄어 끊임없는 구애를 받고,
그러는 무렵에 다시금 다른 남자가 접근하자 그와 사랑을 나누고는 다시 애를 배어 그의 씨를 낳는다.
더 놀랄 만한 대목은 상황으로 물러난 퇴직 천황이 제위를 물려준 친동생 현직 천황과 함께 밤을 지내면서 이 후궁을 불러들여 쓰리썸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도와즈가타리とはずがたり라는 일본 가마쿠라시대 고후카쿠사인 니조 後深草院二条[1258~1306 이후 어느 시점에 사망) 이라는 한 궁녀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자신이 고백하는 삶이다.
이걸 콩가루라 할 것이요?
이거 어째 이런 풍모 우리는 이제는 익숙하다.
나는 이런 모습이 신라시대, 그리고 고려시대 모습이라고 간주한다.
화랑세기가 출현하자 파천황의 성풍속 운운하면서 그것을 가짜로 몰아붙였지만 같은 시대 일본열도를 보면, 개소리임을 직감한다.
내가 알고, 내가 익숙한 사회는 17세기 중반 이후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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