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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내가 우영우 팽나무에 흥분할 때 남들은 우영우 주식을 매집하고 있었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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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작 효자손도 문화재를 외치고 있었다.


ENA라는 듣보잡 케이블 방송이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총 16부작이라, 내가 익히 말했듯이 그 이야기 전개 방식이 미드 영향이 짙었으니, 무엇보다 CSI 시리즈 그 짙은 냄새가 났다. 보니 각 에피소드별로 하나씩 주제를 다뤘으니 이 역시 CSI 방식이며, 나아가 해당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방식 역시 CSI라, 사건 현장을 먼저 제시하고는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는 전개는 사건 현장이 딱 벌어지고는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서 나타나 시체를 바라보는 루테넌트 호레이쇼 등장 방식 딱 그것이었다.

문화재 관점에서 이 드라마를 총평하면 그 16회작 중 물경 4회가 문화재 현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한국문화재사에서는 대서특필해야 할 사건이다. 다만 작가나 감독이 그 전개에 무척이나 부담을 느꼈는지, 애초 원칙은 1에피소드=1주제였지만, 문화재를 동원한 에피소드는 예외라 그것을 도마에 올린 소재는 두 가지였으니, 이 두 가지를 2회에 걸친 에피소드로 배치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동원한 제7~8회가 그러했고,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13~14회(이건 내가 기억에 의존해서 헷갈릴 수 있다)가 그것이라, 이는 아무래도 작가나 감독이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이미 제작 단계에서 조계종단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또 그런 반발을 우려해 제작사 측에서 불교계 입장을 충분히 다룬다는 그런 타협이 이뤄지는 바람에 이야기 전개가 늘어졌다고 나는 본다.

난 고작 고래박물관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거의 매회 본방사수했거니와, 그런 나한테 이렇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가, 그것도 글로벌 관점에서도 빅 히트인 이 드라마가 문화재를 전면으로 떠올렸다는 사실이 어찌 심상하게 보이리오?

나는 그 점에서 문화재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조금은 흥분했던 것이며, 덧붙여 그것이 고공낙하한 팽나무는 기어이 대한민국 문화재, 천연기념물로 만드는 선봉에 섰던 것이다.

하지만 천상 나는 장사꾼은 되지 못한다. 내가 이 드라마를 우연히 접하기 시작한 것이 당장 첫방이었으니, 딱 보니 이 드라마 대박 조짐이었다. 사내맞선 이래 이렇다 할 정 줄 곳을 찾지 못한 나로서는 그 허전함을 달랠 대타로 이 드라마를 점찍었거니와, 그러다가 팽나무가 등장함을 보고서는 아 드디어 내가 발을 담글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장사꾼들은 달랐다. 그네들은 이미 제1회 방영을 보고서 주식시장으로 달려가 ENA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비즈니스 영역이었다.

난 이 대바구니에서 무형문화재를 떠올리고 있었다.


문제의 팽나무 아래서, 그리고 내내 우영우가 집착한 고래가 어떻게든 돌풍을 일으키리라 봤지만, 내가 고작 그 돌풍으로 감지할 만한 데라고는 장생포고래박물관, 혹은 잘하면 반구대 암각화였지만, 이미 고래 이모티콘으로 옮겨갔고, 무엇보다 그 팽나무가 등장한 신에서는 고래를 박은 우산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도 이렇다 할 감흥도 없이 지나는데 시장은 그 돌고래박이 우산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넘들은 주식시장으로 달려가고 고래 이모티콘을 요청하며, 남방큰돌고래 박은 우산이 이른바 굿즈로 불티나게 팔려나갈 때 나는 고작 저 팽나무 천연기념물로 만들어야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나섰으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딴 사람들이 거둬가기 마련이라, 이럴 때마다 나는 매양 내가 장사꾼 기질이 없음을 절감한다.

장사꾼 김태식은 고작 아 저 드라마로, 아 저 이쁜 박은빈으로 우리 홈페이지 트래픽 유입이나 일어났음 좋겠다 하는 수준인데 나는 언제쯤 저런 드라마를 마주하고서는 주식시장을 클릭하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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