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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시즌이니만큼 호박 풍년이라
이곳저곳 저절로 굴러다닌다.
문앞에도, 마당에도, 계단에도
쌍으로, 무데기로 농성한다.
개중 실한 놈 하나를 엄마가 또개서
아들놈 좋아하는 호박죽을 맹그는데
두 그릇 후닥닥 해치운다.
그때 견주어 땅이 늘어난 것도 아니요
그때라고 호박이 없었던 것은 아니로대
그땐 왜그리 먹을 게 없었는지 모르겠으니
쪽수 아니었겠는가?
집집마다 가가호호 열이라 호구가 많았으니
마파람 게눈 감추듯 남은 게 없었더랬다.
이젠 호박죽 지어놔도 며칠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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