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라는 듣보잡 케이블 방송이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총 16부작이라, 내가 익히 말했듯이 그 이야기 전개 방식이 미드 영향이 짙었으니, 무엇보다 CSI 시리즈 그 짙은 냄새가 났다. 보니 각 에피소드별로 하나씩 주제를 다뤘으니 이 역시 CSI 방식이며, 나아가 해당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방식 역시 CSI라, 사건 현장을 먼저 제시하고는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는 전개는 사건 현장이 딱 벌어지고는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서 나타나 시체를 바라보는 루테넌트 호레이쇼 등장 방식 딱 그것이었다.
문화재 관점에서 이 드라마를 총평하면 그 16회작 중 물경 4회가 문화재 현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한국문화재사에서는 대서특필해야 할 사건이다. 다만 작가나 감독이 그 전개에 무척이나 부담을 느꼈는지, 애초 원칙은 1에피소드=1주제였지만, 문화재를 동원한 에피소드는 예외라 그것을 도마에 올린 소재는 두 가지였으니, 이 두 가지를 2회에 걸친 에피소드로 배치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동원한 제7~8회가 그러했고,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13~14회(이건 내가 기억에 의존해서 헷갈릴 수 있다)가 그것이라, 이는 아무래도 작가나 감독이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이미 제작 단계에서 조계종단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또 그런 반발을 우려해 제작사 측에서 불교계 입장을 충분히 다룬다는 그런 타협이 이뤄지는 바람에 이야기 전개가 늘어졌다고 나는 본다.
나는 이 드라마를 거의 매회 본방사수했거니와, 그런 나한테 이렇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가, 그것도 글로벌 관점에서도 빅 히트인 이 드라마가 문화재를 전면으로 떠올렸다는 사실이 어찌 심상하게 보이리오?
나는 그 점에서 문화재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조금은 흥분했던 것이며, 덧붙여 그것이 고공낙하한 팽나무는 기어이 대한민국 문화재, 천연기념물로 만드는 선봉에 섰던 것이다.
하지만 천상 나는 장사꾼은 되지 못한다. 내가 이 드라마를 우연히 접하기 시작한 것이 당장 첫방이었으니, 딱 보니 이 드라마 대박 조짐이었다. 사내맞선 이래 이렇다 할 정 줄 곳을 찾지 못한 나로서는 그 허전함을 달랠 대타로 이 드라마를 점찍었거니와, 그러다가 팽나무가 등장함을 보고서는 아 드디어 내가 발을 담글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장사꾼들은 달랐다. 그네들은 이미 제1회 방영을 보고서 주식시장으로 달려가 ENA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비즈니스 영역이었다.
문제의 팽나무 아래서, 그리고 내내 우영우가 집착한 고래가 어떻게든 돌풍을 일으키리라 봤지만, 내가 고작 그 돌풍으로 감지할 만한 데라고는 장생포고래박물관, 혹은 잘하면 반구대 암각화였지만, 이미 고래 이모티콘으로 옮겨갔고, 무엇보다 그 팽나무가 등장한 신에서는 고래를 박은 우산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도 이렇다 할 감흥도 없이 지나는데 시장은 그 돌고래박이 우산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넘들은 주식시장으로 달려가고 고래 이모티콘을 요청하며, 남방큰돌고래 박은 우산이 이른바 굿즈로 불티나게 팔려나갈 때 나는 고작 저 팽나무 천연기념물로 만들어야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나섰으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딴 사람들이 거둬가기 마련이라, 이럴 때마다 나는 매양 내가 장사꾼 기질이 없음을 절감한다.
장사꾼 김태식은 고작 아 저 드라마로, 아 저 이쁜 박은빈으로 우리 홈페이지 트래픽 유입이나 일어났음 좋겠다 하는 수준인데 나는 언제쯤 저런 드라마를 마주하고서는 주식시장을 클릭하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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