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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낫을 던져버린 예초기, 한국생활사의 혁명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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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면 추석이라 매년 추석을 앞두고는 아버지 산소를 벌초하니

이번 소분掃墳은 좀 늦어 실은 까마득히 잊어먹고 있다가 부랴부랴 주말을 맞아 손을 댔다.

소분에 예초기를 쓴지는 오래지 않아 98년 연말 아버지 돌아가시고 모시고 난 한동안은 전래의 방식대로 낫으로 일일이 잡풀을 벴으니 그 수고로움 고생이야 오죽했겠는가?

그땐 할머니할아버지 합장분과 큰어머니 산소까지 같이 했으니 그 산소들이 천지사방 산간에 흩어져 있어 대략 십년전부터는 포기하고 아버지 산소 하나만 한다.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된 듯 하나 어머니가 계셔서 섣불리 얘기는 못 꺼내지만 아버지 산소 하나만 남기고 나를 포함해 그 주변으로 간단한 표식 돌덩이 하나만 갖다 놓는 식으로 개혁하려 한다.

시대 흐름이 또 그러니 나라고 또 어찌하겠는가?

그것도 번다하다면 그건 내 몫이 아니라 아들놈이 결단할 일이다. 나로서는 많이 양보했다 생각하지만 저네는 또 생각이 다를 것이니 내가 어줍잖게 그 가이드라인까지 구속할 순 없다.




나는 예초기 도입을 한국문화사 혁명으로 본다.

저를 도입하기 전엔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그것이 도입된 지금 새샴 절감하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는 아버지가 늦게 얻은 아들이라 빨리 집안 대권을 물려받은 편에 속한다.

내세울 거 없는 집일수록 유교 권위주의로 회귀하거니와 이에서 나 역시 한 발짝도 퇴보가 없어 이런저런 핑계를 어케든 하루 빨리 이 어줍잖은 집안 대소사를 아들놈한테 떠넘길 궁리만 한다.

무엇보다 힘들어 죽겠다.

저 예초기도 두어시간 돌리는데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중간중간 쉬어가다 산소 밭두렁을 보니 두릅꽃이 만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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