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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노필盧弼과 [삼국지집해] by 김영문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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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는 삼국지 배송지 주 완역을 앞둔 김영문 선생 페이스북 글이다 ***


* 노필은 중국 근현대 시기 정사 [삼국지] 고증과 연구에 막대한 공적을 남긴 유명한 장서가 겸 고증학자다. 그는 1876년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셴타오(仙桃)에서 태어나 1967년 텐진(天津)에서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후베이의 유명한 서원인 경심서원(經心書院)과 양호서원(兩湖書院)에서 공부하고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한 때 중화민국 정부 국무원 비서로 재직하며 정치에 발을 담그기도 했으나, 평생 고서를 모으고 고증하는 훈고 작업에 전념했다.

* 노필의 스승 양수경(楊守敬)은  청말 민초 시기에 금석, 서예, 여지, 화폐, 장서 등 부문에서 83종의 저서를 남긴 대학자다. 양수경의 대표저서 [수경주소(水經注疏)]는 지금도 수경주 연구 분야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노필



* 노필의 또 한 명의 스승 추대균(鄒大鈞)은 청나라 말기 광서 황제와 선통 황제의 사부를 지낸 대학자로 역시 고증학의 고수였다. 그는 중국 근대 지리와 지도 분야에서 혁혁한 공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서구 인쇄술을 빌려와서 중국에 최초로 칼라 지도를 제작한 선구자였다. 그가 지은  [광서호북지기(光緒湖北地紀)] 24권, [경사대학당 중국 지리 강의(京師大學堂中國地理講義)] 6권 등 수많은 지리 관련 저서와 그가 인쇄해낸 [중외여도(中外輿圖)] 68폭, [서장전도(西藏全圖)] 등도 이 분야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힌다.

* 노필은 이 두 명의 스승으로부터 고증학, 교감학, 장서학 분야의 치밀한 연구 방법을 전수받아 특히 정사 [삼국지] 분야에 섬세하고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삼국지집해], [삼국지집주보(三國志集注補)], [삼국지인서목(三國志引書目)], [삼국지직관록(三國志職官錄)], [삼국지지리금석(三國志地理今釋)] 등의 저서는 그가 평생 정사 [삼국지] 연구에 바친 열정을 잘 보여준다.


노피 삼국지집해



* 그중에서도 [삼국지집해]는 노필이 청나라 고증학을 대표하는 왕선겸(王先謙)의 [한서보주(漢書補注)]의 체제를 모방하여 역대 [삼국지] 주석을 모두 모으고 자신의 견해를 붙인 [삼국지] 고증 분야의 대표 저작이다. 더러 주석이 필요한 곳에는 주석이 없고, 주석이 불필요한 곳에는 너무 세밀하게 주석을 다는 등의 단점도 보이지만 역대 [삼국지] 주석을 한 곳에서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 책이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 지금 인터넷 상에는 중국 고서 원문을 텍스트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매우 많은데 한자의 특성상 오자가 많이 끼어 있어서 주의 깊은 접근이 요구된다. 그냥 다운 받아서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직접 한문 원문을 입력하는 수고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노동력 절감의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 사이트의 한문 원문을 바탕으로 논문을 쓰거나 책을 출판하려면 반드시 꼼꼼하게 오자를 점검해야 한다.

* 나는 정사 [삼국지.배송지주] 완역 과정에서 노필의 [삼국지집해]를 바탕으로 [삼국지] 원문을 교감했다. 이 과정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려 번역 시간이 1/3 정도는 더 늘어난 듯하다. 또한 [삼국지집해]를 통해 본래 정사 [삼국지] 원문 텍스트에도 수많은 교감학상의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교감학의 문제도 각주를 통해 밝히려고 노력했다. 만약 [삼국지집해]가 없었다면 나처럼 천학비재한 백면서생이 어떻게 그 어려운 문제를 인식이나 할 수 있었겠나? 번역 과정 내내 노필 선생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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