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현장에서 미친 것 같았던 어떤 문화재전문기자를 추억한다
맞습니다. 김태식 기자님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 김태식 기자가 10월 16일자로 백수가 된다고 합니다.
다들 뭍습니다. 왜 김충배 선생님 같은 점잖은 분이 천둥 벌거숭이 같은 김태식 기자같은 사람과 어울리느냐고. ㅎㅎㅎㅎ
나라고 처음의 만남이 아름다웠겠읍니까? 딱 처음 대면한 순간 사람을 빈정상하게 만드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분이라는 것을 그를 아는 대부분은 공감하실겁니다.
연천 호로고루 발굴현장에서 잠시 후 진행될 발굴현장 공개 행사장에 아침 일찍부터 와서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왜 무조껀 파고 보냐,. 고고학자들은 무조건 째고 보냐 등등 막말을 쏟아내는 이와의 첫 만남이 아름다울리가 있나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사람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거친 말들 속에 숨겨진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고고학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문제의식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그런 문제의식과 더불어 행동하였던 분입니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풍납토성을 보존한 사람입니다.
물론, 그것이 그 혼자만의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는 기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하였습니다.
나는 이 단 한 번의 사건으로 김태식이라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러던 그가 그 직으로 삼고 있던 연합뉴스를 떠납니다. 기자라는 사회적 직업을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삼 십 년이 넘게 다니던 이름도 촌스런 연합뉴스를 떠난다고 합니다.
한편으론 문화재사에서 큰 손실이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고 이제 좀 조용하겠구나 싶기도 하겠지만 이제 누가 매번 기관이 발행하는 보도자료 이면의 문제와 근본적인 방향성, 관련 부처의 노력을 채찍질 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김태식 기자님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고 동조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잉여롭게 향유하던 학계와 주무 부처들에게 생동감있는 움직임을 요구하던 시대의 쏘가리 김태식이 그리울 것이란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보다 나이가 많지도 않아요.
저보다 두 살 밖에 많지 않은데 다들 십 년은 더 나이들어 보인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아닙니다. 머리만 하얘요.
***
이번엔 나보다 한달 먼저 백수가 된 김충배 前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 글이라
내가 이걸 옮기는 까닭은 저 논급 중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어서다.
별도 글로 초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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