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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김조(金照 1774~1853), 〈수연사에 들어가며 [入隨緣寺]>

by taeshik.kim 201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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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사에 들어가며 [入隨緣寺]


[朝鮮] 김조(金照 1774~1853)



수연사 위치. 다음지도에서


 

인적도 없는 산에 앉으니 홀연 나도 없는 듯   

정신이 피곤해 책도 내던지고 은거를 꿈꾼다  

해질녘 돌아가매 매미 울지 않아 적막하고     

하늘 높이 떠가는 기러기는 홀로 날아간다      

인적 없는 창에 해 비치니 불로장생 비결이요 

무너진 담에 꽃 피었으니 틀림없는 수묵화네  

지금 돌아갈 동계마을 동쪽 몇 리면 되는데    

그대 좋은 시상 떠올랐다고 오라고 손짓하네  


空山坐我忽如無, 神倦抛書夢五湖. 落日歸來蟬寂寞, 長天浮去鴈高孤. 虛窓日暎金丹訣, 破壁花生水墨圖. 此去東溪東數里, 君詩有得手相呼. 



수연사 일대 위성. 다음지도에서



수연사(隨緣寺)는 전라남도 장성군 영축산(靈鷲山)에 있던 유서 깊은 사찰이며 수연사가 있으므로 그 산을 수연산(隨緣山)으로 일컫기도 한다. 水蓮寺(수련사), 秀蓮寺(수련사) 등은 隨緣寺(수연사)의 잘못된 표기이다. 폐사한 시기는 분명하지 않으나, 이전 지리지에는 실재한 것으로 되었다가, 1927년 《장성읍지》에는 유지(遺址)가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기삼연(奇參衍, 1851~1908)이 호남창의회맹소를 수연산 석수암에 두고 의병운동을 전개하여 1908년 석수암을 일본군이 불태울 때 함께 불탄 것이 아닌가 한다. 오늘날 장성군 삼계면 수록리에 수록사(隨綠寺)로 중건이 되었는데, 제 자리에 세운 것인지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緣을 綠으로 오인하여 해괴망측한 절 이름이 되고 말았다. 




2행 오호五湖는 은거라는 뜻이다. 춘추시대 월나라 범려(范蠡)가 오나라를 멸한 이후 오호(五湖)에 물러나 은거한 고사에 따라 오호가 ‘은거’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5행 금단(金丹)은 신선들이 복용하는 장생불사약을 이른다. 금단은 아홉 번을 고아야 약이 된다고 하여 구전단(九轉丹)이라고도 한다. 

8행 ‘그대[君]’는 수연사를 의인화한 표현이다. 절에서 나와 동계마을 집으로 돌아가려다 아름다운 경치에 시상이 떠올라 다시 수연사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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