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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능성보단 기대감이었다.
그랬다. 작년에 미룬 것까지 올해 두 명 한꺼번에 발표하는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비록 언론지상이긴 했지만, 한강이 거론된다 했을 적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지는 아니했다.
내 나름으로는 트리플 크라운 세우고 떠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삼관왕은 무엇인가?
첫째 빌보드 1위..이 꿈만 같은 일이 내가 문화부장 재직시절에 물경 세 번이나 터졌으니 모조리 방탄소년단이었다.
물론 얼마전 슈퍼엠이 또 하나를 추가했지만 말이다.
둘째는 황금종려상..이것도 꿈만 같았는데 마침내 올해 칸영화제서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한을 풀었으니, 그런 소식을 취급하는 문화부장으로서 나는 기쁘기 짝이 없었다.
그에다가 노벨문학상을 마지막으로 추가하고 싶었다.
물론 저들이 어찌 내몫이겠는가?
그냥 기분이 그랬다.
먼훗날 이때의 문화부장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문화부장 때 말야..라며 어깨 힘 팍 주며 모든 일은 내가 혼자한 것처럼 한껏 뻐겼으면 했더랬다.
막판에 노벨문학상이 미끄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문화부장 시대엔 빌보드 1위도 나오고 황금종려상도 탔다고..그래서 그 시절이 기억에 남는다고 쓰고 싶었다.
오늘 우리 공장 부장급 인사가 났다.
적폐경영진 물러나고 지금 경영진 출범하면서 나는 가장 늦게 부장이 되었다. 해직 여파로 2년이나 떠나 있었고, 또 복직해서도 적폐경영진이 1년을 더 해쳐먹었으니 도합 3년을 나는 떠돌았다.
뒤늦게 부장이 되었지만 1년반이 지나 편집국장이 바뀌면서 나 역시 가뜩이나 연조가 높은 늦깎이 부장이라 물러남이 당연했고, 그러한 까닭에 이 즈음 환송회랍시며 여러 군데 자리를 전전하며 드디어 부장질 벗어나게 되었다고 만세를 불렀더랬다.
한데 얼마전부터 넌 딴 데 못간단 소문이 들리더니 기어이 주저 앉고 말았다.
오늘 부장급 인사에 내 이름은
없다!
저 새끼 언제 물러나냐 손꼽아 기다렸을 사람들한텐 무척이나 미안하나 나는 더 황당하는 점 고려해주길 바란다.
이 자리 그만큼 육체적으로 고되다.
만성소화불량에 체력은 바닥 났다.
저와 같은 준비한 스완송은 미완성으로 끝나버렸다.
****
지난번 인사에서 문화부장을 벗어나지 못한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문화부장으로서의 트리플 크라운을
1. 빌보드 1위
2. 황금종려상
3. 노벨문학상
을 생각했다. 이 세 가지 중 둘이 내가 문화부장 하던 시대에 있었으니, 그래 남은 건 후임 문화부장 몫이라 생각했더랬다.
한데 오늘 보니 하나가 더 있었다.
4. 오스카상
오스카상은 난공불락 아니었던가?
이 난공불락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붕괴하는 장면을 내가 목도할 줄은 나도 몰랐다.
이 넷을 합쳐 문화부 그랜드슬램이라 해 둔다.
지금 고백하거니와, 당시 내가 물러나지 못한 까닭은 한류 때문이었다. (2020. 2. 10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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