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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지정 시스템을 혁파한 우영우 팽나무

by taeshik.kim 2022.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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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서 마을 지켜낸 '우영우 팽나무', 실제 천연기념물 된다
김예나 / 2022-08-24 17:21:51
문화재청, 지정 예고 결정…드라마 나온 뒤 명소 부상

드라마서 마을 지켜낸 ′우영우 팽나무′, 실제 천연기념물 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전국적 열풍을 불러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화제가 된 경남 창원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24일 "창원시 보호수로 지정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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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전하며 문화재청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지정조사를 준비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자체와 함께 마을 주민 설명회를 진행하며, 문화재 지정 시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어가며 직접 소통했으며, 드라마 방영 이후 관람객 증가에 따른 주민 불편 사항 해결과 팽나무 훼손 방지를 위한 임시포장시설을 활용한 동선 개선, 보호울타리 설치, 임시화장실 설치 등 제반사항을 창원시와 함께 지원하여 팽나무 보존 및 주변 경관 개선을 위해서도 다각도로 노력했다.


진짜 그랬다. 이런 일이 없었다. 문화재 지정 혹은 그 비스무리한 사례에서 언제나 지정 중심주의였으니, 솔까 지정만 해 놓고 그 이후는 신경도 안 썼다. 물론 예외는 없지는 아니했으니,

세계유산이 대표적이라, 이 세계유산은 등재 준비 단계에서부터 등재 이후까지 그런 대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니, 다만 이런 일이 한국 문화재현장에서는 아주 특수 케이스에 지나지 아니했다.

그런 세계유산도 언제나 등재가 우선었다. 일단 등재해 놓고 보자했고, 이를 고리로 삼은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렸으니, 그리하여 일단 세계유산이 되고 나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영우 팽나무는 이런 관행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 우영우 팽나무는 어느날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런 나무가 있는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가 각중에 마른하늘 날벼락마냥 내려줬다.

딱 보니 폼 나더라. 그 폼남을 보자마자 나는 그 정체 파악에 돌입했고, 지인들 힘을 빌려 30분 만에 그 정체가 저것임을 알아냈으니, 그리하여 이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 여겨 일사천리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몰아부쳤다.

뭐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가 모든 일을 다한 것처럼 들리겠지만, 결코 그런 것은 아니며, 저 과정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하고 훈수를 두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다만, 그런 간섭이 꼭 내 간섭 때문이겠냐마는, 적어도 결과로만 보면 여러 우려를 불식하며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없지 않으리라 본다.

저 팽나무가 뜨자 흥분과 더불어 그에 따른 여러 문제도 노출되었으니,

첫째 처음에는 와우 우째 이런 일이 우리 동네에 생긴단 말인가 반기던 지역 여론이 밀려드는 관광객에 몸살을 앓기 시작했고,

둘째, 문화재 지정은 곧 사유재산권 침해가 아닌가 하는 반론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이 문제는 생각보다는 심각했다.

그런 여론은 현재까지 우리 문화재 행정을 냉혹하게 돌아보게 하는 성찰을 하게 했으며, 나아가 나 개인으로서는 그런 잡음들을 이참에 새로운 전범을 세움으로써 혁파하고 싶었다.

이 점에서 문화재청 대응 역시 상찬할 만했으니, 주민 간담회 등을 통해 문화재 지정이 꼭 제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문화재가 있음으로써 지역사회가 외려 주거환경 개선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설득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금껏 문화재 행정은 지정하고는 솔까 나몰라라 하고는 패대기를 쳤다. 하지만 우영우는 달랐다. 물론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건은 문화재 지정과 더불어 그에 따른 주변 일대 경관 개선과 같은 주민혜택 상생방안이 동시에 추진된 것으로 안다.

나는 이런 점들을 끊임없이 지역사회를 설득할 것을 요구했고, 그와는 상관없이, 또는 그와 합치해서 문화재청 천기과 역시 그런 방향에서 움직인 것으로 안다.

문화재 행정은 이러해야 한다. 왜 문화재가 훼방이 되어야 하는가? 문화재가 있어 행복한 마을, 구호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우영우 팽나무야 특별 대접을 받아 경관개선을 위한 예산 배정 등에서 우선권이 주어지기는 하겠지만, 모든 문화재 현장은 이러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제반 행정과 법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지정 추진과 더불어 그를 통한 지역 상생 혹은 활성화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왜 문화재는 지정만 해놓고 패대기쳐야 하는가?

문화재가 있어 행복한 마을, 구호만 아니라 나는 내 생전에 그런 마을 보기를 보고 싶다. 다행인지, 그 소망이 우영우 팽나무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한 듯해서 몹시도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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