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가 곧바로 다시 기증?…간송 후손의 기묘한 국보 거래
박상현 / 2022-03-16 13:30:05
간송 측 "가상화폐조직 헤리티지 DAO가 구입"…구매신고자는 싱가포르 업체
매매 경위 의문, NFT 사업 요구설도…"문화재 기증 절차 투명해야"
간송가家 혹은 간송이 설립한 간송미술관과 관련한 조금이라도 불미한 소식이 나오기만 하면, 그런 소식을 전하는 기사 맨 끄트머리에는 항용 관련 분야 종사자 입을 빌려 이런 식의 말이 붙는다.
"이런 일을 지하에 계신 간송이 알았더라면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그럴까? 왜 이런 밑도끝도 없는 예단이 동전 머금고는 커피 한 잔 자동으로 뽑아내는 벤딩머신처럼 버젓이 나올까? 나는 이를 간송신화라 이름한다.
간송신화란 무엇인가? 간송이라면 절대로 저런 불미한 일을 하지 아니했을 것이라는 그 믿음을 간송신화라 이름한다.
단군조선 건국 이래 가장 기묘한 상거래 모범을 보인 간송미술관 지금 이 시간 홈페이지 대문이다. 저에 보면 바라보는 이 기준 오른쪽에 중년 조금 툰실한 남성이 있으니 그가 바로 간송미술관 설립자로 간송이라는 호를 쓴 개성 상인 출신 거부 전형필全鎣弼(1906~1962)이다.
태어날 때 이미 부자였던 듯, 16살 때인가 이미 막대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서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나더니 중일전쟁 발발을 필두로 하는 식민제국기 말기에는 그보다 더 막대한 성금을 국방성금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총독부에 기부한다.
해방 직후 수도경찰 총수를 역임하는 창랑 장택상과 더불어 이미 식민지시대에는 문화재 컬렉터로 이름이 오르내리니 그의 움직임에 따라 고미술 시장 가격이 춤을 출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다.
해방 이후에는 학교까지 설립한 사립학교계 거물로, 그렇게 모은 고미술품을 보관 전시하기 위한 시설로 보화각을 설립하기도 했으며 그것이 그의 사후 훗날 간송미술문화재단으로 계승되기에 이른다.
그를 거쳐 3대에 이른 지금, 간송이 모은 문화재는 그의 생전에도 그랬지만 사후,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적지 않은 물품이 인사동 등지를 통해 나와서 거래가 이뤄졌다. 재단 소유물이라면 절차가 까다로웠을 테니 간송가 후손 개인 소유물이었을 것이다.
간송재단에는 간송 수집품 중 어느 정도가 기증되었는지는 정확한 내막은 내가 모르겠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대부분은 재단에 기증되지 아니하고 그 후손들 소장품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마침 유리한 국면도 조성됐다. 소득세법에 따라 고미술품은 양도소득제까지 면제되니 얼마나 좋겠는가? 간단히 말해 내가 100억짜리를 팔아도 세금 땡전 한푼 안 낸다.
이를 간송 후손들은 기똥차게 파고 들었다. 이에는 저 간송신화와 우리나라 국민 사이에서 유별난 문화재애국주의를 언론을 통해 아주 적절히 이용했으니, 그리하여 개인 소장품 중 국보인지 보물인지 2점은 저런 심리에 편승해 기어이 국가가 매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그때도 반대했다. 국가가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 간송이 더 나아가 재단인지 미술관인지 헷갈리기는 하나 그 경영상 어려움을 계속 토로하더니 이번에도 국보 2점을 더 옥션에다가 내놨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으니, 저들의 수법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시선이 이전보다는 많아졌으니,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나 그것을 팔려고 내놓은 데 대해 아무런 소유권도 없는 간송재단이 나서서 블라블라했지만, 그것이 어불성설임은 이내 드러났으니, 재단이 소유한 미술관은 단순한 보관처일 뿐이며, 어디까지나 그 물품은 간송 후손 개인 소유였을 뿐이다.
왜 개인 재산을 두고 간송재단이 나서 읍소를 한단 말인가? 그걸 판 돈을 재단에 기증할 것도 아닌데(그렇다는 약속이 적어도 현재까지 어디에도 없다.) 왜 남의 재산을 두고 재단이 왈가왈부한단 말인가?
결국 국가도 이번에는 달라들지 않았다. 박물관도, 문화재청도 우린 안 산다는 자세가 확고했다.
그 사이 변수가 하나 생겼다. 저 유별난 문화재 애국주의, 간송신화에 기반한 저 애국주의가 사회 한 켠을 추동했다. 그리하여 간송 정신을 외치며 그 위대한 정신을 저버릴 수 없다며 우리가 매입하겠다고 나선 개인 혹은 그 집합인 단체가 있었다.
이 단체가 무슨 과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경매에서 유찰한 그 문화재를 덮썩 물었다.
그것이 국보건 보물이건, 사적이건 명승이건 거래에는 하등 법적 장애가 없다. 문화재의 경우, 특히 지정문화재의 경우 장애는커녕 권장만 있다. 왜? 양도소득세 면제니깐 말이다.
한데 이번 거래는 기묘하기 짝이 없다. 간단히 말해 저 물품 소유자인 간송 후손 전씨가 두 점 중 한 점을 A라는 단체한테 팔았다. 얼마에 팔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데 이걸 산 A는 그걸 이번에는 간송재단에다가 기증했단다!!!!
한데 이 기증도 이상하기 짝이 없는 점이 지분 51%로는 간송재단이 갖는다 했으니 나머지 49%는 이걸 매입해서 기증한 A에 귀속하는 셈이다. 따라서 저 문화재는 현재 기점으로 보면 소유권이 간송재단과 A가 공동소유한다.
법적으로 보면 전씨한테서 저기로 이동한 것이다.
더 이상한 점은 왜 A는 저걸 하필 간송재단에 (일부) 기증했을까? 바로 이에서 의문은 증폭한다. 들리는 말로는 그 A가 저걸 넘기는 대가로 간송미술관 소장품들에 대한 NFT 사업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게 상당한 신빙이 있는 것이 이미 간송 쪽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그런 식으로 상품화한 까닭이다. 이 해례본 역시 간송재단 소유가 아니라 전씨 개인 소유다.
이 건은 기묘하게 얽혀있다. 간송후손인 전씨가 개인 혹은 개인들, 그리고 간송재단, 그리고 그에 개입한 블록체인 기반 A.
이런 기묘한 거래는 나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 고미술품 양도소득세 면제는 그 도입 취지가 굉장한 공공성 공익성을 표방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것을 간교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번 건이 그 간교함에 해당하는지는 저런 소문이 확인되지 않은 까닭에 단정할 수는 없다.
간송신화? 문화재애국주의? 이것이 결국은 이런 사태 주범이라고 나는 본다. 간송이 문화재를 애호한 것만은 하늘이 두쪽나도 사실이지만 그가 알려진 대로 애국심 때문에 그러했는지는 지금부터 처절히 파헤쳐야 한다. 내가 보는 한 그는 문화재 수집가였고 문화재에 미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행태가 어찌하여 해방이 되고 훗날 그의 말년이 갈수록 그 주변에서 문화재 애국주의자라는 이미지가 격렬히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간송신화는 누가 어느 시점에서 어찌 만들었는지도 이제는 성찰할 때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적지 않은 욕을 드셔가면서도 저런 식으로 몰아부치는 간송가와 간송재단이 보여주는 그 모습이 어째 현재의 정치권에서 많이 보던 그게 아닌가 해서 몹시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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